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에 가면
나를 만날 수 있다
- 영어 관광통역 안내사가 제안하는 함께 사찰로 가야 하는 이유
이윤미(이지)
영어 관광통역안내사
백양사 쌍계루
“제가 소개할 문화재 중에는 불교와 관련된 것이 많습니다. 한반도의 5,000년 역사 중 불교는 약 1,700년 동안 전해졌으며, 그중 1,000년은 국교로 자리 잡았습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해설에서 불교가 큰 비중을 차지할 텐데, 종교적 관점이 아닌 역사적 맥락에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영어권 여행객들에게 안내를 시작하면서 하는 말이다. 한국 역사와 문화 속에서 불교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지만, 그동안 나는 불교를 그저 설명해야 할 문화재로만 여겼다. 그러나 어느 순간, 단순한 해설을 넘어서 불교라는 종교와 철학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 전반에 어떻게 깊숙이 스며들었는지 탐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불교문화를 알게 되니 불교가 보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관광업이 멈춘 시기, 나 역시 가이드로서의 활동이 중단되었다. 이 시기에 나는 새로운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바로 한국의 불교적 문화 콘텐츠를 심도 있게 해석한 가이드북을 집필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문화재 해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불교적 관점에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조명해보고 싶었다.
불교는 방대하고 심오한 영역이다. 그 철학과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전의 깊은 내용을 끊임없이 탐구해야 할 만큼 복잡하다. 하지만 그 깊이를 모두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기에,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보았다. 한국 문화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불교의 역사와 그 문화적 맥락을 먼저 짚고 넘어가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결심 이후 많은 도움의 손길이 닿았다. 스님께서는 소중히 간직하던 부처님의 생애와 불교 입문서 한 권을 주셨고, 제주에 있던 동료 가이드는 불교문화사에 대한 책을 보내주었다. 인도 철학을 전공한 친척은 관련 서적을 추천해주었으며, 불교를 오랫동안 탐구해온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지혜를 나누어주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이 모든 배움을 ‘보시’로 받아들였고, 불교에 대한 이해를 넓혀갔다.
◦ 사찰 답사의 길로 들어서다
책을 읽으면서 이제는 직접 발로 답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혼자 사찰을 찾아 떠나기 시작했다. 여성으로서 홀로 사찰을 답사하는 여정에 대해 가족과 지인들의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주말과 휴일을 활용해 IT 회사의 프로젝트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틈을 찾아 사찰을 방문했다. 사찰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큰 평온을 안겨주었다.
이러한 평온함이 내 얼굴에서 드러났는지, 사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났다. 주변인들은 사찰에 대해 궁금해하며 나에게 질문을 던졌고, 사찰 답사에 동행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전하는 사찰의 풍경과 그곳에서 나눈 이야기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사찰을 찾으려는 이들을 자연스레 불러모으는 힘이 되었다. 사찰을 방문할 때마다 동행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났고, 그 여정 속에서 서로 나누는 대화는 더 깊어졌다.
◦ 함께, 사찰로 가는 길
처음에는 단순히 관광통역안내사로서 시작한 프로젝트였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 여정은 내 삶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명상과 포행을 통해 스스로와 대화하며 마음의 평온을 찾는 법을 배웠고, 사찰에서 마주한 차 한 잔과 그 안에서 피어난 대화는 인생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안겨주었다. 사찰에서 의도치 않게 만난 인연들은 도시로 돌아온 내게 사찰의 경험을 되새기게 하는 활력소가 되었고, 때로는 또 다른 만남을 예고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템플스테이를 통해 불교는 단순한 종교적 신념을 넘어, 현대 사회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고 삶의 중심을 잡는 데 중요한 철학적 자산임을 깨닫게 되었다. 복잡한 도시 생활 속에서 스스로와 대화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나에게, 사찰로의 여행은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야 할지를 탐구하는 소중한 여정이었다.
“혹시 사찰 여행을 떠나기 주저한다면, 한 발짝 내디뎌보세요. 여럿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사찰에는 당신과 함께할 인연과 우연들이 언제나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우리 함께, 사찰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이윤미(이지)|영어 관광통역안내사 7년 중 3년은 가이드쿱의 사내 이사로서 브랜드 이미지 메이킹과 로컬 투어 기획을 했다. 코로나19 이후 IT 업계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며 한국 불교문화를 주제로 한 가이드북 『Buddha’s World in South Korea』를 발간했다. 현재 로컬 투어를 기획하고 가이드하고 있으며, 한국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여행 웹진 EZ K-PEDIA를 운영하고 있다.
사찰에 가면
나를 만날 수 있다
- 영어 관광통역 안내사가 제안하는 함께 사찰로 가야 하는 이유
이윤미(이지)
영어 관광통역안내사
백양사 쌍계루
“제가 소개할 문화재 중에는 불교와 관련된 것이 많습니다. 한반도의 5,000년 역사 중 불교는 약 1,700년 동안 전해졌으며, 그중 1,000년은 국교로 자리 잡았습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해설에서 불교가 큰 비중을 차지할 텐데, 종교적 관점이 아닌 역사적 맥락에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영어권 여행객들에게 안내를 시작하면서 하는 말이다. 한국 역사와 문화 속에서 불교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지만, 그동안 나는 불교를 그저 설명해야 할 문화재로만 여겼다. 그러나 어느 순간, 단순한 해설을 넘어서 불교라는 종교와 철학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 전반에 어떻게 깊숙이 스며들었는지 탐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불교문화를 알게 되니 불교가 보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관광업이 멈춘 시기, 나 역시 가이드로서의 활동이 중단되었다. 이 시기에 나는 새로운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바로 한국의 불교적 문화 콘텐츠를 심도 있게 해석한 가이드북을 집필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문화재 해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불교적 관점에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조명해보고 싶었다.
불교는 방대하고 심오한 영역이다. 그 철학과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전의 깊은 내용을 끊임없이 탐구해야 할 만큼 복잡하다. 하지만 그 깊이를 모두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기에,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보았다. 한국 문화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불교의 역사와 그 문화적 맥락을 먼저 짚고 넘어가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결심 이후 많은 도움의 손길이 닿았다. 스님께서는 소중히 간직하던 부처님의 생애와 불교 입문서 한 권을 주셨고, 제주에 있던 동료 가이드는 불교문화사에 대한 책을 보내주었다. 인도 철학을 전공한 친척은 관련 서적을 추천해주었으며, 불교를 오랫동안 탐구해온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지혜를 나누어주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이 모든 배움을 ‘보시’로 받아들였고, 불교에 대한 이해를 넓혀갔다.
◦ 사찰 답사의 길로 들어서다
책을 읽으면서 이제는 직접 발로 답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혼자 사찰을 찾아 떠나기 시작했다. 여성으로서 홀로 사찰을 답사하는 여정에 대해 가족과 지인들의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주말과 휴일을 활용해 IT 회사의 프로젝트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틈을 찾아 사찰을 방문했다. 사찰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큰 평온을 안겨주었다.
이러한 평온함이 내 얼굴에서 드러났는지, 사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났다. 주변인들은 사찰에 대해 궁금해하며 나에게 질문을 던졌고, 사찰 답사에 동행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전하는 사찰의 풍경과 그곳에서 나눈 이야기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사찰을 찾으려는 이들을 자연스레 불러모으는 힘이 되었다. 사찰을 방문할 때마다 동행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났고, 그 여정 속에서 서로 나누는 대화는 더 깊어졌다.
◦ 함께, 사찰로 가는 길
처음에는 단순히 관광통역안내사로서 시작한 프로젝트였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 여정은 내 삶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명상과 포행을 통해 스스로와 대화하며 마음의 평온을 찾는 법을 배웠고, 사찰에서 마주한 차 한 잔과 그 안에서 피어난 대화는 인생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안겨주었다. 사찰에서 의도치 않게 만난 인연들은 도시로 돌아온 내게 사찰의 경험을 되새기게 하는 활력소가 되었고, 때로는 또 다른 만남을 예고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템플스테이를 통해 불교는 단순한 종교적 신념을 넘어, 현대 사회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고 삶의 중심을 잡는 데 중요한 철학적 자산임을 깨닫게 되었다. 복잡한 도시 생활 속에서 스스로와 대화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나에게, 사찰로의 여행은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야 할지를 탐구하는 소중한 여정이었다.
“혹시 사찰 여행을 떠나기 주저한다면, 한 발짝 내디뎌보세요. 여럿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사찰에는 당신과 함께할 인연과 우연들이 언제나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우리 함께, 사찰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이윤미(이지)|영어 관광통역안내사 7년 중 3년은 가이드쿱의 사내 이사로서 브랜드 이미지 메이킹과 로컬 투어 기획을 했다. 코로나19 이후 IT 업계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며 한국 불교문화를 주제로 한 가이드북 『Buddha’s World in South Korea』를 발간했다. 현재 로컬 투어를 기획하고 가이드하고 있으며, 한국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여행 웹진 EZ K-PEDIA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