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소중하게 대접하는 만큼
음식도 귀하게 먹고 있나?
금나나
동국대학교 과학영재교육원장
수많은 다이어트를 해봤다. 그러다 보니 음식이 건강뿐 아니라 정서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가 먹는 것은 에너지 제공에 그치지 않고 정신, 신체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흔히 “나는 소중하다”고 말한다.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자신을 소중하게 대접하는 만큼 음식도 귀하게 먹고 있나? 새해가 되면 헬스장도 등록하고 다이어트를 작심하곤 한다. 다이어트는 힘든 과정을 견뎌내야 한다. 우리 주위엔 음식과 맛에 대한 유혹이 너무 많기 때문이 다. 돈만 많고 살만 안 찌면 모두 먹고 싶다. 예전엔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다 하버드 보건대학원에서 영양학을 공부하며 많이 바뀌었다. 그곳에는 자기가 연구하는 대로 실천하면서 생활하는 분이 많다. 붉은 고기는 절대로 먹지 않고 흰밥 대신 현미밥을 먹는 식이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있다 보니 내게도 변화가 생겼다. 미국에서는 현대인의 무절제한 식습관에 반해서 마음챙김 다이어트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마음챙김 다이어트란 지금 이 순간에 우리가 무엇을 먹는지 최대한 자각하면서 먹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먹는지 충분히 인지하면서 먹으니 많이 먹지 않을 수 있다.
맛의 유혹이 무엇이기에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할까. 맛이라는 것은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 맛을 보고 먹을 수 있는 건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이다. 우리는 맛을 느낌으로써, 음식을 먹으니 소화할 준비를 하라는 신호를 뇌에 보내게 된다.
혀에서 느끼는 맛에는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감칠맛의 5가지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선천적으로 쓴맛을 싫어하고 단맛과 짠맛을 선호한다. 진화의 산물이다. 어린아이들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단맛을 좋아한다. 우리 뇌는 몸무게에서 2%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기초대사량의 20%를 소비한다. 그런데 뇌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당이다. 그래서 우리는 단맛을 선호하도록 진화했다. 짠맛을 대표하는 나트 륨은 우리 몸에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수분 균형, 혈압 조절, 근육 운 동이나 신경을 전달하는 데 중요 역할을 담당한다. 반드시 먹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짠맛을 좋아하도록 진화한 것이다. 감칠맛은 어떤가. 감칠맛이 잘 드러나는 육수는 단백질을 이용해서 만든 것이다. 단백질은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한 성분이므로, 감칠맛을 좋아하는 우리 입맛 역시 진화의 산물이라 볼 수 있다. 신 맛과 쓴맛에 대한 미각 또한 우리가 생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보호 메커니 즘이다. 신맛을 통해 우리는 부패한 음식을 감지해낼 수 있고, 쓴맛은 독극물을 포함한 유독 물질을 피할 수 있게 해준다. 침팬지와 인간을 구별하는 중요한 요 소 가운데 하나가 쓴맛에 대한 민감도라고 한다. 침팬지는 매우 민감한 데 비해 인간은 어느 정도 쓴 것은 먹을 수 있다. 일부러 쓴 음식을 먹기도 하지 않는가. 화식(火食)은 인간이 이처럼 쓴 것을 먹게 되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화식을 하면서 쓴맛의 민감도가 많이 떨어졌다. 생감자는 쓴맛이 매우 강하지만 화식으 로 먹으면 구수해진다. 화식 덕에 우리 인간은 다양한 음식을 먹게 되었다. 이처 럼 화식은 인간이 진화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날것을 먹을 때는 씹고 소 화, 흡수하는 데만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비되었으므로 두뇌가 많은 에너지를 제공받지 못했다. 하지만 화식을 한 후로 인간의 두뇌는 충분한 에너지를 제공받 을 수 있었고, 인류의 두뇌는 급격히 발달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이들은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감칠맛의 오미에다 지방 맛을 더해 육미를 말하곤 한다. 두툼한 참칫살이나 쇠고기 마블링, 삼겹살 등에서 찾을 수 있는 맛이다.
혀는 어떻게 맛을 느낄까? 혀에서 맛을 감지하면 두뇌에 전기신호를 보낸다. 혀에는 오톨도톨한 돌기가 있고 이 돌기 옆면에 미뢰라는 것이 있다. 이것을 확대해 보면 양파 모양으로 생긴 것이 있는데, 바로 여기에 맛을 느낄 수 있는 세포가 있다. 세포 표면에는 주머니 같은 것이 있다. 단맛을 내는 입자, 쓴맛을 내는 입자가 다 다르게 생겼는데, 그것들을 받아들이는 주머니 모양도 각기 다르다. 이 주머니에 맛을 내는 입자가 달라붙으면 세포에서 발생한 전기신호가 뇌로 전 달된다. 우리는 어렸을 때, 혀의 특정 부분이 특정한 맛을 느낀다고 배웠다. 하지만 사실은 혀의 모든 부분이 6가지 맛을 모두 느낀다.
그렇다면 매운맛은 맛이 아닌가? 양파는 먹지 않고 썰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 즉 매운 것은 미각이 아니라 통각이다.
풍미란 무엇인가? 우린 맛과 풍미를 같은 뜻으로 쓰곤 하지만 완전히 다른 용어다. 혀에서만 느껴지는 오미(혹은 육미)가 맛이고, 풍미는 ‘맛’에다 ‘향’(바닐라 향, 치즈 향 등 코에서 느끼는)과 ‘식감’(쫀득하다, 퍽퍽하다 등)을 더한 것이다. 즉 풍미란 맛과 향, 식감 등 음식에 관한 전반적인 느낌을 말한다. 포도 맛, 바나나 맛, 사과 맛 등 여러 가지 사탕을 코를 막은 채 먹으면 단맛만 느낄 뿐이다. 혀가 느낄 수 있는 맛은 육미밖에 없으니까. 코를 막지 않고 먹어야 각기 다른 과일 맛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향이 중요한 이유는? 향은 자신의 주변이 안전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감지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좋은 향이 나면 머물러도 괜찮은 환경이지만 썩은 내 가 나면 피해야 하는 환경이라는 뜻이다. 후각은 미각보다 재빠르게 환경에 대한 위험도를 알게 해준다. 그래서 동물의 후각이 그처럼 발달한 것이다. 그런데 후 각이 특히 중요한 부분은 후각이 연결되는 두뇌 부위가 기억과 감성이라는 점이 다. 가령 길을 걷다가 군고구마 냄새를 맡게 되면 옛 추억이 떠오른다. 된장찌개 냄새가 풍겨오면 어린 시절 엄마와의 추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냄새는 당시 감성 을 생성하게 기억으로 남도록 작용한다. 이처럼 맛을 느끼는 데는 후각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풍미 같은 게 없이 맛만 본다면 맥주를 마셔도 시원한 맛밖에 느끼지 못할 것이다.
요새 ‘단짠단짠 증후군’이라고들 한다. 밥을 먹다 보면 김치가 먹고 싶고, 다 먹고 나면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 우리는 단맛과 짠맛에 중독되어 있다. 왜일까? 달거나 짠 음식을 먹으면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이 도파민이 분비되면 우리는 기쁘고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두뇌가 좋은 느낌을 자꾸 갈망하게 되므로 달고 짠 음식의 유혹에 매번 당하는 것이다. 단맛의 중독성이 얼마나 강하냐면, 설탕을 먹었을 때와 코카인을 복용했을 때 자극을 받는 두뇌 부분이 같다고 한다. 그래서 설탕은 마약과도 같다고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실험 결과도 있다. 코카인에 중독된 쥐에게 설탕과 코카인을 주자 94%의 쥐가 설탕을 선택했 다고 한다. 그만큼 단맛에 대한 중독이 마약보다 강하다.
단맛과 짠맛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서히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도 요즘 염분 섭취 과다로 인한 심혈관 질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짠맛 적게 섭취하기 운동이 일고 있다. 그 일환으로 패스트푸트점에서 실험을 했는데, 음식에 들어가는 나트륨을 서서히 줄이니 소비자가 그 차이를 모르더란다. 금 단현상도 크게 걱정할 것 없다. 기력이 없고 살기도 싫어지는 금단현상은 2주일 이 절정이다. 그런 증상이 오면 2주일만 견디면 된다고 생각하고 참으라. 맛 정 화 운동은 스트레스가 적을 때 하길 권한다. 또 주위 사람들과 함께하면 훨씬 쉬 워진다.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느낄 때는 음식이 아닌 다른 해소구를 찾도록 한다. 운동, 쇼핑, 게임 등 다 좋다.
건강한 식습관 7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째, 양질의 칼로리를 섭취할 것. 칼로리라는 건 음식이 제공하는 에너지를 나타내는 단위다. (물이 담긴 통 안에 또 다른 작 은 통이 들어 있다. 그 통 안에 음식 일부를 넣고 전기신호로 음식을 태우면 그 음식이 타면서 열이 발생한다. 그 열이 물에 전달되면서 물의 온도가 높아지는데, 그 물의 온도가 얼마나 높아지느냐에 따라 칼로리를 계산한다) 1kcal는 물 1L를 1℃ 높일 수 있는 에너지량을 뜻한다. 탄수 화물과 단백질은 1g당 4kcal를, 지방은 1g당 9kcal를 제공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 은 똑같은 4kcal라도 비타민과 무기질의 유무에 따라 우리 몸이 흡수하는 영양이 다르다는 점이다. 우리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주영양소로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있다. 탄수화물을 보자면, 백미 대신 통곡물을, 흰 빵과 과자 대신 야채나 과일을 먹는 게 좋다. 같은 탄수화물을 제공하는 음식이라도 여러 비타민 과 무기질을 포함한 것들 위주로 먹어야 한다. 단백질도 마찬가지다. 가공된 육 류, 가령 햄이나 소시지, 어묵은 자제해야 한다. 쇠고기나 돼지고기 같은 붉은색 고기는 적게 먹는 대신 생선이나 닭, 오리고기 같은 흰 살코기를 먹는다. 우유나 치즈 같은 동물성 단백질보다 콩이나 견과류를 통한 단백질 섭취가 몸에는 좋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좋은 지방인 올리브유, 참기름, 들기름을 섭취하고 버터, 코 코넛 오일은 자제하자. 기름을 사용할 때는 산패에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기름을 구입할 땐 작은 병에 담긴 것을 고르고, 되도록 공기와 접촉하지 않게 신경 쓰면서 1년 내에 다 쓰도록 하자. 트랜스지방은 절대 금물이다. 트랜스지방은 초콜릿, 감자튀김 같은 데 다 들어 있다. 과자 봉지를 보면 ‘트랜스지방 0’이라고 표기 된 것들이 있는데,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현행법상 1회 제공량 내에 들어 있는 트랜스지방이 0.2g 미만이면 ‘트랜스지방 0’이라고 표기할 수 있다. 문제는 1회 제공량이라는 게 과자 한 봉지의 양이 아니라 식품 회사가 정하기 나름이라는 데 있다. 과자 한 봉당 트랜스지방이 2g 들어 있더라도 1회 분량을 20으로 나누면 0.2g보다 적게 들어간 셈이 되고 ‘트랜스지방 0’이라는 문구를 붙일 수 있는 것이 다. 그런데 보통 과자 한 봉지에는 6회 제공량이 들어 있다. 그렇다면 내가 먹는 과자에 트랜스지방이 들어 있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원재료명에 쇼트닝 이나 부분 경화유가 있다면 트랜스지방이 들어 있단 소리다.
둘째, 한 가지 음식이 아닌 전체 패턴을 보자. 하버드 보건대학원에서 제시하 는 이상적인 한 끼 건강식은 식단의 반을 채소와 과일로, 그중에서도 채소를 많 이 넣는 것이다. 그 나머지 반의 반은 통곡물을, 나머지 반은 건강한 단백질(콩, 흰 살 생선)로 채운다. 또 당이 첨가되지 않은 우유나 올리브유, 참기름 같은 좋은 기름이 포함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음식이 좋다고 하면 그 한 가지 음식이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듯 생각한다. 폐경 후에 검은콩이 좋다는 소문이 돌면 너 도나도 검은콩을 먹기 바쁘고, 매체에서 ‘이걸 먹고 무슨 병을 고쳤다’고 하면 그 제품 판매량이 막 올라간다. 하지만 음식 하나로 고칠 수 있는 병은 없다. 음식을 골고루 어떻게 섭취하느냐가 우리 몸을 결정한다.
셋째, 똑똑하게 마시자. 비어 있는 칼로리(empty calories)라는 게 있다. 에너지만 제공하고 비타민이나 미네랄은 들어 있지 않은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당이 포함된 음료를 들 수 있다. 콜라는 물론 우리가 건강에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과일 음료에도 각설탕이 6.5~11개나 들어 있다. 식이섬유 음료, 비타민 음료 다 마찬가지다. 특히 아이들이 마시는 음료수에 각설탕이 많이 들어 있다. 그런 식 으로 우리는 어릴 때부터 단맛에 길들여진다.
넷째, 종합 비타민제를 올바르게 섭취하자. 비타민과 미네랄을 섭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음식을 통한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의 식습관으로는 불가능한 일이 니, 종합 비타민제 하나는 보험이라 생각하고 반드시 챙겨 먹는 게 좋다. 그중에 서도 비타민 D는 꼭 챙겨 먹을 것. 비타민 D는 여러 비타민 중에서도 가장 좋은 비타민이라고 할 정도로 몸에 좋은 기능을 하는데, 문제는 특정한 음식에 소량만 들어 있어서 음식만으로는 섭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혈중 비타민 농도를 볼 때 한국인 대부분은 비타민 D 결핍이므로, 혈중 비타민 D 농도를 30까지 목표로 잡 고 보충제를 섭취해준다. 오메가3는 심장병 예방에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오 메가3에는 크게 2가지가 있는데, 호두, 아마씨유 같은 데 많은 ALA와 연어 등 등 푸른 생선에 많은 EPA, DHA가 그것이다. 보통 우리가 복용하는 오메가3 보충제 는 EPA, DHA를 함유한다. 오메가3를 섭취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동물성과 식물성 오메가3를 골고루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다. 해산물을 좋아한다면 최소 주 2회 생선을 먹고 매일 호두를 챙겨 먹으면 된다. 해산물이 싫다면 오메가3 보충제를 통해 EPA, DHA를 보충하고, 호두를 매일 조금씩 먹어주면 좋다. 채식 주의자라면 해조류에서 추출한 오메가3 보충제와 매일 호두를 소량 먹으면 된다.
다섯째, 음식은 영양소도 중요하지만 생산되는 환경도 무시할 수 없다. 2017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살충제 계란 파동만 봐도 알 수 있다. 살충제 계란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건 피프로닐이라는 독성 물질이다. 닭을 사육하면서 피프로닐이 들어 있는 살충제를 사용하고, 그 독성 물질이 포함된 계란이 식탁을 위협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밀집형 사육이 있다. 예전의 사육 환경에서는 닭이 마음껏 돌아다니면서 모래에 날개를 비비며 벼룩이나 진드기를 제거했다. 살충제를 따로 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콜레스테롤, 포화지방은 동물 복지를 고려해 생산한 계 란보다 일반 계란에 더 많이 들어 있다. 이처럼 환경은 영양 성분에 반영된다.
여섯째, 소식을 하자. 하루에 필요한 칼로리를 계산하기 위해서 우선 자신의 기초대사량을 알아야 한다. 기초대사량은 몸무게, 키, 연령, 성별만 알아도 대략 산출할 수 있고, 이 공식에 자신의 하루 활동량에 따른 필요 칼로리를 파악한다. 예 를 들어 몸무게 80kg에 신장 180cm인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40대 남성을 이 공 식에 대입하면 하루 필요에너지량은 1,790kcal가 된다. 이것은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고 눈만 뜨고 숨만 쉴 때 필요한 칼로리다. 하지만 이보다는 활동량이 있으니까 1.2를 곱하면 2,148kcal가 되고, 이것이 그 남성이 하루 필요한 칼로리다. 이 칼로리 량은 섭취하기 매우 쉽다. 아침 먹고 출근해 믹스커피 한 잔 마시고, 점심 먹고, 오후에 출출하니 간식 좀 먹고, 저녁은 치맥으로 한다면 칼로리는 쉽게 3,000을 넘게 된다. 우리가 막연히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음식의 칼로리 계산에 아주 둔하다. 영화관에서 팝콘과 콜라를 먹을 때 우리가 섭취하는 칼로리가 어느 정도인지 아는 가? 라면 국물의 칼로리는? 와인과 맥주 가운데 무엇이 칼로리가 더 높을 것 같은 가?(와인이다). 칼로리를 예측하는 습관을 들여 좀 더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일곱째,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자. 불가에는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로 시작 하는 오관게라는 게 있다. 첫술을 뜨기 전에 오관게를 한 번 읊고 먹으면 음식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다른 종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도를 하고 음식을 먹는 친구들을 보면 마음가짐도 다르고 소식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가지 문구로 마무리하고 싶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어느 날 우리는 결심한다. ‘오늘부터 건강한 식습관을 갖겠어.’ 그리고 10가지 규칙을 세운다. 잘 실천하다 어느 날 한 가지를 못 지키게 되면 ‘이왕 망한 거, 먹고 싶은 거나 다 먹고 보자’ 한다. 이때부터 다 무너진다. 완벽하려 들지 마라. 매일 조금씩 개선되는 것이다. 하나쯤은 무너져도 괜찮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으면 되는 거다.
정리|한재희
이 글은 (재)대한불교진흥원 문화 공간 「숨도」에서 마련한 Mindful Island(부제 : 섬에서의 차분한 송년제)에서 폭식이 아닌 Mindful Eating을 제안한 금나나 교수의 강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자신을 소중하게 대접하는 만큼
음식도 귀하게 먹고 있나?
금나나
동국대학교 과학영재교육원장
수많은 다이어트를 해봤다. 그러다 보니 음식이 건강뿐 아니라 정서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가 먹는 것은 에너지 제공에 그치지 않고 정신, 신체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흔히 “나는 소중하다”고 말한다.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자신을 소중하게 대접하는 만큼 음식도 귀하게 먹고 있나? 새해가 되면 헬스장도 등록하고 다이어트를 작심하곤 한다. 다이어트는 힘든 과정을 견뎌내야 한다. 우리 주위엔 음식과 맛에 대한 유혹이 너무 많기 때문이 다. 돈만 많고 살만 안 찌면 모두 먹고 싶다. 예전엔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다 하버드 보건대학원에서 영양학을 공부하며 많이 바뀌었다. 그곳에는 자기가 연구하는 대로 실천하면서 생활하는 분이 많다. 붉은 고기는 절대로 먹지 않고 흰밥 대신 현미밥을 먹는 식이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있다 보니 내게도 변화가 생겼다. 미국에서는 현대인의 무절제한 식습관에 반해서 마음챙김 다이어트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마음챙김 다이어트란 지금 이 순간에 우리가 무엇을 먹는지 최대한 자각하면서 먹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먹는지 충분히 인지하면서 먹으니 많이 먹지 않을 수 있다.
맛의 유혹이 무엇이기에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할까. 맛이라는 것은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 맛을 보고 먹을 수 있는 건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이다. 우리는 맛을 느낌으로써, 음식을 먹으니 소화할 준비를 하라는 신호를 뇌에 보내게 된다.
혀에서 느끼는 맛에는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감칠맛의 5가지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선천적으로 쓴맛을 싫어하고 단맛과 짠맛을 선호한다. 진화의 산물이다. 어린아이들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단맛을 좋아한다. 우리 뇌는 몸무게에서 2%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기초대사량의 20%를 소비한다. 그런데 뇌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당이다. 그래서 우리는 단맛을 선호하도록 진화했다. 짠맛을 대표하는 나트 륨은 우리 몸에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수분 균형, 혈압 조절, 근육 운 동이나 신경을 전달하는 데 중요 역할을 담당한다. 반드시 먹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짠맛을 좋아하도록 진화한 것이다. 감칠맛은 어떤가. 감칠맛이 잘 드러나는 육수는 단백질을 이용해서 만든 것이다. 단백질은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한 성분이므로, 감칠맛을 좋아하는 우리 입맛 역시 진화의 산물이라 볼 수 있다. 신 맛과 쓴맛에 대한 미각 또한 우리가 생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보호 메커니 즘이다. 신맛을 통해 우리는 부패한 음식을 감지해낼 수 있고, 쓴맛은 독극물을 포함한 유독 물질을 피할 수 있게 해준다. 침팬지와 인간을 구별하는 중요한 요 소 가운데 하나가 쓴맛에 대한 민감도라고 한다. 침팬지는 매우 민감한 데 비해 인간은 어느 정도 쓴 것은 먹을 수 있다. 일부러 쓴 음식을 먹기도 하지 않는가. 화식(火食)은 인간이 이처럼 쓴 것을 먹게 되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화식을 하면서 쓴맛의 민감도가 많이 떨어졌다. 생감자는 쓴맛이 매우 강하지만 화식으 로 먹으면 구수해진다. 화식 덕에 우리 인간은 다양한 음식을 먹게 되었다. 이처 럼 화식은 인간이 진화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날것을 먹을 때는 씹고 소 화, 흡수하는 데만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비되었으므로 두뇌가 많은 에너지를 제공받지 못했다. 하지만 화식을 한 후로 인간의 두뇌는 충분한 에너지를 제공받 을 수 있었고, 인류의 두뇌는 급격히 발달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이들은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감칠맛의 오미에다 지방 맛을 더해 육미를 말하곤 한다. 두툼한 참칫살이나 쇠고기 마블링, 삼겹살 등에서 찾을 수 있는 맛이다.
혀는 어떻게 맛을 느낄까? 혀에서 맛을 감지하면 두뇌에 전기신호를 보낸다. 혀에는 오톨도톨한 돌기가 있고 이 돌기 옆면에 미뢰라는 것이 있다. 이것을 확대해 보면 양파 모양으로 생긴 것이 있는데, 바로 여기에 맛을 느낄 수 있는 세포가 있다. 세포 표면에는 주머니 같은 것이 있다. 단맛을 내는 입자, 쓴맛을 내는 입자가 다 다르게 생겼는데, 그것들을 받아들이는 주머니 모양도 각기 다르다. 이 주머니에 맛을 내는 입자가 달라붙으면 세포에서 발생한 전기신호가 뇌로 전 달된다. 우리는 어렸을 때, 혀의 특정 부분이 특정한 맛을 느낀다고 배웠다. 하지만 사실은 혀의 모든 부분이 6가지 맛을 모두 느낀다.
그렇다면 매운맛은 맛이 아닌가? 양파는 먹지 않고 썰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 즉 매운 것은 미각이 아니라 통각이다.
풍미란 무엇인가? 우린 맛과 풍미를 같은 뜻으로 쓰곤 하지만 완전히 다른 용어다. 혀에서만 느껴지는 오미(혹은 육미)가 맛이고, 풍미는 ‘맛’에다 ‘향’(바닐라 향, 치즈 향 등 코에서 느끼는)과 ‘식감’(쫀득하다, 퍽퍽하다 등)을 더한 것이다. 즉 풍미란 맛과 향, 식감 등 음식에 관한 전반적인 느낌을 말한다. 포도 맛, 바나나 맛, 사과 맛 등 여러 가지 사탕을 코를 막은 채 먹으면 단맛만 느낄 뿐이다. 혀가 느낄 수 있는 맛은 육미밖에 없으니까. 코를 막지 않고 먹어야 각기 다른 과일 맛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향이 중요한 이유는? 향은 자신의 주변이 안전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감지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좋은 향이 나면 머물러도 괜찮은 환경이지만 썩은 내 가 나면 피해야 하는 환경이라는 뜻이다. 후각은 미각보다 재빠르게 환경에 대한 위험도를 알게 해준다. 그래서 동물의 후각이 그처럼 발달한 것이다. 그런데 후 각이 특히 중요한 부분은 후각이 연결되는 두뇌 부위가 기억과 감성이라는 점이 다. 가령 길을 걷다가 군고구마 냄새를 맡게 되면 옛 추억이 떠오른다. 된장찌개 냄새가 풍겨오면 어린 시절 엄마와의 추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냄새는 당시 감성 을 생성하게 기억으로 남도록 작용한다. 이처럼 맛을 느끼는 데는 후각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풍미 같은 게 없이 맛만 본다면 맥주를 마셔도 시원한 맛밖에 느끼지 못할 것이다.
요새 ‘단짠단짠 증후군’이라고들 한다. 밥을 먹다 보면 김치가 먹고 싶고, 다 먹고 나면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 우리는 단맛과 짠맛에 중독되어 있다. 왜일까? 달거나 짠 음식을 먹으면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이 도파민이 분비되면 우리는 기쁘고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두뇌가 좋은 느낌을 자꾸 갈망하게 되므로 달고 짠 음식의 유혹에 매번 당하는 것이다. 단맛의 중독성이 얼마나 강하냐면, 설탕을 먹었을 때와 코카인을 복용했을 때 자극을 받는 두뇌 부분이 같다고 한다. 그래서 설탕은 마약과도 같다고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실험 결과도 있다. 코카인에 중독된 쥐에게 설탕과 코카인을 주자 94%의 쥐가 설탕을 선택했 다고 한다. 그만큼 단맛에 대한 중독이 마약보다 강하다.
단맛과 짠맛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서히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도 요즘 염분 섭취 과다로 인한 심혈관 질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짠맛 적게 섭취하기 운동이 일고 있다. 그 일환으로 패스트푸트점에서 실험을 했는데, 음식에 들어가는 나트륨을 서서히 줄이니 소비자가 그 차이를 모르더란다. 금 단현상도 크게 걱정할 것 없다. 기력이 없고 살기도 싫어지는 금단현상은 2주일 이 절정이다. 그런 증상이 오면 2주일만 견디면 된다고 생각하고 참으라. 맛 정 화 운동은 스트레스가 적을 때 하길 권한다. 또 주위 사람들과 함께하면 훨씬 쉬 워진다.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느낄 때는 음식이 아닌 다른 해소구를 찾도록 한다. 운동, 쇼핑, 게임 등 다 좋다.
건강한 식습관 7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째, 양질의 칼로리를 섭취할 것. 칼로리라는 건 음식이 제공하는 에너지를 나타내는 단위다. (물이 담긴 통 안에 또 다른 작 은 통이 들어 있다. 그 통 안에 음식 일부를 넣고 전기신호로 음식을 태우면 그 음식이 타면서 열이 발생한다. 그 열이 물에 전달되면서 물의 온도가 높아지는데, 그 물의 온도가 얼마나 높아지느냐에 따라 칼로리를 계산한다) 1kcal는 물 1L를 1℃ 높일 수 있는 에너지량을 뜻한다. 탄수 화물과 단백질은 1g당 4kcal를, 지방은 1g당 9kcal를 제공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 은 똑같은 4kcal라도 비타민과 무기질의 유무에 따라 우리 몸이 흡수하는 영양이 다르다는 점이다. 우리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주영양소로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있다. 탄수화물을 보자면, 백미 대신 통곡물을, 흰 빵과 과자 대신 야채나 과일을 먹는 게 좋다. 같은 탄수화물을 제공하는 음식이라도 여러 비타민 과 무기질을 포함한 것들 위주로 먹어야 한다. 단백질도 마찬가지다. 가공된 육 류, 가령 햄이나 소시지, 어묵은 자제해야 한다. 쇠고기나 돼지고기 같은 붉은색 고기는 적게 먹는 대신 생선이나 닭, 오리고기 같은 흰 살코기를 먹는다. 우유나 치즈 같은 동물성 단백질보다 콩이나 견과류를 통한 단백질 섭취가 몸에는 좋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좋은 지방인 올리브유, 참기름, 들기름을 섭취하고 버터, 코 코넛 오일은 자제하자. 기름을 사용할 때는 산패에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기름을 구입할 땐 작은 병에 담긴 것을 고르고, 되도록 공기와 접촉하지 않게 신경 쓰면서 1년 내에 다 쓰도록 하자. 트랜스지방은 절대 금물이다. 트랜스지방은 초콜릿, 감자튀김 같은 데 다 들어 있다. 과자 봉지를 보면 ‘트랜스지방 0’이라고 표기 된 것들이 있는데,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현행법상 1회 제공량 내에 들어 있는 트랜스지방이 0.2g 미만이면 ‘트랜스지방 0’이라고 표기할 수 있다. 문제는 1회 제공량이라는 게 과자 한 봉지의 양이 아니라 식품 회사가 정하기 나름이라는 데 있다. 과자 한 봉당 트랜스지방이 2g 들어 있더라도 1회 분량을 20으로 나누면 0.2g보다 적게 들어간 셈이 되고 ‘트랜스지방 0’이라는 문구를 붙일 수 있는 것이 다. 그런데 보통 과자 한 봉지에는 6회 제공량이 들어 있다. 그렇다면 내가 먹는 과자에 트랜스지방이 들어 있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원재료명에 쇼트닝 이나 부분 경화유가 있다면 트랜스지방이 들어 있단 소리다.
둘째, 한 가지 음식이 아닌 전체 패턴을 보자. 하버드 보건대학원에서 제시하 는 이상적인 한 끼 건강식은 식단의 반을 채소와 과일로, 그중에서도 채소를 많 이 넣는 것이다. 그 나머지 반의 반은 통곡물을, 나머지 반은 건강한 단백질(콩, 흰 살 생선)로 채운다. 또 당이 첨가되지 않은 우유나 올리브유, 참기름 같은 좋은 기름이 포함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음식이 좋다고 하면 그 한 가지 음식이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듯 생각한다. 폐경 후에 검은콩이 좋다는 소문이 돌면 너 도나도 검은콩을 먹기 바쁘고, 매체에서 ‘이걸 먹고 무슨 병을 고쳤다’고 하면 그 제품 판매량이 막 올라간다. 하지만 음식 하나로 고칠 수 있는 병은 없다. 음식을 골고루 어떻게 섭취하느냐가 우리 몸을 결정한다.
셋째, 똑똑하게 마시자. 비어 있는 칼로리(empty calories)라는 게 있다. 에너지만 제공하고 비타민이나 미네랄은 들어 있지 않은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당이 포함된 음료를 들 수 있다. 콜라는 물론 우리가 건강에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과일 음료에도 각설탕이 6.5~11개나 들어 있다. 식이섬유 음료, 비타민 음료 다 마찬가지다. 특히 아이들이 마시는 음료수에 각설탕이 많이 들어 있다. 그런 식 으로 우리는 어릴 때부터 단맛에 길들여진다.
넷째, 종합 비타민제를 올바르게 섭취하자. 비타민과 미네랄을 섭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음식을 통한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의 식습관으로는 불가능한 일이 니, 종합 비타민제 하나는 보험이라 생각하고 반드시 챙겨 먹는 게 좋다. 그중에 서도 비타민 D는 꼭 챙겨 먹을 것. 비타민 D는 여러 비타민 중에서도 가장 좋은 비타민이라고 할 정도로 몸에 좋은 기능을 하는데, 문제는 특정한 음식에 소량만 들어 있어서 음식만으로는 섭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혈중 비타민 농도를 볼 때 한국인 대부분은 비타민 D 결핍이므로, 혈중 비타민 D 농도를 30까지 목표로 잡 고 보충제를 섭취해준다. 오메가3는 심장병 예방에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오 메가3에는 크게 2가지가 있는데, 호두, 아마씨유 같은 데 많은 ALA와 연어 등 등 푸른 생선에 많은 EPA, DHA가 그것이다. 보통 우리가 복용하는 오메가3 보충제 는 EPA, DHA를 함유한다. 오메가3를 섭취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동물성과 식물성 오메가3를 골고루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다. 해산물을 좋아한다면 최소 주 2회 생선을 먹고 매일 호두를 챙겨 먹으면 된다. 해산물이 싫다면 오메가3 보충제를 통해 EPA, DHA를 보충하고, 호두를 매일 조금씩 먹어주면 좋다. 채식 주의자라면 해조류에서 추출한 오메가3 보충제와 매일 호두를 소량 먹으면 된다.
다섯째, 음식은 영양소도 중요하지만 생산되는 환경도 무시할 수 없다. 2017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살충제 계란 파동만 봐도 알 수 있다. 살충제 계란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건 피프로닐이라는 독성 물질이다. 닭을 사육하면서 피프로닐이 들어 있는 살충제를 사용하고, 그 독성 물질이 포함된 계란이 식탁을 위협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밀집형 사육이 있다. 예전의 사육 환경에서는 닭이 마음껏 돌아다니면서 모래에 날개를 비비며 벼룩이나 진드기를 제거했다. 살충제를 따로 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콜레스테롤, 포화지방은 동물 복지를 고려해 생산한 계 란보다 일반 계란에 더 많이 들어 있다. 이처럼 환경은 영양 성분에 반영된다.
여섯째, 소식을 하자. 하루에 필요한 칼로리를 계산하기 위해서 우선 자신의 기초대사량을 알아야 한다. 기초대사량은 몸무게, 키, 연령, 성별만 알아도 대략 산출할 수 있고, 이 공식에 자신의 하루 활동량에 따른 필요 칼로리를 파악한다. 예 를 들어 몸무게 80kg에 신장 180cm인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40대 남성을 이 공 식에 대입하면 하루 필요에너지량은 1,790kcal가 된다. 이것은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고 눈만 뜨고 숨만 쉴 때 필요한 칼로리다. 하지만 이보다는 활동량이 있으니까 1.2를 곱하면 2,148kcal가 되고, 이것이 그 남성이 하루 필요한 칼로리다. 이 칼로리 량은 섭취하기 매우 쉽다. 아침 먹고 출근해 믹스커피 한 잔 마시고, 점심 먹고, 오후에 출출하니 간식 좀 먹고, 저녁은 치맥으로 한다면 칼로리는 쉽게 3,000을 넘게 된다. 우리가 막연히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음식의 칼로리 계산에 아주 둔하다. 영화관에서 팝콘과 콜라를 먹을 때 우리가 섭취하는 칼로리가 어느 정도인지 아는 가? 라면 국물의 칼로리는? 와인과 맥주 가운데 무엇이 칼로리가 더 높을 것 같은 가?(와인이다). 칼로리를 예측하는 습관을 들여 좀 더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일곱째,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자. 불가에는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로 시작 하는 오관게라는 게 있다. 첫술을 뜨기 전에 오관게를 한 번 읊고 먹으면 음식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다른 종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도를 하고 음식을 먹는 친구들을 보면 마음가짐도 다르고 소식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가지 문구로 마무리하고 싶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어느 날 우리는 결심한다. ‘오늘부터 건강한 식습관을 갖겠어.’ 그리고 10가지 규칙을 세운다. 잘 실천하다 어느 날 한 가지를 못 지키게 되면 ‘이왕 망한 거, 먹고 싶은 거나 다 먹고 보자’ 한다. 이때부터 다 무너진다. 완벽하려 들지 마라. 매일 조금씩 개선되는 것이다. 하나쯤은 무너져도 괜찮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으면 되는 거다.
정리|한재희
이 글은 (재)대한불교진흥원 문화 공간 「숨도」에서 마련한 Mindful Island(부제 : 섬에서의 차분한 송년제)에서 폭식이 아닌 Mindful Eating을 제안한 금나나 교수의 강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