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법륜은 처음으로 진리의 바퀴가 나타나 자전하는 것|자현 스님의 비하인드 팔상도

2024-01-03
초전법륜은
수레바퀴를
굴리는 것이 아니다

녹원전법상도(鹿苑轉法相圖)

자현 스님
중앙승가대학교 불교학부 교수



붓다께서는 부다가야의 보리수 아래에서 완전한 깨달음을 얻으신다. 불교의 깨달음이란, 진리와 하나 되어 ‘무엇에도 걸림 없는 바람 같은 자유’와 ‘무엇과도 충돌하지 않는 영원한 행복’이다.

붓다의 깨달음은 그의 인생이 수행자에서 교사, 즉 교육자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붓다는 6년 동안 노력해 깨달음을 얻었고(35세), 이후 80세에 이르는 45년간 진리를 가르치는 교화의 삶을 살게 된다.

교사로서의 전환과 관련해서, 붓다의 생애는 ‘범천권청(梵天勸請)’이라는 조물주의 간청을 기록하고 있다. 국가대표에서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의 일대 전환이 신을 요청이라는 측면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붓다가 생각한 첫 교화 대상은 당신이 6년간 고행할 때 함께했던 석가족 출신의 다섯 수행자였다. 이들은 당시 붓다를 떠나 바라나시의 녹야원에 있었다. 깨달은 붓다는 신통으로 이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녹야원으로 간다. 이곳에서 교진여 등 다섯 수행자를 사성제로 교화해 모든 번뇌가 사라진 성자(아라한)가 되도록 한다.

초전법륜은 ‘처음으로 진리의 바퀴가 나타나 자전하는 상태’
이것이 최초의 교화인 동시에 불교의 역사에서는 성직자 그룹인 승단(僧團)이 성립되는 중요한 순간이다. 때문에 이를 ‘초전법륜(初轉法輪)’, 즉 ‘처음으로 진리의 바퀴를 굴렸다’라고 한다.

륜(輪)이란, 차크라(cakra)로 인더스 문명 시대부터 확인되는 태양을 상징하는 부메랑 같은 무기이다. 『잡아함경』 권27의 「722. 전륜왕경」 등에 따르면, 왕이 덕을 쌓으면 하늘로부터 자전하는 륜이 내려와 머리 앞쪽에 위치한다. 륜은 앞세우고 나가면, 이르는 나라마다 모두 항복하는 신묘한 기능이 내포된 성물이다.

이런 전륜성왕의 륜을 종교의 관점에서 대응하는 것이 법륜(다르마-챠크라dharmacakra)이다. 즉 붓다의 가르침은 법륜에 상응하므로 모든 다른 종교의 가르침을 조복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초전법륜이란 ‘처음으로 진리의 바퀴를 굴리는 것’이 아니라 ‘처음으로 진리의 바퀴가 나타나 자전하는 상태’라고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림 ①아래쪽의 우측 중앙에는 항마촉지인을 취하고 있는 붓다께서 다섯 명의 수행자를 교화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들을 5비구라고 하는데, 푸른색 장삼을 입은 분이 교진여로 추정된다. 참고로 5비구의 이름은 교진여·마승·십력가섭은 확실하나, 나머지 두 명은 경전마다 조금씩 다르게 등장한다.

그림의 옆에는 ‘교진여 등 5인에게 사성제의 근본을 설해, 처음으로 (불·법·승) 삼보가 갖추어졌다’라고 적혀 있다. 그런데 5비구가 인도가 아닌 동아시아의 승려 복장인 가사와 장삼을 착용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극히 조선 시대적인 표현인 것이다.

그림의 중간 이상 ②상단에는 설법인(說法印)을 취하고 있는 노사나불 모습으로 표현된 석가모니불이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대동하고 설법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주위에는 제석·범천과 4천왕 및 10대 제자와 14보살이 나오는 등 후에 불교회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구성 인물들이 살펴진다. 이는 초전법륜을 통해서, 불교가 확립되어 갖추어진 것을 의미한다.

초전법륜 때 5비구는 존재해도 10대 제자 등은 당연히 등장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는 초전법륜의 상황이라기보다는 이를 통해서 확대되는 불교를 표현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즉 이 장면에는 엄밀하게 말해서는 시간의 왜곡이 존재하는 셈이다.

급고독장자에 의한 기원정사의 건립과 아소카왕의 전생담
하단의 좌우에는 ③‘붓다의 가장 신심 있는 신도인 급고독장자에 의한 기원정사의 건립’과 ④‘붓다께 보시하고 윤회해 최초로 전 인도를 통일해 대제왕이 되는 아소카왕의 전생담’이 그려져 있다.

먼저 ③은 ‘절을 지을 땅을 사고 싶으면 금으로 깔아라’라는 기타태자의 요구대로 급고독이 코끼리에 금을 싣고 와 대지를 덮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왼쪽 아래에는 이를 보고 감동한 기타태자가 나무와 숲을 기증하면서 거래가 일단락되는 내용이다. 우측에 홀을 쥐고 머리에 양관을 착용한 이가 기타태자며, 왼쪽에 합장한 채 허리를 굽히고 감사를 표하는 이가 급고독장자이다.

④에는 불교를 국가적으로 후원해 불교가 세계 종교가 되도록 하는 아소카왕의 전생담이 그려져 있다. 아소카왕은 붓다보다 200여 년 뒤에 태어나 최초로 전 인도를 통일하는 중국의 진시황 같은 대왕이다. 다만 진시황에게는 폭군의 이미지가 강하다면, 아소카는 불교를 믿어 복지의 군주이자 성군의 모습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오늘날까지 아소카왕이 붓다의 초전법륜을 기리기 위해 녹야원에 설치한 아소카 석주는 인도의 국장으로 지정되어 모든 화폐 등에 도안되어 있다.

아소카는 전생에 붓다 당시 소꿉놀이를 하는 소년이었다. 흙바닥에서 모래를 쌀이라고 하며 놀다가 붓다를 뵙고는 보시의 마음이 생겨 쌀로 여기던 모래를 공양한다. 이 과보로 아소카는 다음 생에 마우리아 왕조의 대제왕이 되어 불교를 적극 후원하고, 인도 전역에 84,000기의 불탑을 건립한다. ④그림을 보면, 소꿉놀이를 하는 모습과 흙쌀을 공양 올리는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다.

끝으로 ③과 ④의 사이에 금빛의 거대한 탑과 같은 건조물이 그려져 있는 것이 확인된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3단의 형태로 된 출가하기 위해 필요한 수계를 하는 계단(戒壇)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적혀 있는 내용을 보면 “처음으로 계단을 세우니 복덕이 있는 이는 그 빛이 800유순에 걸쳐 퍼져 있음을 볼 것이나, 박복한 자는 검은색의 계단으로만 보게 되리라”라고 되어 있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계단의 금색이 밝은 빛이 퍼지는 것을 묘사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또 글에는 누지보살이 붓다께서 급고독원에 계실 때 청해 계단이 건립되도록 했다고 되어 있다. 이는 도선율사(596∼667)의 『계단도경(戒壇圖經)』에 나오는 내용이 반영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자현 스님
성균관대 동양철학과(율장), 동국대 미술사학과(건축), 고려대 철학과(선불교), 동국대 역사교육학과(한국 고대사), 동국대 국어교육학과(불교 교육), 동국대 미술학과(불화), 동국대 부디스트 비즈니스학과에서 총 일곱 개의 박사 학위를 받았다. 60여 권의 저서와 180여 편의 학술진흥재단 등재지 논문을 수록했다. 현재 문화재청 동산분과 전문위원, 조계종 성보보존회 성보위원, 사)인문학과 명상연구소 이사장, 월정사 교무국장, 그리고 중앙승가대 불교학부 교수 등을 맡고 있으며, 유튜브 채널 ‘헬로붓다TV’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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