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화경』을 통해 본 활기찬 종교 생활을 위한 법사 마인드셋(mindset)|원빈 스님의 불교 경전에 물들다

2025-07-03

『법화경』을 통해 본 

활기찬 종교 생활을 위한 

법사 마인드셋(mindset)


원빈 스님 

송덕사 주지, 행복문화연구소 소장



‘절’은 NO! ‘힙한 불교’는 OK!

‘청년 불자의 유입이 없다면 한국 불교의 미래는 없다’

15년 전 포교학 수업 시간에 발표했던 주제입니다. 안타깝게도 이제는 그 우려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사찰에서 청년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지는 이미 오래이며 이는 단지 불교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 종교 전체가 직면한 보편적 위기입니다. 불교와는 달리 모태 신앙으로서의 종교를 갖는 성향이 강한 개신교와 천주교에서조차 성인이 된 후 종교를 떠나는 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있습니다.

2025년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2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모으며 ‘MZ’ 그리고 ‘힙한 불교’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나아가 ‘연등회’는 청년들에게 가장 핫한 ‘워너비 축제’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고요한 사찰에서는 멀어지고 ‘힙한 불교’의 활기찬 문화에는 청년들이 열광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화 체험을 통해 불교에 대해 우호적인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불교에 대해 우호적인 것을 넘어 ‘청년 불자’가 될 수 있는 적절한 연계 프로그램이 있다면 청년 불자의 부재에 대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법화경』의 법사 마인드셋

불교는 편안함과 기쁨의 종교입니다. 『법화경』 「법사품」에는 활력이 가득한 수행법인 ‘오종법사행’을 소개합니다. 오종법사행은 다섯 가지 수행인 수지(受持)·독(讀)·송(誦)·서사유통(書寫流通)·위인해설(爲人解說)하는 것을 말합니다. 오종법사행은 단순히 고요히 기도하고, 공부하며, 참선하는 것을 넘어 환희심을 바탕으로 생명력 넘치는 법사행을 하는 것입니다.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인 중생상에 사로잡혀 있는 이들은 법사행에 대해서 들으면 다음과 같이 생각합니다.

‘난 불교를 잘 모르기 때문에 못 해!’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나 원하기만 한다면 법사행을 실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전도몽상(顚倒夢想)에 빠진 중생의 생각과 일체지(一切智)를 지닌 부처님의 말씀 중 어느 쪽이 진실일까요? 부처님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법사 마인드셋을 갖추라고 권하십니다.


“여래께서 열반한 후에 만일 어떤 사람이 묘법연화경을 듣고 나아가 한 게송이나 한 구절만이라도 듣고 일념으로 따라 기뻐한다면, 내가 역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줄 것이니라.”


법문을 듣고 감동하고 기뻤던 순간이 있었다면, 이미 법사행을 실천할 준비가 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가르침에 환희심을 느끼는 것, 그 자체가 ‘수기’임을 선언하셨습니다. 성불이 확정된 법왕자의 자격으로 인정하신 것입니다.


“약왕이여, 마땅히 알라. 이런 사람들은 이미 처소에서 큰 서원을 성취하였으나 중생을 불쌍히 여겨서 인간 세상에 태어난 것이니라.”


지인들에게 함께 절에 가서 법문을 듣자고 권한 적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이미 ‘수지 법사행’을 실천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소중한 지인들을 위해 법사행을 실천하는 이들의 과거를 알려주신 것입니다. 중생이 아니라 이미 큰 수행의 서원을 성취한 ‘법사’였던 과거를 증명하신 것입니다.


“약왕이여, 마땅히 알라. 이 사람은 대보살로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했지만, 중생을 가엾이 여기고 이 세상에 태어나기를 원하여 묘법연화경을 널리 연설하고 분별하는 것이니라.”


또한 법문을 듣고 이해한 내용을 친구에게 조언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것이 바로 ‘위인해설 법사행’이며, 그런 분들은 중생이 아니라 깨달음을 이룬 ‘대보살’로 인정받고 있는 것입니다. 가르침 속에서 환희심을 느끼고, 가르침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누구나 법사행의 자질을 갖추고 있고 실천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경전 공부법, 오종수행의 원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보살’의 과거와 미래의 근거를 이해하셨나요? 불자는 중생도, 죄인도 아닙니다. 고귀한 불보살의 가문에 어울리는 법왕자로서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수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는 다릅니다. 불자들은 절에 가면 주눅이 듭니다. 법문과 수행이 너무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연등회 등의 축제에 가면 기쁘고 활기찹니다. 

수행은 난이도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수행인 난행도(難行道)와 쉬운 수행인 이행도(易行道)입니다. 어려운 수행을 하면 실력이 쌓이기 전까지 위축되기 쉽습니다. 자신을 하근기 중생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차제에 맞는 쉬운 수행을 먼저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행도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뉩니다. 첫째는 불보살의 공덕에 의지하는 타력 수행입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염불을 통해 이생의 소원을 성취하고, 죽음 이후에는 극락에 왕생할 수 있는 쉬운 수행입니다. 둘째는 대승 경전에 대한 오종법사행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오종법사행은 원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수행입니다.

이 오종법사행은 최고의 학습법이자 포교법입니다. 『기억의 뇌과학』에서 제시하는 장기 기억 생성 4단계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부호화  →  강화  →  저장  →  인출


이 장기 기억 생성 4단계 중 부호화는 수용된 정보를 두뇌의 언어로 바꾸는 과정입니다. 이것을 오종법사행에 배대해보면 부호화는 수지(受持), 즉 법문을 듣는 과정에서 이루어집니다. 강화의 단계는 정보가 자기화된 지식으로 소화되는 과정으로 오종법사행의 독(讀), 즉 반복해서 경을 읽는 것입니다. 저장의 단계는 의지력을 활용해 지식을 단기 기억으로 저장하는 과정으로 오종법사행의 송(誦), 즉 암송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인출의 단계는 기억된 지식을 꺼내서 활용하는 과정으로 오종법사행의 서사유통(書寫流通)과 위인해설(爲人解說)이 모두 이에 해당합니다.

많은 불자들이 법문을 들으며 감동하지만, 어느 순간 수행에 정체를 느낍니다. 그들은 경전 공부만으로는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고 오해합니다. 그 원인은 ‘경전 공부’ 자체가 아니라 ‘공부 방식’에 있습니다. 

법문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듯 부호화에서 멈추거나, 법문을 듣고 감동하는 강화에서 멈추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기억하지 못하는 가르침을 생활에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적극적인 암송을 통해 저장하고 모든 감각을 활용해 지식을 인출하는 법사행으로 나아가지 않기 때문에 실천을 통한 삶의 개선이 멈추는 것입니다. 법사행을 통한 입체적인 공부 방식을 활용한다면 나와 남이 모두 함께 깨달음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의미 있는 종교 생활, 오종법사행 포교법

오종수행은 학습뿐 아니라 포교에 있어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식입니다. 어렵지 않도록 오종수행 중 자기 자신의 근기에 맞는 수행 방법을 선택해 공부하면 됩니다. 나아가 법사 마인드셋으로 오종수행을 하면 그대로 오종법사행으로 이어지기에 포교도 쉽습니다. 

수지행으로 법문을 들었다면 좋은 내용은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해보세요. 이것이 ‘수지 법사행’입니다. 매일의 기도로 독경을 실천한다면 소원 성취를 원하는 지인들에게 함께 기도하자고 권선해보세요. 이것이 ‘독경 법사행’입니다. 좋아하는 게송이 생겼다면 기꺼이 암송하고 도반들에게 함께하자고 말해보세요. 이것이 ‘암송 법사행’입니다. 독경했던 경전을 손으로 사경하거나 인터넷에 사경해보세요. 그리고 가족들에게 함께 사경하자고 권장해보세요. 이것이 ‘서사유통 법사행’입니다. 마지막으로 지인들과 부처님의 가르침을 주제로 공부 모임을 가져보세요. 이것이 ‘위인해설 법사행’의 시작입니다.

법사행을 실천하는 곳은 곧 부처님이 계신 곳과 같습니다. 호법 천신들이 공양물을 올리고, 공경하며, 음악이 연주되고, 꽃비가 내리는 축복의 현장이 됩니다. 2025년 봄 청년들은 SNS를 통해 불교박람회와 연등회를 알렸습니다. 그것은 디지털 시대에서의 불교 수행의 수지와 유통에 관한 수행이자 법사행입니다. 청년들의 종교 활동은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재미있고 의미 있어야 합니다. 

오종수행과 오종법사행은 생기 넘치는 수행이며, 진리의 길을 함께 걷는 보살행입니다. 또 오종수행을 하는 이들은 체계적인 오종수행을 통해 경전 공부를 하기에 자신감 있고 당당합니다. 또 오종수행을 통해 수준에 맞는 법사로서 역할을 실천하기 때문에 의미 있는 종교 생활이 됩니다. 이제, 자신감 있는 법사 마인드셋으로 오종법사행을 실천하면 나와 친구, 그리고 세상이 함께 성불의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원빈 스님|해인사에서 출가했다. 중앙승가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행복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경남 산청에 있는 송덕사의 주지를 맡고 있다. 저서에 『원빈 스님의 금강경에 물들다』, 『굿바이, 분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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