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정리한 ‘성철 스님의 중도대선언’ 『성철스님 백일법문』|5월 화요 열린 강좌

2025-05-21

책으로 정리한 

‘성철 스님의 중도대선언’

 『성철스님 백일법문』 상·중·하

 

김선우 화요 열린 강좌 진행자

 

 

성철 스님 지음, 장경각 刊, 2014년


녹취된 음성을 문어체로 정리, ‘백일법문’의 접근의 용이와 이해의 풍성함 도모

『성철스님 백일법문』(2014)은 퇴옹(退翁) 성철(性徹) 스님이 1967년 해인총림(海印叢林)의 초대 방장(方丈)이 된 후, 그해 첫 동안거(冬安居)를 맞이해 불교를 총체적으로 강설한 법문을 가능한 한 문어체로 정리한 것이다.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은 테이프에 녹음되어 전해져왔다. 이를 책의 형태로 출간한 것이 『성철스님 백일법문』이다. 1992년에 발간된 『백일법문』을 개정·증보한 것이기도 하다.

매체의 특성을 고려하면 그 내용의 전달이 더욱 효과일 수 있다. 음성에서 문자로 매체가 변화했기 때문에, 녹음된 육성의 법문을 ‘듣는 것’과 이를 문자로 옮긴 법문을 ‘읽는 것’은 같을 수 없다. 따라서 육성을 문자 그대로만 옮기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성철스님 백일법문』(2014)은 이러한 편집 방향하에 정리·출판되었다. 이는 이 책의 편집 책임자인 원택 스님이 다음과 같은 말을 스승인 성철 스님에게 직접 들은 것을 기조로 삼은 것이기도 하다. 일전에 성철 스님은 이 책의 편집 책임자가 정리한 ‘덕산탁발화’ 법문 녹취본을 보고 번역이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며, “글은 간단 분명하게 뜻을 전해야지 이렇게 늘어지게 구어투로 하면 누가 보겠느냐? 나는 법상에서 이런 법문 안 했다”라고 한 바 있다. 여기에서의 번역은 녹음을 글로 정리하는 것을 가리킨다. 성철 스님이 지적한 것은 각각 매체(음성, 문자)에 따른 적절한 표현 방식(구어체, 문어체)이 있으며, 이를 고려해야 그 내용의 전달이 효과적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성철스님 백일법문』은 녹취된 음성(구어)을 되도록 문어체로 정리했다. 그리고 강설을 뒷받침하는 증거 자료인 경론과 경우에 따라 한자어 풀이를 함께 제시하고 있어 ‘백일법문’의 접근의 용이와 이해의 풍성함을 도모하고 있다는 특징도 있다.


『성철스님 백일법문』에는 성철 스님의 중도사상이 오롯이 담겨 있어

『성철스님 백일법문』은 ‘성철 스님의 중도대선언(中道大宣言)’이라고도 칭해진다. 팔만사천법문(八萬四千法門)으로 펼쳐지는 방대한 불교 교설 중 근본이 되는 내용을 골라 간명하게 설명하고, 불교의 핵심인 중도사상을 통해 선(禪), 교(敎)를 회통해 천명했기 때문이다. ‘중도대선언’은 붓다의 근본 법륜으로 성철 스님은 중도를 “세간의 고(苦)와 낙(樂)이든 출세간의 고와 낙이든 모든 집착을 완전히 떠나는 것을 말하며, 그 고와 낙 등 일체의 양변을 떠난 경계”라고 정리하며 “양변을 버리고 중도를 정등각한 초전법륜”이라고 정의한다. 이때의 중도는 ‘있음(有)’과 ‘없음(無)’, ‘생함(生)’과 ‘멸함(滅)’ 등 상대적인 양변에 집착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붓다가 도를 이루고 다섯 수행자에게 최초로 설법한 초전법륜의 가르침 중의 하나인 이 중도설은 수행해서 깨쳐야 할 실천적인 사항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우주의 일체 만상을 두루 아는 지혜와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중도대선언’에 대해 5월 ‘화요 열린 강좌’의 강사인 박희승은 “인간이면 누구든지 중도를 깨달으면 영원한 자유와 행복을 성취할 수 있다고 부처님께서는 가르쳤습니다. 이것이 불교의 출발”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백일법문’에서 성철 스님이 불교의 본질을 논하면서 불교를 “일체 만법의 본원 자체를 바로 깨친 사람의 가르침”이라고 정의한 맥락과도 닿아 있다. 불교는 많은 지식 또는 절대신의 계시에 의지해 성립된 것이 아니라, 자성(自性)을 바로 깨쳐서 부처가 되었고 바로 거기에서 불교가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5월 ‘화요 열린 강좌’에서는 박희승 선생을 초청해 『성철스님 백일법문』이 담고 있는 근본불교의 중도대선언, 팔정도 등에 대한 이야기를 청해 듣고, 불교에 정견을 세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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