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굿따라 니까야』에서 말하는 7가지 행복의 재산|원빈 스님의 경전 이야기

2024-06-04

『앙굿따라 니까야』에서 말하는

7가지 행복의 재산


원빈 스님

송덕사 주지, 행복문화연구소 소장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7가지 행복의 재산

『앙굿따라 니까야(Aṅguttara Nikāya)』의 「욱가경(Ugga-sutta)」(A7:7)에서 장자 욱가(ugga)가 부처님께 재산에 대해서 질문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어느 날 장자 욱가는 부처님께 로하나(rohaṇa)의 손자 미가라(migāra)가 매우 큰 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욱가 장자에게 반문하셨습니다.


“욱가여, 로하나의 손자 미가라는 얼마나 부유하며, 얼마나 큰 재물을 가졌으며, 얼마나 큰 재산을 가졌는가?”


욱가 장자는 그가 수천만의 황금을 위시한 보물을 소유하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유형자산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치명적인 단점에 대해서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런 재물은 불과 물의 재앙이 함께하고, 왕도 함께하고, 도둑도 함께하고 싫어하는 상속인들도 함께하는 것이다.”


유형의 재물에 대해서 중생들은 욕심을 냅니다. 가지지 못하거나 빼앗기면 분노합니다. 탐진치가 함께하니 재앙이 가까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이와 결이 다른 행복의 원천이 되는 7가지 재산을 알려주시는데, 이것은 우리가 100세 시대 주목하고 준비해야 하는 무형자산입니다.


“믿음의 재산, 계의 재산, 양심과 수치심의 재산, 배움의 재산, 베풂의 재산, 통찰지의 재산, 이러한 7가지 재산을 가진 여자나 남자를 세상에서는 큰 재물을 가진 자라 하나니 신과 인간이 정복할 수 없네.”


행복의 재산을 증장시키는 배움이라는 재산

믿음, 계율, 양심, 수치심, 배움, 베풂, 통찰지의 7가지 재산 중 가장 중요한 것을 한 가지 꼽으라면 바로 배움의 재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배움으로 인해 나머지 재산이 모두 증장되고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100세 시대에 필요한 무형자산 중 으뜸을 꼽으라면 배움의 공덕입니다.


수명의 연장으로 길어진 자유 시간을 위해 무엇에 투자해야 할까요? 이 또한 배움입니다. 그 길어진 시간 동안 배우지 않는다면 얼마나 지루하고 공허할까요? 시대의 흐름에 따라 호학(好學)의 기술이 그 어떤 시대보다 더욱 중요한 시기입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지금은 독서하지 않는 시대입니다. 한국 성인의 독서량은 매우 심각할 정도로 적습니다. 이는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가까운 수준인데, 2024년 기준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 비율이 60%가 넘는다고 합니다. 특히 소득이 낮은 이들의 독서율은 더욱 심각합니다. 월평균 소득 200만 원 이하의 경우 독서율이 9.8%에 불과하다고 하니 이들의 미래가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이들은 유형자산과 무형자산 모두 준비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독서는 배움의 기둥입니다. 독서는 정신의 식사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유튜브를 비롯한 영상으로 공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정보와 흥미 위주의 정보는 패스트푸드와 같습니다. 약이 되는 식사가 아니라 독이 되는 식사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기에 독서하지 않는 것은 빈약한 정신을 만드는 근본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어른이 없는 불안한 사회를 극복하는 배우는 방법, 오종법사행

언젠가부터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어른이 없는 사회’


육체와 정신의 강건함이 부족한 상태에서 100세 인생이 도래하는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심신의 힘이 충분히 갖추어지지 않으면 경제활동을 통한 유형자산 역시 준비하기 어려우니 걱정스럽습니다. 육체와 정신이 성숙할 때 온전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고, 그 힘을 활용한 경제활동을 통해 스스로의 생존을 책임져야 어른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육체와 정신 그리고 경제적 직립, 이 삼립(三立)을 이루는 데 꼭 필요한 힘이 바로 독서, 즉 배움의 자산입니다. 『앙굿따라 니까야』의 「재산경(Dhana-Sutta)」(A7:6)에서는 배움에 대해 부처님께서 설하시는 내용이 있습니다.


“성스러운 제자는 시작도 훌륭하고 중간도 훌륭하고 끝도 훌륭하며, 의미와 표현을 구족하여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며 지극히 청정한 범행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가르침들이 있으니, 그는 그러한 가르침들을 많이 배우고 호지하고 말로써 친숙해지고 마음으로 숙고하고 견해로써 잘 꿰뚫는다. 비구들이여, 이를 일러 배움의 재산이라 한다.”


경전의 전반부는 올바른 배움에 대한 기준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정신에 충분한 영양분을 줄 수 있는 양식이 되는 가르침을 선택해야 합니다. 최소한의 검증을 거친 논문과 단행본이 기본이 될 것이고, 나아가 진리가 담긴 경전을 배운다면 건강한 정신의 식사가 될 것입니다. 후반부는 문사수(聞思修)의 과정을 통해 배움을 익히고 즐기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불교의 전통 교육법인 오종법사행-수지(受持)·독(讀)·송(誦)·서사유통(書寫流通)·위인해설(爲人解說)-에는 뇌과학의 원리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두뇌가 정보를 습득하고 성장하는 과정은 4단계로 요약됩니다. 입력과 강화 그리고 기억과 인출입니다. 학습이 이루어지려면 일단 자주 접촉해 정보가 입력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이것이 첫째인 수지(受持)입니다. 자녀들에게 독서하는 습관을 선물하고 싶다면, 거실에서 TV를 치우고 책장을 마련해야 합니다.


다음은 독(讀)과 송(誦)입니다. 독(讀)은 수지한 책을 읽고 의미를 해석하는 것입니다. 송(誦)은 암송으로써 배운 내용을 되짚어 인출해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거실에서 부모가 독서하는 모범을 보여준다면 독(讀)과 송(誦)의 습관은 자연스럽게 전달될 것입니다.


서사유통(書寫流通)의 서사(書寫)는 단순히 듣거나 읽는 것을 넘어 육근(六根)을 총동원하는 멀티 감각의 학습법입니다. 두뇌는 다양한 감각이 활용될수록 강렬한 자극을 받게 되는데, 이는 학습 효과를 높이는 데 탁월한 효능을 발휘합니다.


위인해설(爲人解說)은 반복되는 인출의 과정을 통해 장기 기억을 더욱 확고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독서했다면, 한발 더 나아가 정기적인 가족 스터디를 통해 서로가 이해한 바를 공유하고 궁금한 점을 토론한다면, 부처님의 학습법을 통해 온 가족이 배움의 자산을 지니게 되는 것입니다.


오종법사행을 통해 배움을 이어간다면 정신의 성장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고, 100세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지루할 틈이 없을 것입니다. 100세의 어느 날에도 배움을 즐거워하며 행복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100세 시대는 곧 배움의 시대가 되어야 합니다.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부처님께서 해주신 답변은 다음의 7가지 자산입니다. 믿음과 계율, 양심과 수치심, 배움과 베풂을 배워야 합니다. 이를 통해 7번째 통찰지의 자산은 자연스럽게 증장될 것입니다.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부처님께서 해주신 답변은 올바른 정보를 담고 있는 진리를 오종법사행의 방법으로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길어진 인생이 지옥이 아니라 극락이 되기 위해서는 배움이 즐겁도록 마음을 길들이고 이를 통해 삼립을 이루면 하루하루 더 성장하는 의미 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요?


원빈 스님|해인사에서 출가했다. 중앙승가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행복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경남 산청에 있는 송덕사의 주지를 맡고 있다. 저서에 『원빈 스님의 금강경에 물들다』, 『굿바이, 분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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