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피하려면 저속 노화 위해 노력해야|일상 속 건강 지키기

2024-09-19

치매 피하려면 

저속 노화 위해 노력해야


김시효

가정의학과 전문의, 한의사

12년간 치매 환자만 보면서 깨달은 이것, 

깜빡깜빡한다면 저속 노화 열차로 바꿔 타야!

“세월 참 빠르다!” 특히 나이 든 사람들이 이런 말을 자주 하게 된다. 노화 자체가 가속도가 붙는 가속 열차이기 때문이다. 저속 노화로 가고 있는 열차도 가속도가 붙어 어느 시점에 이르면 고속 노화로 접어들게 된다. 지난 10년간 늙은 느낌만큼만 늙게 되는 것이 아니고, 앞으로 10년은 몇 배나 더 빠른 속도로 늙게 된다.

이런 이유로 열차의 속도가 붙기 전인 저속으로 달리고 있을 때부터 더 저속 열차로 갈아타야 한다. 저속 열차는 노화를 느리게 진행되게 하는 좋은 생활 습관을 말한다. 좋은 생활 습관은 노화로 가는 저속 열차를, 나쁜 생활 습관은 빨리 노화가 진행되는 고속 열차를 탄 것이다. 

저속 열차와 고속 열차의 속도 차이가 처음에는 크지 않다. 그러나 고속 열차를 타면 비교적 젊은 나이에 속도감을 느끼고 몸이 나빠지는 것을 느낀다. 이후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진다. 노화 속도가 빨라지면 노화 속도를 늦추기 어렵다. 속도가 붙기 전에 빨리 갈아탈수록 노화를 느끼는 나이를 뒤로 미룰 수 있다.


치매 피하려면 건강할 때부터 예방하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중요

특히 치매는 치매가 되기 바로 전인 경도인지장애일 때 속도를 늦추려고 노력해도 늦다. 이미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기 때문이다. 경도인지장애의 기간은 6년에서 10년으로 평균 8년 정도이다. 경도인지장애가 의심된다면 평균적으로 약 4년 뒤에 치매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치매의 전전 단계이며 경도인지장애의 바로 전 단계를 주관적 인지장애라 한다. 주관적 인지장애의 기간을 객관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경도인지장애의 약 두 배 기간인 평균 16년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75세에 치매가 온 사람의 노화 과정을 예를 들어 역으로 추정해보자. 의학적으로 이런 과정이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많은 치매 환자를 치료하면서 필자가 추정해본 것이다. 내가 어디쯤 가고 있고, 이대로 살면 몇 년쯤 후에 치매가 될 가능성이 있는가를 따져볼 수 있는 최초이면서 유용한 예측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치매가 되기 약 8년 전인 67세쯤부터 경도인지장애였을 가능성이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초기, 중기, 말기가 있다. 경도인지장애 초기에는 치매와 비슷한 증상으로 간혹 실수할 수 있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일 정도는 아니다. 중기는 가까운 사람들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낄 수 있는 기간이다. 경도인지장애 말기가 되면 기억력 등이 떨어져 실수하는 경우가 늘어 가까운 사람들이 걱정하게 된다.

주관적 인지장애는 경도인지장애의 약 두 배에 가까운 기간인 평균 16년 정도로 큰 문제를 일으키거나 실수를 하지는 않지만, 예민하면 약 51세쯤부터 예전보다 작업 능률이 떨어지고 쉽게 피곤을 느끼며 머리가 둔해졌다는 것을 자주 느끼기 시작하는 나이다. 주관적 인지장애를 느낀다면 대체로 중간쯤 진행된 59세쯤으로 볼 수 있다. 8년이 지나 67세부터는 경도인지장애가 되고 75세에 치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예측을 바탕으로 지금 내가 주관적 인지장애인지, 경도인지장애인지를 따져보고, 이렇게 시작한 나이가 언제인지를 따져 지금 내가 어디를 가고 있는지를 추측해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주관적 인지장애나 경도인지장애가 시작되는 시점을 알 수 없다. 그래서 평소에 내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를 미리 알고 대비해야 한다. 

경도인지장애라면 적극적인 치매 예방 노력과 함께 뇌세포 재활 치료를 지속적으로 해야 하고, 주관적 인지장애 역시 치매 예방 노력과 함께 뇌세포 재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주관적 인지장애의 전 단계인 단순 건망증이 나타난다면, 적극적인 치매 예방 노력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경도인지장애는 객관적인 노화 고속 열차를 탄 상태이며, 주관적 인지장애는 주관적인 노화 고속 열차를 탄 상태라고 보면 된다. 

치매는 난치병이다. “치매다! 아직 치매가 아니다!”라는 정확한 진단은 중요하지 않다. 치매로 가는 열차에 타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지만, 치매로 가는 고속 열차에 탄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저속 열차로 빨리 갈아타고 뇌세포 재활치료를 받는 노력이 무척 중요하다.  


김시효(전, 김철수)|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으며, 경희대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한의사 면허를 취득했다. 현재 김시효의원한의원 대표로 있으면서 뇌건강 및 만성질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치매 예방 및 치료에 힘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 『뇌세포 재활로 치매치료 가능하다』, 『동네 병원 의사 김철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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