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의 설법처, 쉬라바스티 | 부처님 성지 순례

자애와 지혜가 불꽃 튀던


『금강경』의 설법처

쉬라바스티

기원정사 전경

쉬라바스티는 코살라국의 수도로서 사위성 혹은 사밧티로도 불리며, 『금강경』의 설법처로 알려진 곳이다. 쉬라바스티는 매우 번성해서 당시에 이미 라즈기르를 능가할 정도였다.

룸비니와 위도상 동일한 쉬라바스티는 부처님께서 가장 큰 신통을 보이고, 가장 큰 절을 보시 받고, 가장 오래 머물렀으며, 가장 많은 경전을 설한 곳이다.

빈두로 존자가 신통으로 전단향 발우를 가진 사건을 계기로, 부처님께서 제자들의 신통을 금지하는 대신 쉬라바스티의 망고 나무 아래에서 기적을 보이겠다고 그 4개월 전에 예언하셨다. 예언한 장소에 도착한 부처님께 정원사 칸다가 왕에게 바치려던 망고를 공양 올린다. 부처님께서 그것을 먹고 남은 씨를 심자 즉시 망고가 무성히 달렸다. 이를 망고 나무의 기적이라 한다. 연이어 부처님은 천불을 출현시키고, 수미산을 잇는 보배 경행대를 만들어 거닐다 곧바로 천상에 올라가셔서 마야 부인에게 설법을 하셨다.

이것이 쉬라바스티의 대신변이고, 부처님께서 보여준 가장 큰 신통의 하나이다. 이로 인해 이곳이 인도의 8대 성지가 된다. 그 후 아잔타 석굴의 벽화 등 도량마다 많은 천불화나 천불 부조가 등장하고 천불전이 지어졌다.

부처님께서 이 도시에서 인생의 후반기를 보내신 것은 기원정사의 건립과 관련이 있다. 코살라국 대부호인 수닷다 장자가 제타 태자의 숲에 황금을 깔아서 기원정사를 지었다 하니 그 신심을 짐작할 만하다. 기원정사의 규모는 대단해서 5세기 초에 방문한 법현 스님은 7층의 누각이었으며, 여러 나라의 국왕들과 백성들이 다투어 보시하여 번개, 꽃, 향, 등불 공양이 하루도 그치는 날이 없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부처님께서는 55세부터 열반할 때까지 18안거를 기원정사에서 지내셨다.

지금의 쉬라바스티는 사헤트-마헤트로 명명되는 유적지와 1km 인근의 천불 화현처가 있을 뿐이다. 사헤트가 기원정사가 있는 유적지이다. 여기에 프라세나지트왕이 전단향 불상을 모신 간다 쿠티와 그 불상을 모신 뒤로 부처님께서 거주하신 코삼바 쿠티의 기단 유적이 있다. 그 외 법당 터 4곳, 승원 4곳, 탑 5곳, 연못, 행선 터, 우물, 아난존자 보리수 등이 있다. 마헤트는 성곽 유적이다. 거기에 앙굴리말라 스투파와 수닷다 장자 스투파가 마주하고 있다.

설한 경전도 가장 많다. 이 경전들을 다 소개하는 것은 어렵다. 대신 스승의 법이 제자들을 통해 잘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그 대표적인 이가 수보리와 앙굴리말라이다.

수보리 존자는 총명했지만 누구를 만나든 화를 내고 사납고 잔인하며 날짐승과 길짐승이 그를 피해 다니고, 풀과 나무조차도 그를 반기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부처님으로부터 자애를 익혀서 대립과 다툼이 끊어진 무쟁삼매인(無諍三昧人) 중 제일, 즉 ‘평화롭게 사는 님 가운데 제일’이라 불리게 된다.

자애로써 분노를 극복한 수보리 존자의 마음은 빔비사라왕이 지붕을 덮지 않은 오두막을 보시했을 때 읊은 게송에서 잘 나타난다.

내 마음은 지붕이 잘 덮여서
비바람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니 바람아, 불고 싶으면 불어라.
비야, 내리고 싶으면 내려라.
나는 거리낄 것이 없다.

수보리 존자는 해공(解空) 제일의 이름도 얻는다. 해공 제일이란 공을 가장 잘 안다는 의미이다. 성냄을 극복하자 온전한 지혜가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 환히 빛나게 된 것이다.

『금강경』의 대화자로 등장하는 해공 제일의 면모는 『증일아함경』(13. 「이양품(利養品)」)에서 보다 분명히 드러난다.

“그때 존자 수보리가 석제환인에게 말하였다. ‘훌륭합니다, 석제환인이여. 모든 법은 저절로 생겨났다가 저절로 소멸하며, 모든 법은 스스로 서로 움직이고 스스로 그칩니다. 독이 있으면 약이 있듯, 법과 법은 서로 어지럽게 하고 법과 법은 스스로 그쳐 고요해집니다. 법이 곧 법을 생겨나게 합니다. 검은 법은 흰 법으로써, 흰 법은 검은 법으로써 다스립니다. 탐욕의 병은 더러운 것이라는 생각으로, 성내는 병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어리석은 병은 지혜로써 다스립니다. 이와 같이 일체 존재는 다 공(空)으로 돌아갑니다. 나라는 것도 없고 남이라는 것도 없으며, 수(壽)도 없고 명(命)도 없으며, 선비도 없고 지아비도 없으며, 얼굴도 없고 모양도 없으며, 남자도 없고 여자도 없는 것입니다.’”
기원정사 간다 쿠티의 법회와 정진


수닷다 장자 집터

부처님 가르침의 실천적 귀결은 행동이다. 행동이 사람의 고귀하고 천함을 결정하며, 미래의 운명을 바꾼다는 부처님 가르침의 가장 두드러지는 예가 앙굴리말라이다. 그는 바라문 스승의 가르침에 속아 999명의 인명을 해쳤지만 부처님을 만나 살인의 업에도 불구하고 해탈했다. 살인마가 성자(聖者)가 된 것이다. 아라한이 된 앙굴리말라는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다.

예전에 나는 흉악한 도적으로
앙굴리말라라고 알려졌다.
크나큰 거센 흐름에 휩쓸렸으나
부처님께 안식처를 얻었다.

예전에 살해하는 자였던 나는
이제는 살해하지 않는 자이다.
오늘 나에게 진실한 이름이 있으니
아무도 해치지 않는 자이다.

악한 짓을 했어도
착하고 건전한 일로 덮으면
구름을 벗어난 달과 같이
이 세상을 비춘다.

공에 대한 통찰을 통해 집착 없이, 다가오는 생각마다 선한 생각을 일으키고, 지금 이 자리의 행동을 바르게 하는 것이야말로 부처님께서 중생들에게 전하시고자 한 메시지의 근본이다. 바로 그것이 부처님께서 대신변을 나투어 온갖 외도들을 항복받고 황금으로 바닥을 깐 기원정사에 오래도록 머무르신 이유일 것이다.

글과 사진|각전 스님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39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해양수산부에 근무하다가 궁극적 진리에 대한 갈망으로 출가했다. 현재 전국 선원에서 수행 정진 중이다. 저서에 『인도 네팔 순례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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