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화경』 「신해품」 중에서
비유하여 경사를 설하다
1.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지금 비유를 들어 이 뜻을 밝히겠나이다.
어떤 사람이 나이 어렸을 적에 아버지를 버리고 집을 나가 다른 지방에 가서 오래 살다 보니 십 년, 이십 년, 오십 년이 지나갔나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매우 가난하여 이곳저곳으로 떠돌아다니며 옷과 밥을 구하다가 우연히 본국으로 가게 되었나이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잃고 찾아다니다가 만나지 못하고 하는 수없이 어느 도시에 머물러 살게 되었나이다. 그 아버지는 부자여서 재물이 한량없으니, 금·은·유리·산호·호박·파려·진주 등이 창고마다 가득하였고, 남종·여종·상노·고용인·사무원들을 많이 거느렸으며, 코끼리·말·수레와 소와 양이 무수히 많았고, 재물이나 곡식을 거래하는 이익이 다른 나라에까지 미치어서 장사꾼과 고객이 매우 많았나이다. 그때, 아주 가난하고 헐벗은 아들은 여러 지방과 여러 마을을 떠돌아다니다가 마침내 아버지가 살고 있는 도시에 들어오게 되었나이다.
아버지는 아들과 이별한 지 오십여 년이 지난 것을 항상 기억하고 있었지만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이런 일을 말하지 아니하고 오직 혼자 마음속으로 한탄하고 걱정하였나이다.
‘나는 이제 늙고 자식은 없으니 만일 죽게 되면 창고마다 가득한 금·은의 진귀한 보배를 누구에게 전해줄 것인가’ 하면서 은근히 아들을 기다렸으며, 다시 생각하되 ‘내가 만일 아들을 만나서 재산을 전해주게 되면 마음이 기뻐서 다시는 근심과 걱정이 없으리라’ 하였나이다.
2. 세존이시여, 그때 빈궁한 아들은 품팔이를 하며 이리저리 다니다가 우연히 아버지가 사는 집의 대문 앞에 이르렀나이다.
3. 아들이 대문 앞에서 멀리 집 안을 살펴보니 보기에도 고귀한 분이 좋은 의자에 걸터앉았는데 보배궤로 발을 받쳤고, 신분이 높은 바라문과 왕족과 거사들이 모두 공경하며 둘러서서 모셨으며, 천만 냥이나 되는 값진 진주·영락으로 몸을 장엄하였고, 시종과 하인들이 흰 총채를 들고 좌우에 서서 시중들고 있었으며, 좋은 천으로 지어진 천막으로 위를 덮고 아름다운 깃발을 많이 드리웠으며, 향수를 땅에 뿌리고 아름다운 꽃을 흩었으며, 보물들을 늘어놓고 내어주고 받아들이는 이러한 장엄한 일들이 위엄과 덕이 높아 보였나이다. 빈궁한 아들은 그 아버지가 큰 세력을 가진 줄을 알고는 곧 두려운 생각을 품어 이곳에 온 것을 크게 후회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나이다.
‘저분은 틀림없이 왕이거나 혹은 왕족일 것이다. 그러니 이곳은 내가 품팔이할 곳이 아니로다. 차라리 가난한 마을에 가서 열심히 일을 하여 입을 옷과 먹을 음식을 구하는 것이 낫겠구나. 만일 이곳에서 오래 머물다가 혹 눈에 띄어 붙들리게 되면 나를 잡아 강제로 일을 시킬지도 모르겠구나’ 하고는 빨리 달아났나이다.
이때, 대부호 장자는 사자좌에서 자기 아들을 즉시 알아보고 마음이 너무 기뻐서 곧 생각하기를 ‘나의 창고마다 가득 찬 재물을 이제는 전해줄 사람이 있구나! 내가 항상 이 아들만 생각하고 기다렸으나 만날 수가 없더니, 이제 스스로 찾아왔으니 내가 원하고 바라던 것이 이루어졌도다. 나는 비록 늙었으나 재산을 아끼는 마음은 변함이 없노라’ 하고 곧 사람을 보내어 데려오도록 하였나이다.
그때, 심부름꾼이 뛰어가서 잡으니 그 빈궁한 아들이 놀라서 크게 외치기를 “나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어찌하여 붙들어 가나이까” 하였나이다. 심부름꾼이 더욱 단단히 붙들고 강제로 데려오려 하니, 그때 빈궁한 아들은 이렇게 생각하였나이다.
‘아무런 죄도 없이 붙잡혔으니 반드시 죽이려는 것이다.’ 그러자 더욱 놀랍고 무서워서 그만 땅에 넘어져 기절해버렸나이다.
아버지는 멀리서 이 광경을 보고 심부름꾼에게 말하기를 “그 사람을 억지로 붙잡아 올 것은 없다. 그 얼굴에 냉수라도 끼얹어 깨어나게 하고 제정신이 들더라도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하였나이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아들의 마음이 작고 못난 줄을 알고, 자기와 같이 신분이 높은 사람과는 어려워서 가까이할 수 없음을 짐작하였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자기 아들인 줄 알지만은 방편을 써서 다른 사람에게는 자기 아들이란 말을 하지 않고 심부름꾼을 시켜 말하기를 “내가 이제 놓아줄 터이니 너의 마음대로 가거라” 하였나이다.
빈궁한 아들은 매우 기뻐하며 땅에서 일어나 어느 가난한 마을을 찾아가서 입을 것과 먹을 것을 구하였나이다.
4. 그때, 장자는 그 아들을 타일러서 데려오려고 방편을 써서 모양이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두 사람을 은밀히 보내며 이렇게 말하였나이다.
“너희들은 거기에 가서 가난한 사람에게 말하기를 저기 좋은 일자리가 있는데 품삯은 다른 데보다 배로 준다고 하여라. 만약 가난한 사람이 허락하면 데리고 와서 일을 시키되, 만일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거든 거름을 치우는 일이라 말하고 우리 두 사람도 그대와 함께 일을 한다고 하여라.”
이때, 두 사람은 즉시 가난하고 헐벗은 사람을 찾아가서 만나보고 시키는 대로 말하였나이다. 그리하여 빈궁한 아들이 그들을 따라가 선금을 받고 거름을 치우는데, 그 아버지는 아들을 보고는 불쌍하고 안타깝게 생각하였나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창문으로 아들을 바라보니 몸은 말라 야위었고 흙과 오물이 온몸에 가득하여 더럽고 불결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지라, 아버지는 곧 진주 목걸이와 좋은 의복과 장신구를 벗어버리고 허름하고 때 묻은 옷으로 갈아입고, 흙과 먼지를 몸에 바르고 손에는 청소 도구를 들고 나가 여러 일꾼들에게 말하기를 “너희들은 부지런히 일하고 게으름을 피우지 말라” 하면서 이러한 방편으로 아들에게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나이다.
그리고는 빈궁한 아들에게 말하기를 “이 사람아, 너는 다른 데로 가지 말고 항상 여기에서 일을 하여라. 그러면 품삯도 올려줄 것이요, 또 필요한 물건이 있거든 그릇·쌀·밀가루·소금·장 할 것 없이 무엇이든지 어려워하지 말고 말하여라. 늙은 하인들이 있어서 쓸 일이 있으면 줄 것이니 걱정 말고 마음을 편안히 하여라. 나는 너의 아버지와 같으니 다시는 염려하지 말아라.
왜냐하면 나는 이미 늙었고 너는 아직 젊었으며, 너는 일할 적에 게으르거나 성내거나 속이거나 원망하는 말이 전혀 없으니 다른 일꾼들처럼 그런 나쁜 버릇이 있음을 보지 못하겠더라. 이제부터는 내가 낳은 친아들처럼 생각하겠다” 하면서 장자는 이름을 다시 지어주고 아들이라고 불렀나이다.
그때, 가난하고 헐벗은 아들은 이런 귀여움과 대우를 받는 것이 기뻤으나 전과 같이 머슴살이하는 천한 사람이라 스스로 생각하며 이십 년 동안을 항상 거름만 치우고 있었나이다.
이렇게 지낸 뒤에 마음을 서로 알고 믿게 되어 안과 밖을 어려움 없이 드나들면서도 거처하는 곳은 여전히 그전과 같았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때 장자는 병이 나서 죽을 때가 머지않았음을 알고 빈궁한 아들에게 말하였나이다.
“나에게는 지금 금은 보배가 많이 있어 창고마다 가득하니, 그 속에 있는 모든 재물과 받고 갚아야 할 것을 네가 모두 알아서 처리하여라. 나의 뜻이 이러하니 너는 나의 마음을 받아서 행하여라. 왜냐하면 지금은 나와 네가 서로 남남이 아니므로 부디 이 보물들을 굳게 지켜 허비하지 말고 잃지 않도록 하라.”
이때, 빈궁한 아들은 즉시 명령을 받고 금은보배의 여러 가지 재산과 창고를 맡았으나, 한 가지도 욕심을 내지 않고 거처하는 곳도 예전 그대로이며, 천하고 못났다는 마음 또한 아직 버리지 않고 있었나이다.
5. 다시 얼마를 지난 뒤에 아버지는 아들의 마음이 점점 열리고 커져서 큰 뜻을 가지게 되어 지난날의 비천하고 못났던 마음을 스스로 뉘우치고 있음을 알게 되었나이다. 그 아버지가 죽을 때에 이르러 아들을 시켜 친척과 국왕과 대신과 무사들과 거사들을 모이게 하고, 그들이 다 모인 뒤에 이렇게 선언하였나이다.
“여러분은 마땅히 아시라. 이 아이는 나의 아들이요 내가 낳았으나, 어느 성안에서 나를 버리고 도망하여 오십여 년 동안 외롭게 떠돌아다니며 온갖 고생을 다하였소. 이 아이의 본래 이름은 아무개이고 내 본래 이름은 아무개요. 예전부터 본래 있던 성에서 무척 걱정하며 찾으려고 애를 썼는데 우연히 이곳에서 만나게 되었소. 이 아이는 참으로 나의 아들이요 나는 그의 아버지이니, 지금부터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은 다 이 아들의 소유가 되며 먼저부터 주고받던 것도 모두 이 아들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오.”
세존이시여, 이때 빈궁한 아들은 아버지의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일찍이 없던 것을 얻고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는 본래부터 바라는 마음이 없었건만 이제 보배창고가 저절로 들어왔도다” 하였나이다.
앞의 비유를 통합하다
1. 세존이시여, 큰 부자인 장자는 곧 여래이시고 저희들은 모두 부처님의 아들과 같사오니, 여래께서 항상 말씀하시기를 저희들을 아들이라고 하시었나이다.
『법화경』 「신해품」 중에서
비유하여 경사를 설하다
1.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지금 비유를 들어 이 뜻을 밝히겠나이다.
어떤 사람이 나이 어렸을 적에 아버지를 버리고 집을 나가 다른 지방에 가서 오래 살다 보니 십 년, 이십 년, 오십 년이 지나갔나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매우 가난하여 이곳저곳으로 떠돌아다니며 옷과 밥을 구하다가 우연히 본국으로 가게 되었나이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잃고 찾아다니다가 만나지 못하고 하는 수없이 어느 도시에 머물러 살게 되었나이다. 그 아버지는 부자여서 재물이 한량없으니, 금·은·유리·산호·호박·파려·진주 등이 창고마다 가득하였고, 남종·여종·상노·고용인·사무원들을 많이 거느렸으며, 코끼리·말·수레와 소와 양이 무수히 많았고, 재물이나 곡식을 거래하는 이익이 다른 나라에까지 미치어서 장사꾼과 고객이 매우 많았나이다. 그때, 아주 가난하고 헐벗은 아들은 여러 지방과 여러 마을을 떠돌아다니다가 마침내 아버지가 살고 있는 도시에 들어오게 되었나이다.
아버지는 아들과 이별한 지 오십여 년이 지난 것을 항상 기억하고 있었지만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이런 일을 말하지 아니하고 오직 혼자 마음속으로 한탄하고 걱정하였나이다.
‘나는 이제 늙고 자식은 없으니 만일 죽게 되면 창고마다 가득한 금·은의 진귀한 보배를 누구에게 전해줄 것인가’ 하면서 은근히 아들을 기다렸으며, 다시 생각하되 ‘내가 만일 아들을 만나서 재산을 전해주게 되면 마음이 기뻐서 다시는 근심과 걱정이 없으리라’ 하였나이다.
2. 세존이시여, 그때 빈궁한 아들은 품팔이를 하며 이리저리 다니다가 우연히 아버지가 사는 집의 대문 앞에 이르렀나이다.
3. 아들이 대문 앞에서 멀리 집 안을 살펴보니 보기에도 고귀한 분이 좋은 의자에 걸터앉았는데 보배궤로 발을 받쳤고, 신분이 높은 바라문과 왕족과 거사들이 모두 공경하며 둘러서서 모셨으며, 천만 냥이나 되는 값진 진주·영락으로 몸을 장엄하였고, 시종과 하인들이 흰 총채를 들고 좌우에 서서 시중들고 있었으며, 좋은 천으로 지어진 천막으로 위를 덮고 아름다운 깃발을 많이 드리웠으며, 향수를 땅에 뿌리고 아름다운 꽃을 흩었으며, 보물들을 늘어놓고 내어주고 받아들이는 이러한 장엄한 일들이 위엄과 덕이 높아 보였나이다. 빈궁한 아들은 그 아버지가 큰 세력을 가진 줄을 알고는 곧 두려운 생각을 품어 이곳에 온 것을 크게 후회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나이다.
‘저분은 틀림없이 왕이거나 혹은 왕족일 것이다. 그러니 이곳은 내가 품팔이할 곳이 아니로다. 차라리 가난한 마을에 가서 열심히 일을 하여 입을 옷과 먹을 음식을 구하는 것이 낫겠구나. 만일 이곳에서 오래 머물다가 혹 눈에 띄어 붙들리게 되면 나를 잡아 강제로 일을 시킬지도 모르겠구나’ 하고는 빨리 달아났나이다.
이때, 대부호 장자는 사자좌에서 자기 아들을 즉시 알아보고 마음이 너무 기뻐서 곧 생각하기를 ‘나의 창고마다 가득 찬 재물을 이제는 전해줄 사람이 있구나! 내가 항상 이 아들만 생각하고 기다렸으나 만날 수가 없더니, 이제 스스로 찾아왔으니 내가 원하고 바라던 것이 이루어졌도다. 나는 비록 늙었으나 재산을 아끼는 마음은 변함이 없노라’ 하고 곧 사람을 보내어 데려오도록 하였나이다.
그때, 심부름꾼이 뛰어가서 잡으니 그 빈궁한 아들이 놀라서 크게 외치기를 “나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어찌하여 붙들어 가나이까” 하였나이다. 심부름꾼이 더욱 단단히 붙들고 강제로 데려오려 하니, 그때 빈궁한 아들은 이렇게 생각하였나이다.
‘아무런 죄도 없이 붙잡혔으니 반드시 죽이려는 것이다.’ 그러자 더욱 놀랍고 무서워서 그만 땅에 넘어져 기절해버렸나이다.
아버지는 멀리서 이 광경을 보고 심부름꾼에게 말하기를 “그 사람을 억지로 붙잡아 올 것은 없다. 그 얼굴에 냉수라도 끼얹어 깨어나게 하고 제정신이 들더라도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하였나이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아들의 마음이 작고 못난 줄을 알고, 자기와 같이 신분이 높은 사람과는 어려워서 가까이할 수 없음을 짐작하였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자기 아들인 줄 알지만은 방편을 써서 다른 사람에게는 자기 아들이란 말을 하지 않고 심부름꾼을 시켜 말하기를 “내가 이제 놓아줄 터이니 너의 마음대로 가거라” 하였나이다.
빈궁한 아들은 매우 기뻐하며 땅에서 일어나 어느 가난한 마을을 찾아가서 입을 것과 먹을 것을 구하였나이다.
4. 그때, 장자는 그 아들을 타일러서 데려오려고 방편을 써서 모양이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두 사람을 은밀히 보내며 이렇게 말하였나이다.
“너희들은 거기에 가서 가난한 사람에게 말하기를 저기 좋은 일자리가 있는데 품삯은 다른 데보다 배로 준다고 하여라. 만약 가난한 사람이 허락하면 데리고 와서 일을 시키되, 만일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거든 거름을 치우는 일이라 말하고 우리 두 사람도 그대와 함께 일을 한다고 하여라.”
이때, 두 사람은 즉시 가난하고 헐벗은 사람을 찾아가서 만나보고 시키는 대로 말하였나이다. 그리하여 빈궁한 아들이 그들을 따라가 선금을 받고 거름을 치우는데, 그 아버지는 아들을 보고는 불쌍하고 안타깝게 생각하였나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창문으로 아들을 바라보니 몸은 말라 야위었고 흙과 오물이 온몸에 가득하여 더럽고 불결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지라, 아버지는 곧 진주 목걸이와 좋은 의복과 장신구를 벗어버리고 허름하고 때 묻은 옷으로 갈아입고, 흙과 먼지를 몸에 바르고 손에는 청소 도구를 들고 나가 여러 일꾼들에게 말하기를 “너희들은 부지런히 일하고 게으름을 피우지 말라” 하면서 이러한 방편으로 아들에게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나이다.
그리고는 빈궁한 아들에게 말하기를 “이 사람아, 너는 다른 데로 가지 말고 항상 여기에서 일을 하여라. 그러면 품삯도 올려줄 것이요, 또 필요한 물건이 있거든 그릇·쌀·밀가루·소금·장 할 것 없이 무엇이든지 어려워하지 말고 말하여라. 늙은 하인들이 있어서 쓸 일이 있으면 줄 것이니 걱정 말고 마음을 편안히 하여라. 나는 너의 아버지와 같으니 다시는 염려하지 말아라.
왜냐하면 나는 이미 늙었고 너는 아직 젊었으며, 너는 일할 적에 게으르거나 성내거나 속이거나 원망하는 말이 전혀 없으니 다른 일꾼들처럼 그런 나쁜 버릇이 있음을 보지 못하겠더라. 이제부터는 내가 낳은 친아들처럼 생각하겠다” 하면서 장자는 이름을 다시 지어주고 아들이라고 불렀나이다.
그때, 가난하고 헐벗은 아들은 이런 귀여움과 대우를 받는 것이 기뻤으나 전과 같이 머슴살이하는 천한 사람이라 스스로 생각하며 이십 년 동안을 항상 거름만 치우고 있었나이다.
이렇게 지낸 뒤에 마음을 서로 알고 믿게 되어 안과 밖을 어려움 없이 드나들면서도 거처하는 곳은 여전히 그전과 같았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때 장자는 병이 나서 죽을 때가 머지않았음을 알고 빈궁한 아들에게 말하였나이다.
“나에게는 지금 금은 보배가 많이 있어 창고마다 가득하니, 그 속에 있는 모든 재물과 받고 갚아야 할 것을 네가 모두 알아서 처리하여라. 나의 뜻이 이러하니 너는 나의 마음을 받아서 행하여라. 왜냐하면 지금은 나와 네가 서로 남남이 아니므로 부디 이 보물들을 굳게 지켜 허비하지 말고 잃지 않도록 하라.”
이때, 빈궁한 아들은 즉시 명령을 받고 금은보배의 여러 가지 재산과 창고를 맡았으나, 한 가지도 욕심을 내지 않고 거처하는 곳도 예전 그대로이며, 천하고 못났다는 마음 또한 아직 버리지 않고 있었나이다.
5. 다시 얼마를 지난 뒤에 아버지는 아들의 마음이 점점 열리고 커져서 큰 뜻을 가지게 되어 지난날의 비천하고 못났던 마음을 스스로 뉘우치고 있음을 알게 되었나이다. 그 아버지가 죽을 때에 이르러 아들을 시켜 친척과 국왕과 대신과 무사들과 거사들을 모이게 하고, 그들이 다 모인 뒤에 이렇게 선언하였나이다.
“여러분은 마땅히 아시라. 이 아이는 나의 아들이요 내가 낳았으나, 어느 성안에서 나를 버리고 도망하여 오십여 년 동안 외롭게 떠돌아다니며 온갖 고생을 다하였소. 이 아이의 본래 이름은 아무개이고 내 본래 이름은 아무개요. 예전부터 본래 있던 성에서 무척 걱정하며 찾으려고 애를 썼는데 우연히 이곳에서 만나게 되었소. 이 아이는 참으로 나의 아들이요 나는 그의 아버지이니, 지금부터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은 다 이 아들의 소유가 되며 먼저부터 주고받던 것도 모두 이 아들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오.”
세존이시여, 이때 빈궁한 아들은 아버지의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일찍이 없던 것을 얻고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는 본래부터 바라는 마음이 없었건만 이제 보배창고가 저절로 들어왔도다” 하였나이다.
앞의 비유를 통합하다
1. 세존이시여, 큰 부자인 장자는 곧 여래이시고 저희들은 모두 부처님의 아들과 같사오니, 여래께서 항상 말씀하시기를 저희들을 아들이라고 하시었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