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의 기쁨 2 - 대승경전 『열반경』 중에서|다시 읽는 경전

2025-06-25

대승경전 『열반경』 중에서  


열반의 기쁨



6. 생과 사의 비유

“까샤빠여, 또 거룩한 행이 있으니, 그것은 네 가지 진리인 고(苦)·집(集)·멸(滅)·도(道)이다. 고는 괴로움이 핍박하는 것이고, 집은 애욕을 일으키는 집착이며, 멸은 번뇌를 없애는 것이고, 도는 대승의 행을 말한다. 괴로움에는 여덟 가지가 있다. 나고, 늙고, 병들고, 죽고,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고, 원수와 만나고, 구해도 얻지 못하고, 모든 욕망이 불붙듯 일어나는 것들이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괴로움은 살려고 하는 데서 일어난다. 중생은 어리석음에 덮여 나는 것은 탐하고 죽는 것은 싫어한다. 그러나 보살은 처음 나는 것을 볼 때에 이미 근심을 본다.

어떤 여인이 남의 집에 들어갔는데, 그 여인의 얼굴이 아름답고 값진 옷을 입었으므로 주인이 호감을 가지고 물었다.

‘당신은 어디 사는 누구입니까?’

‘’나는 공덕천(功德天)입니다.’

‘무슨 일을 하십니까?’

‘찾아가는 데마다 그 집에 온갖 보물을 생기게 해 줍니다.’

이 말을 들은 주인은 그 여인을 집 안에 맞아들여 향을 사르고 꽃을 뿌려 공양했다. 조금 후에 또 한 여인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 여인은 찌그러진 얼굴에 땟국이 흐르고 남루한 누더기를 걸치고 있었다.

주인은 기분이 언짢아 ‘당신은 누구요?’ 하고 퉁명스럽게 물었다.

‘나는 흑암천(黑闇天)이라 합니다.’

‘무슨 일로 왔소?’

‘나는 가는 데마다 그 집의 재산을 없애 버립니다.’

이 말을 들은 주인은 칼을 들고 나오면서 ‘썩 물러가지 않으면 이 칼로 죽여 버릴 테다.’ 하고 덤벼들었다.

그 여인이 말했다.

‘당신은 참으로 어리석고 지혜가 없소. 조금 전에 당신 집에 찾아온 이는 내 언니요. 나는 항상 언니와 행동을 같이하기 때문에 당신이 나를 쫓아내면 결국 내 언니도 따라 나가게 될 것이오.’

주인이 안으로 들어가 공덕천에게 물었다.

‘밖에 어떤 여인이 와서 당신의 동생이라 하는데 사실입니까?’

공덕천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나를 좋아하려거든 내 동생도 함께 좋아해야 합니다. 나는 항상 동생과 행동을 같이하였고 한 번도 서로 떠나 본 적이 없습니다. 가는 곳마다 나는 좋은 일을 하고 동생은 나쁜 짓을 하며, 내가 이로운 일을 하면 동생은 손해 끼치는 일을 합니다. 그러므로 나를 사랑하려거든 동생도 함께 사랑해야 합니다.’

주인은 두 여인을 다 내쫓아 버렸다. 두 여인이 팔을 끼고 나란히 사라져 가는 것을 보고 주인은 마음이 후련했다. 두 여인은 가난한 집 앞에서 머뭇거렸다. 그 집 주인이 두 여인을 보자 반기면서 ‘이제부터는 우리 집에서 함께 삽시다.’ 하고 맞아들였다.

까샤빠여, 태어나면 늙고, 병들면 죽는 법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두 가지에 다 집착하지만, 보살은 함께 버리고 집착하지 않는다.

브라만의 어린 아들이 배가 고파 똥 속에 과일이 있는 것을 보고 건져 냈다. 지혜로운 이가 이것을 보고 물었다.

‘너는 브라만의 지체 높은 집 아들인데 어째서 똥 속에 떨어진 더러운 과일을 건져 내느냐?’

아이는 부끄러워하며 대답했다.

‘먹으려고 주운 것이 아니라 깨끗이 씻어 도로 버리려고 그랬습니다.’

지혜로운 이는 이렇게 꾸짖었다.

‘도로 버릴 것을 왜 주웠느냐?’

까샤빠여, 보살도 이와 같다. 생을 받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는 것은 지혜로운 이가 아이를 꾸짖는 일과 같고, 범부들이 생을 기뻐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것은 아이가 과일을 주웠다가 도로 버리는 일과 같다.” - 『열반경(涅槃經)』 「성행품(聖行品)」    



• 이 글은 『불교성전』(불교성전편찬위원회 지음, 동국역경원 刊, 2021년) 제3편 「대승경전」에서 발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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