참 이상한 절이 있다
- 웃음이 끊이지 않는 절
남원 실상사
글/사진 강산 불교 유튜버(불교여행자 강산–아이고절런 운영자)

극락전 앞에서 실상사 회주 도법 스님과 함께한 필자
경내에 있는 커다란 삼나무 밑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뭐가 저리 재밌을까? 궁금해질 만큼 신나게 놀고 있다. 지금 보는 이 장면이 만약 만화였다면, 아이들 주변으로 ‘하하’, ‘호호’, ‘크크’라는 단어들이 배꼽을 잡은 채 떠다니고 있을 것이다.
달궁계곡에서 흘러나온 내천을 가로지르며 세상과 실상사를 연결하는 해탈교를 넘으면 석장승이 왼쪽은 ‘차 다니는 길’, 오른쪽은 ‘걷는 길’이라며 오는 이를 반기고 있다. 석장승의 안내로 실상사 천왕문 앞에 다다르자 ‘가득함도 빛나고 비움도 빛나라’라는 주련이 한글로 적혀 있다. 그리고 그 천왕문을 넘으니 아! 하는 소리가 저절로 터져 나온다. 분명하게도 이 실상사라는 절이 나를, 그리고 모든 이를 두 팔 벌려 안아주고 있었다. 이게 실상사의 첫 느낌이다.
삶은 너는 너대로 따로 있고, 나는 나대로 따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내용을 잘 파악해보면 너와 나는 손바닥과 손등 관계입니다. 손바닥과 손등 관계라고 하면 너와 나는 어떻게 해야 되겠어요?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관점에서 경쟁하고, 투쟁하고, 승부를 내고 이런 방식으로 다룰 내용이 아닌 거죠. 손바닥과 손등은 서로 의지하고, 서로 돕고, 서로 나누고 이렇게 삶을 만들어가야 바람직한 삶이 가능해집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정반대로 하고 있다는 거죠. 바로 이런 부분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이고, 우리는 그걸 깨달음이라고 말로 얘기하고 있죠. 내가 느낀 실상사의 따스함.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평등함. 이게 맞게 느낀 걸까? 실상사는 정말 세상에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실상사 모퉁이에 있는 극락전에서 실상사 회주 도법 스님께 여쭈었다.

실상사에서는 매일 아침 8시 30분 ‘하루를 여는 법석’을 진행하고 있다.
‘원탁 식탁’과 마찬가지로 원 형태로 출가자, 재가자,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둘러앉아, 서로에게 절을 하고 참회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스님. 저는 정말 많은 절을 다녔습니다. 그런데 실상사 공양간은 참 특별하더라고요. 스님, 재가자, 템플스테이 참가자들 모두가 자리 구분 없이 큰 원형 탁자에 앉아 밥을 먹고 있었는데요. 제가 그간 다녀왔던 절에서는 볼 수 없던 장면이었습니다. 또한 공양간에 필수로 붙어 있는 ‘묵언’이라는 문구조차 보이지 않았어요. 지금 이 공양간의 분위기가 실상사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고 느꼈는데 이게 맞게 느낀 걸까요?” “네. 그런 ‘평등함’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장이 ‘원탁 식탁’이기도 하고 ‘하루를 여는 법석’이죠. 스님들이 출가하면 처음 배우는 내용이 『초발심자경문』이라는 책인데, 그 책에 이런 내용이 있어요. 부모 형제라고 하는 혈연. 혈연은 끊을 수가 없는 거잖아요. 그런데 출가라고 하는 것은 혈연을 끊고, 또는 버리고 떠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거기에 대한 물음이 있어요. 차마 사람이 할 수 없는 혈연을 끊으면서까지 출가를 하는 이유가 뭐냐? 그 질문의 답은 ‘법계 평등’ 이렇게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법계는, 우주의 진리는 평등하다. 이런 얘기예요. 따라서 평등을 구현하기 위해서 내 삶으로, 우리의 삶으로, 우리의 역사로 평등이 실현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출가를 한다. 이런 얘기인 거죠.

실상사 보광전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세상에서는 불평등이 작동하고 있다 하더라도, 절에서만큼은 평등이 실현되어야 맞는 거잖아요. 또 세상 사람들은 이러쿵저러쿵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스님들만큼은 또는 불자들만큼은 평등하게 삶을 가꿔야 맞는 거잖아요. 어디선가는 부처님이 뜻한 불교가 실제 생활로 반영이 되도록 해야 맞지 않느냐 하는 거고. 우리는 실상사에서 그 평등을 세상에 전하고 있는 거죠.”
천왕문을 넘어 실상사의 경내로 들어왔다면 주위를 둘러보라. 지리산이 연꽃처럼 감싸 안은 실상사를 볼 수 있다. 또 특이한 점은 일반적인 사찰에서 느끼는 전각들의 높낮이를 이곳에서는 느낄 수 없다. 전각 밑에 깔리는 기단마저 낮게 되어 있다. 이렇게 넓은 평지에 높낮이 없이, 배치된 전각들이 시원한 개방감을 주지만, 모든 게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실상사 곳곳에는 해와 달, 새와 물고기, 동물과 식물이 사람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생명평화의 정신을 상형화한 ‘생명평화무늬’가 보인다. 손과 손등처럼, 그물의 그물코처럼 모두가 연결되어 살아간다는 부처님의 연기법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그런 곳 실상사. 마지막으로 지금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실상사에게 안겨보기를 권하고 싶다.
참 이상한 절이 있다
- 웃음이 끊이지 않는 절
남원 실상사
글/사진 강산 불교 유튜버(불교여행자 강산–아이고절런 운영자)
극락전 앞에서 실상사 회주 도법 스님과 함께한 필자
경내에 있는 커다란 삼나무 밑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뭐가 저리 재밌을까? 궁금해질 만큼 신나게 놀고 있다. 지금 보는 이 장면이 만약 만화였다면, 아이들 주변으로 ‘하하’, ‘호호’, ‘크크’라는 단어들이 배꼽을 잡은 채 떠다니고 있을 것이다.
달궁계곡에서 흘러나온 내천을 가로지르며 세상과 실상사를 연결하는 해탈교를 넘으면 석장승이 왼쪽은 ‘차 다니는 길’, 오른쪽은 ‘걷는 길’이라며 오는 이를 반기고 있다. 석장승의 안내로 실상사 천왕문 앞에 다다르자 ‘가득함도 빛나고 비움도 빛나라’라는 주련이 한글로 적혀 있다. 그리고 그 천왕문을 넘으니 아! 하는 소리가 저절로 터져 나온다. 분명하게도 이 실상사라는 절이 나를, 그리고 모든 이를 두 팔 벌려 안아주고 있었다. 이게 실상사의 첫 느낌이다.
삶은 너는 너대로 따로 있고, 나는 나대로 따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내용을 잘 파악해보면 너와 나는 손바닥과 손등 관계입니다. 손바닥과 손등 관계라고 하면 너와 나는 어떻게 해야 되겠어요?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관점에서 경쟁하고, 투쟁하고, 승부를 내고 이런 방식으로 다룰 내용이 아닌 거죠. 손바닥과 손등은 서로 의지하고, 서로 돕고, 서로 나누고 이렇게 삶을 만들어가야 바람직한 삶이 가능해집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정반대로 하고 있다는 거죠. 바로 이런 부분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이고, 우리는 그걸 깨달음이라고 말로 얘기하고 있죠. 내가 느낀 실상사의 따스함.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평등함. 이게 맞게 느낀 걸까? 실상사는 정말 세상에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실상사 모퉁이에 있는 극락전에서 실상사 회주 도법 스님께 여쭈었다.
실상사에서는 매일 아침 8시 30분 ‘하루를 여는 법석’을 진행하고 있다.
‘원탁 식탁’과 마찬가지로 원 형태로 출가자, 재가자,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둘러앉아, 서로에게 절을 하고 참회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스님. 저는 정말 많은 절을 다녔습니다. 그런데 실상사 공양간은 참 특별하더라고요. 스님, 재가자, 템플스테이 참가자들 모두가 자리 구분 없이 큰 원형 탁자에 앉아 밥을 먹고 있었는데요. 제가 그간 다녀왔던 절에서는 볼 수 없던 장면이었습니다. 또한 공양간에 필수로 붙어 있는 ‘묵언’이라는 문구조차 보이지 않았어요. 지금 이 공양간의 분위기가 실상사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고 느꼈는데 이게 맞게 느낀 걸까요?” “네. 그런 ‘평등함’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장이 ‘원탁 식탁’이기도 하고 ‘하루를 여는 법석’이죠. 스님들이 출가하면 처음 배우는 내용이 『초발심자경문』이라는 책인데, 그 책에 이런 내용이 있어요. 부모 형제라고 하는 혈연. 혈연은 끊을 수가 없는 거잖아요. 그런데 출가라고 하는 것은 혈연을 끊고, 또는 버리고 떠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거기에 대한 물음이 있어요. 차마 사람이 할 수 없는 혈연을 끊으면서까지 출가를 하는 이유가 뭐냐? 그 질문의 답은 ‘법계 평등’ 이렇게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법계는, 우주의 진리는 평등하다. 이런 얘기예요. 따라서 평등을 구현하기 위해서 내 삶으로, 우리의 삶으로, 우리의 역사로 평등이 실현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출가를 한다. 이런 얘기인 거죠.
실상사 보광전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세상에서는 불평등이 작동하고 있다 하더라도, 절에서만큼은 평등이 실현되어야 맞는 거잖아요. 또 세상 사람들은 이러쿵저러쿵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스님들만큼은 또는 불자들만큼은 평등하게 삶을 가꿔야 맞는 거잖아요. 어디선가는 부처님이 뜻한 불교가 실제 생활로 반영이 되도록 해야 맞지 않느냐 하는 거고. 우리는 실상사에서 그 평등을 세상에 전하고 있는 거죠.”
천왕문을 넘어 실상사의 경내로 들어왔다면 주위를 둘러보라. 지리산이 연꽃처럼 감싸 안은 실상사를 볼 수 있다. 또 특이한 점은 일반적인 사찰에서 느끼는 전각들의 높낮이를 이곳에서는 느낄 수 없다. 전각 밑에 깔리는 기단마저 낮게 되어 있다. 이렇게 넓은 평지에 높낮이 없이, 배치된 전각들이 시원한 개방감을 주지만, 모든 게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실상사 곳곳에는 해와 달, 새와 물고기, 동물과 식물이 사람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생명평화의 정신을 상형화한 ‘생명평화무늬’가 보인다. 손과 손등처럼, 그물의 그물코처럼 모두가 연결되어 살아간다는 부처님의 연기법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그런 곳 실상사. 마지막으로 지금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실상사에게 안겨보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