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담마의 실천성 - 논장은 명상 수행을 위한 지도이다|10분으로 배우는 불교

아비담마의 실천성

- 논장은 명상 수행을 위한 지도이다

 

문진건 동방문화대학원대 불교문예학과 교수



논장, 즉 아비담마 피타카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후대 학승들이 연구하고 조직해 하나의 지적 체계로 정리한 노력의 산물

불교의 경률론 삼장(三藏, Tipiṭaka)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분류한 세 가지 주요 경전 체계를 말한다. 불교의 교학과 실천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뼈대이며, 초기 불교부터 오늘날까지 권위 있는 경전 체계로 여겨져왔다. 삼장은 부처님의 설법과 제자들과의 문답이 중심인 경장(經藏), 출가자의 계율과 규율 등 승단 유지에 관한 규정 중심으로 된 율장(律藏), 그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체계적이고 철학적으로 분석한 논장(論藏)이다. 그중에서 논장, 즉 아비담마 피타카(Abhidhamma piṭaka)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후대 학승들이 연구하고 조직해 하나의 지적 체계로 정리한 노력의 산물이다. 

아비담마(Abhidhamma)는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출현한 다양한 저작(해설서, 논술서, 강요 등)의 모음이다.(이 글에서는 ‘아비달마’라고 부르지 않고 남방 불교 전통을 언급하는 의미로 ‘아비담마’라고 부른다) 팔리어 경전(Tipiṭaka)을 예로 들자면, 아비담마 피타카는 삼장(三藏) 중 “체계적인 철학” 부분으로 마음과 몸의 현상을 다루고, 심신의 다양한 과정을 지배하는 기본적인 원리에 관해 상세한 분석을 제공한다. 경장과 율장이 깨달음으로 가는 길의 실질적인 측면을 제시하는 반면, 아비담마 피타카는 바로 그 길의 인과적 토대를 설명하는 이론적 틀을 제공하는 것이다. 아비담마 철학에서는 익숙한 심신의 세계가 그 본질로 분해된다. 즉 정확하게 정의된 자연법칙에 따라 매 순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펼쳐지는 비인격적인 현상과 과정의 복잡한 그물망을 묘사한다.

팔리어에서 아비(abhi)는 “더 높은” 또는 “더 깊은”을 의미하고, 담마(dhamma)는 가르침, 원리, 진리를 의미한다. 따라서 “아비담마”라는 용어는 “더 깊은 진리”로 번역될 수 있다. 아비담마는 의식의 본질, 보편적인 정신적 요소, 마음챙김의 수양, 존재의 요소, 그리고 개인과 집단의 경험을 형성하는 과정 등 인간 경험의 다양한 측면을 탐구한다.

전설에 따르면, 아비담마의 본질은 부처님께서 깨달음 후 넷째 주에 공식화하셨다. 7년 후, 부처님은 천상계 중 한 곳에서 수천 명의 천신 앞에서 3개월 동안 계속해서 이것을 전부 설법했다고 전해진다. 매일 잠시 인간계로 돌아와 사리풋타 스님에게 방금 가르친 내용의 정수를 전하셨다. 사리풋타는 아비담마를 완전히 숙달하고 이를 대략 현재의 형태로 체계화했다. 아비담마의 일부는 초기 불교 결집에서 암송되었지만, 제3차 결집(기원전 250년경)이 되어서야 비로소 경전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피타카로서 현재의 형태로 확립되었다.


상좌부 불교 중심인 스리랑카와 미얀마 등에서 

아비담마는 수행과 사상의 핵심 기둥

국내에서는 아비담마의 번역서와 해설서가 불교 경전의 서가에 자리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교도마저 아비담마에 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아비담마라고 하면, 번쇄한 철학서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아비담바 서적인 『구사론』의 복잡한 이론과 난해한 술어의 나열을 접해보면, 보통의 현대인에게는 의미 없고 비현실적인 주제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구사론』 연구자로 저명한 일본의 한 학자는 『구사론』이 ‘학자의 유희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폄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아비담마에 관해 익숙하지 않은 대승불교 문화권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아비담마가 드물게 소개된, 한국, 중국, 일본과 같은 대승불교 국가에서는 아비담마는 단지 복잡하고 자질구레한 주제로 가득 찬 철학서에 지나지 않지만, 상좌부 불교가 중심인 스리랑카와 미얀마(버마)와 같은 나라에서 아비담마는 수행과 사상의 핵심적인 기둥이다. 특히 마음챙김 명상의 가르침과 수행에 대한 현대 미얀마의 접근 방식은 명상 경험에 대한 아비담마적 해석에 크게 의존한다.


비구 보디, 아비담마 연구와 명상 수행 사이의 상호보완 관계 강조

저명한 상좌부 승려이자 학자인 비구 보디(Bhikkhu Bodhi, 1944~ )는 아비담마 연구와 명상 수행 사이의 상호보완 관계를 강조한다. 그는 아비담마가 명상 중에 마주치는 현상을 해석하는 도구 역할을 하고, 명상은 다시 아비담마의 개념적 틀을 실제 경험으로 전환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은 아비담마가 단순한 철학적 이론의 구성물이 아니라 명상적 통찰을 심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지침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비구 보디는 아비담마를 현상학적 심리학의 한 형태로 묘사한다. 그는 이 방법이 내성적 명상에 나타나는 마음을 정교하게 분석해 경험하는 현실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촉진한다고 말한다.


미얀마 마하시 전통과 태국 숲 명상 전통에서 

명상 수행자들 아비담마의 범주 활용… 

아비담마의 관점 취하면 무아의 실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아비담마가 실제로 어떻게 기능하는지 좀 더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다. 상좌부의 통찰 명상, 특히 미얀마 마하시 전통과 태국 숲 명상 전통에서는 명상 수행자들이 경험을 더욱 명확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아비담마의 범주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아비담마는 경험을 정신적 현상과 신체적 현상으로 나눈다. 수행자는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매 순간 몸과 마음과 환경에서 일어나는 현실을 관찰하는 법을 배운다. 의식 또는 마음, 마음 작용(탐욕, 혐오와 같은 정신적 요소), 물질(감각, 긴장, 자세와 같은 신체적 요소) 등으로 매 순간 몸과 마음과 환경에서 일어나는 것을 관찰한다. 이렇게 하면서 수행자는 일어나는 경험을 ‘자기’가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비인격적인 과정의 흐름’으로 보기 시작한다. 이렇게 간단없이 수행하면, 이는 무상(anicca), 고(dukkha), 무아(anattā)에 대한 통찰로 이어진다. 특히 미얀마와 스리랑카의 승려 교육에서 아비담마 공부는 모든 교육의 근본이 되며, 매우 엄격하다. 학생 스님들은 89가지 유형의 의식과 52가지 정신적 요소와 28가지 물질적 요소 등을 암기하고 분석한다. 이처럼 요소를 익히고, 마음이 예리한 정확성으로 내적 경험을 보고, 그것을 집착 없이 분류하도록 훈련한다. 

예를 들어, 수행자는 ‘나는 화가 났다’가 아니라 ‘혐오에 뿌리를 둔 의식의 순간이다’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경험의 비인격화는 중요한 통찰 도구이다. 특히 아비담마는 선한 상태(kusala)와 선하지 않은 상태(akusala)를 자세히 설명한다. 선함이란 마음챙김과 관대함과 자애와 같은 건전한 정신을 함양하는 것을 말한다. 수행자가 선함과 선하지 않음을 분명히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은 스스로 행동이나 생각이 탐진치의 삼독에서 나온 것인가를 관찰하는 것이다. ‘이 행동 또는 생각이 탐욕, 증오, 또는 망상에 뿌리를 두고 있나?’라고 묻고 그 마음을 관찰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찰을 통해 수행자는 스스로 생각과 행동을 윤리적으로 다듬을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아비담마는 수행자가 계를 지키고 선정과 지혜를 연마하는 실천적인 도구가 된다. 명상을 통해 아비담마를 계발하면, 수행자는 자연히 업과 정신적인 습관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알 수 있고, 자동적인 반응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통찰력이 커진다. 

아비담마는 번쇄한 철학서일 뿐이라는 부정적인 편견은 아비담마의 관점을 취해 명상을 수행하면서 무아를 실천해본다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오히려 아비담마는 불교 철학을 매우 접근하기 쉽게 만든다. 아비담마의 관점을 취하면, 무아의 실천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떤 것이든 특별히 중요하게 여기지 않도록 돕고, 어떤 것이 마음의 열림을 막는지를 알 수 있게 돕는다. 아비담마의 핵심은 무엇이 마음을 열고 무엇이 마음을 여는 것을 막는지 연구하는 것이다.  



문진건|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통합심리대 철학 및 종교연구소에서 석사와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불교대학원 명상심리상담학과 책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동방문화대학원대 불교문예학과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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