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이 아프다면 더 걸어라!
정희섭
한의사, 경희한의원 원장
성장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과 시간이 있다
어릴 적 시골 개울에서 물고기와 가재 잡이를 하면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냈는데 가재를 잡으러 굴을 파거나 돌을 넘기면 불그레한 녀석을 잡느라 집게 발가락에 물리는 아픔은 무던하던 시절이 있었다.
가재의 껍질은 당연히 딱딱하다는 믿음에, 언젠가 말랑한 가재의 촉감은 어린 기억에 적잖은 충격이었다. 탈피의 개념을 모르던 그때 당연히 딱딱하고 반질반질해야 하는 촉감에서 물컹한 느낌은 상식의 파괴로 지금도 기억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갑각류나 곤충 같은 외골격을 지닌 동물들을 보면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탈피하게 된다. 딱딱한 기존의 외피를 벗어던지고 취약하고 유연한 몸이 되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좀 더 성장한 상태로 새롭게 딱딱한 외피를 형성하게 된다. 탈피 때는 가장 무력해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가능성이 높은 아주 위험한 시기임에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성장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사람도 성장 과정에서 형태는 다르지만 비슷한 고난 과정을 거친다. 가령 테니스를 하는 사람은 테니스 엘보를, 마라톤을 하는 사람은 무릎 관절통을 통과의례처럼 겪고 난 후 지금의 단단한 몸이 되었을 텐데 일반인은 그 사람의 타고난 재능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몸은 자극과 반응으로 현 상황을 대표한다
우리 몸은 자극과 반응으로 현 상황을 대표한다. 즉 평소 무거운 것을 들거나 멀리 걸을 일이 없다면 해당 근육은 존재 의미가 없고 에너지만 낭비하는 천덕꾸러기가 되므로 인체는 그 부분을 퇴화시켜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에너지는 생명활동의 근원이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과 저장에 대한 집착은 매우 강한 편이다. 자동차도 경제속도가 있어 연료 소모에 최적화하려는 것처럼 인체도 에너지 소모에서 가성비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화되어왔다. 더 큰 부하나 작용이 없다면 인체는 구조적 성장을 할 동기가 없어진다. 만약 규칙적인 노동이나 격한 운동을 시작하게 된다면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평소 5kg을 들던 사람이 10kg을 들게 되거나 잘 걷지 않던 사람이 10km를 뛰게 된다면 인체는 비상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마치 나태해진 부대에 투 스타인 소장이 갑자기 방문한 것과 같이 부산스러워진다.
운동 후 나타나는 근육통은 일종의 성장통
일단 근육은 평소보다 더 많은 부하를 담당하기 위해 근육 섬유를 더 많이 확충해 볼륨을 키운다.1) 아울러 내연기관에 연료가 많이 분사되는 만큼 비례해서 산소가 더 소모되는 것처럼, 인체도 심, 폐 기능을 동시에 업그레이드해야만 한다. 호흡이나 심혈관 순환에 방해되는 요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배제하고 혈류와 호흡의 최적화를 이루게 된다.
근육은 작은 근막 단위에 싸여 있는데 운동 부하가 증가함에 따라 그것을 감당할 근육 섬유가 증가함에 따라 부피의 팽창이 이뤄지게 되고 기존의 근막은 이를 감당할 수 없어 파열이 발생하게 된다. 임산부나 갑자기 체중이 증가하면 피부가 트는 현상과 비슷하다. 파열로 인한 손상은 염증과 통증이라는 회복 과정을 거쳐 더 큰 근육을 지탱하는 단위로 재형성된다.
파열이나 폐쇄 등으로 새로운 혈관을 생성할 이유가 생기면 프로스타글란딘, 히스타민 등이 분비되어 혈류 순환을 촉진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염증(피가 많이 몰리는 과정)과 통증(안정을 위함)이 유발된다.2) 그래서 운동 후에 나타나는 근육통은 일종의 성장통이며 심한 경우 관절 부위의 힘줄에도 영향을 미쳐 마치 관절질환으로 착각하게 한다.
걱정 말고 걸어라!
염증의 부산물인 분비물이 관절에 쌓여 물이 차기도 하고 벌겋게 열이 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걱정할 것이 아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저절로 좋아지는데 일부 전문가가 과잉 대응해 겁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일상적이고 흔한 운동 후에 나타나는 증상들을 연골이 닳느니, 관절이 나간다느니, 힘줄이 끊어진다느니 해서 걱정 아닌 걱정을 하게 해 운동에 대한 자신감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좋아질 기회를 스스로 놓아버리는 경우를 허다하게 본다.
물론 교통사고처럼 외부 원인으로 심한 손상을 받은 경우는 복구 과정의 안정을 위해 운동을 제한하거나 수술 등이 필요할 수 있고, 뼈나 관절 자체의 질환(감염, 결핵 등) 등은 그것에 합당한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보통의 일상에서 과격한 운동을 하는 선수들이나 힘든 노동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흔하게 발생하지는 않는다. 일 년 내내 육식동물을 피해 사바나 초원을 달리는 초식동물과 이를 잡기 위해 시속 110km를 질주하는 치타가 받는 관절의 충격과 피로는 상상을 초월할진대 왜 관절이 더 튼튼한지를 생각해보라.
무릎이 아파 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에게 오늘도 더 많이 걸으라고 한다.
아픔(통증)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주저앉으라는 것이 아닌, 그것을 헤쳐 나가서 얻을 더 큰 건강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참고 문헌>
1) 『Marniti 핵심 해부생리학』, Frederic H. Martini 지음, 윤호 옮김, 바이오사이언스, p188
『생명의 원리』, David M. Hills 지음, 김원 옮김, 라이프사이언스, p685
2) 『Stryer 핵심 생화학』, Lubert Stryer 외 지음, 유진철·임정빈 옮김, 범문에듀케이션, p612
『생명의 원리』, David M. Hills 지음, 김원 옮김, 라이프사이언스, p800~801
정희섭|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에서 수련의 과정을 이수했다. 현재 경희한의원 원장을 맡고 있다.
무릎이 아프다면 더 걸어라!
정희섭
한의사, 경희한의원 원장
성장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과 시간이 있다
어릴 적 시골 개울에서 물고기와 가재 잡이를 하면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냈는데 가재를 잡으러 굴을 파거나 돌을 넘기면 불그레한 녀석을 잡느라 집게 발가락에 물리는 아픔은 무던하던 시절이 있었다.
가재의 껍질은 당연히 딱딱하다는 믿음에, 언젠가 말랑한 가재의 촉감은 어린 기억에 적잖은 충격이었다. 탈피의 개념을 모르던 그때 당연히 딱딱하고 반질반질해야 하는 촉감에서 물컹한 느낌은 상식의 파괴로 지금도 기억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갑각류나 곤충 같은 외골격을 지닌 동물들을 보면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탈피하게 된다. 딱딱한 기존의 외피를 벗어던지고 취약하고 유연한 몸이 되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좀 더 성장한 상태로 새롭게 딱딱한 외피를 형성하게 된다. 탈피 때는 가장 무력해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가능성이 높은 아주 위험한 시기임에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성장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사람도 성장 과정에서 형태는 다르지만 비슷한 고난 과정을 거친다. 가령 테니스를 하는 사람은 테니스 엘보를, 마라톤을 하는 사람은 무릎 관절통을 통과의례처럼 겪고 난 후 지금의 단단한 몸이 되었을 텐데 일반인은 그 사람의 타고난 재능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몸은 자극과 반응으로 현 상황을 대표한다
우리 몸은 자극과 반응으로 현 상황을 대표한다. 즉 평소 무거운 것을 들거나 멀리 걸을 일이 없다면 해당 근육은 존재 의미가 없고 에너지만 낭비하는 천덕꾸러기가 되므로 인체는 그 부분을 퇴화시켜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에너지는 생명활동의 근원이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과 저장에 대한 집착은 매우 강한 편이다. 자동차도 경제속도가 있어 연료 소모에 최적화하려는 것처럼 인체도 에너지 소모에서 가성비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화되어왔다. 더 큰 부하나 작용이 없다면 인체는 구조적 성장을 할 동기가 없어진다. 만약 규칙적인 노동이나 격한 운동을 시작하게 된다면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평소 5kg을 들던 사람이 10kg을 들게 되거나 잘 걷지 않던 사람이 10km를 뛰게 된다면 인체는 비상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마치 나태해진 부대에 투 스타인 소장이 갑자기 방문한 것과 같이 부산스러워진다.
운동 후 나타나는 근육통은 일종의 성장통
일단 근육은 평소보다 더 많은 부하를 담당하기 위해 근육 섬유를 더 많이 확충해 볼륨을 키운다.1) 아울러 내연기관에 연료가 많이 분사되는 만큼 비례해서 산소가 더 소모되는 것처럼, 인체도 심, 폐 기능을 동시에 업그레이드해야만 한다. 호흡이나 심혈관 순환에 방해되는 요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배제하고 혈류와 호흡의 최적화를 이루게 된다.
근육은 작은 근막 단위에 싸여 있는데 운동 부하가 증가함에 따라 그것을 감당할 근육 섬유가 증가함에 따라 부피의 팽창이 이뤄지게 되고 기존의 근막은 이를 감당할 수 없어 파열이 발생하게 된다. 임산부나 갑자기 체중이 증가하면 피부가 트는 현상과 비슷하다. 파열로 인한 손상은 염증과 통증이라는 회복 과정을 거쳐 더 큰 근육을 지탱하는 단위로 재형성된다.
파열이나 폐쇄 등으로 새로운 혈관을 생성할 이유가 생기면 프로스타글란딘, 히스타민 등이 분비되어 혈류 순환을 촉진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염증(피가 많이 몰리는 과정)과 통증(안정을 위함)이 유발된다.2) 그래서 운동 후에 나타나는 근육통은 일종의 성장통이며 심한 경우 관절 부위의 힘줄에도 영향을 미쳐 마치 관절질환으로 착각하게 한다.
걱정 말고 걸어라!
염증의 부산물인 분비물이 관절에 쌓여 물이 차기도 하고 벌겋게 열이 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걱정할 것이 아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저절로 좋아지는데 일부 전문가가 과잉 대응해 겁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일상적이고 흔한 운동 후에 나타나는 증상들을 연골이 닳느니, 관절이 나간다느니, 힘줄이 끊어진다느니 해서 걱정 아닌 걱정을 하게 해 운동에 대한 자신감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좋아질 기회를 스스로 놓아버리는 경우를 허다하게 본다.
물론 교통사고처럼 외부 원인으로 심한 손상을 받은 경우는 복구 과정의 안정을 위해 운동을 제한하거나 수술 등이 필요할 수 있고, 뼈나 관절 자체의 질환(감염, 결핵 등) 등은 그것에 합당한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보통의 일상에서 과격한 운동을 하는 선수들이나 힘든 노동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흔하게 발생하지는 않는다. 일 년 내내 육식동물을 피해 사바나 초원을 달리는 초식동물과 이를 잡기 위해 시속 110km를 질주하는 치타가 받는 관절의 충격과 피로는 상상을 초월할진대 왜 관절이 더 튼튼한지를 생각해보라.
무릎이 아파 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에게 오늘도 더 많이 걸으라고 한다.
아픔(통증)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주저앉으라는 것이 아닌, 그것을 헤쳐 나가서 얻을 더 큰 건강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참고 문헌>
1) 『Marniti 핵심 해부생리학』, Frederic H. Martini 지음, 윤호 옮김, 바이오사이언스, p188
『생명의 원리』, David M. Hills 지음, 김원 옮김, 라이프사이언스, p685
2) 『Stryer 핵심 생화학』, Lubert Stryer 외 지음, 유진철·임정빈 옮김, 범문에듀케이션, p612
『생명의 원리』, David M. Hills 지음, 김원 옮김, 라이프사이언스, p800~801
정희섭|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에서 수련의 과정을 이수했다. 현재 경희한의원 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