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행동 사이 말이 있다|2025년 캠페인 "아름다운 말을 쓰자"

2025-06-04

생각과 

행동 사이 

말이 있다


성원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미래본부 사무총장, 강화 정수사 주지

 


◦    말을 관찰하며 제어하는 일상이 우리들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수행이다

우리는 본의 아니게 많은 단체에 소속된다. 능동적으로 가입하거나 귀속되는 단체도 있지만 저절로 엮이는 소속이 대부분이다. 종교는 어떨까? 우리는 능동적 소속 단체로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종교도 필연적 연계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소위 모태신앙이란 표현과 조모, 부모님이 가진 종교화 활동을 따르며 활동을 시작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출가했다. 20대 후반에. 불교 신행 활동 기간이 짧았고, 더구나 승가 문화에는 완전 문외한 상태에서 한 출가였다. 심지어 은사 제도도 몰랐다. 중국 영화에서 보듯이 합장하고 ‘사부님!’ 하면 은사 상좌 관계가 결정되는 줄 알았으니 더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출가해 가장 강하게 다가온 것이 속도와 언어 습관, 말의 변화였다. 아침 기상부터 천천히 고요하게 하라는 것이 대원칙이다. 힘찬 구호는 아예 없다. 밤새 머금은 내면의 기운으로 소리를 일으킬 때 그 첫음절은 반드시 불보살을 찬탄하는 예경의 울림 소리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니 산사를 일깨우는 도량석의 느리게 올림 목탁으로 시작하는 산사는 언제나 고요하다. 단지 말소리가 없을 뿐인데 세상은 산사는 언제나 새신부를 맞이하기 위해 양탄자를 깔고 기다리는 듯한 고요와 경건함으로 가득하다. 산사에서 말은 정보의 전달이 아니라 그 이면에 감성의 전달에 더 큰 방점을 두고 있었다. 

행동은 느리게 말은 조용조용. 산사는 감성적 삶을 추구하는 이에게 더없이 아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주었다. 너무나 반대되는 산사의 삶 기준에는 사용하는 말이 있었다.

해인사에서 섣달그믐 밤 대중 윷놀이가 열기를 더해 삼경을 넘기면서 이어졌다. 멈춰야 했지만, 그 누구도 열기를 멈추지 못했다. 한참 늦어진 시간에 어간문이 열리고 큰스님이 들어오셨다. 아무 말없이 수심 가득한 얼굴에 눈에는 눈물이 그렁했다. 한순간에 방 안이 고요해졌을 때 그때 작은 소리로 말씀하셨다. ‘여러분, 이 깊은 밤 방을 이렇게 데워놓고 고성 지르며 놀고 있으니, 시주의 은혜가 무섭지 않습니까?’ 그 말씀 이후 누구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고요히 정리하고 일어났다. 큰소리와 무서운 표현이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것이 아니다. 후일 한 스님이 ‘세상에 등골이 서늘하다’는 표현은 알았지만, 그날만큼 등골 서늘한 일은 다시 없었다고 했다.

세상은 생각하고 말하는 것보다 행동을 요구한다. 백 마디 말보다 행동을 사람들에게 요구하고 활동으로 그 가치의 기준을 삼는다. 하지만 승가는 달랐다. 백 번의 행동보다 한마디의 말을 더 중요시하고 백 마디의 말보다 한 생각을 더 소중히 여긴다. 단 한 발 걸음을 옮기지 않고 한마디 말 없어도 더없이 존중받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승가다. 한마디 말없이 종일 방에 앉아 생각을 다듬어가는 사람을 보배롭게 여긴다. 사회적 관점과는 완전히 반대로다. 생각과 행동 사이에 있는 말의 중요함을 너무도 잘 알아 절간에서는 경구로 가르친다. 말 없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전한다.


말은 화살과 같으니 절대 가벼이 하지 마라 (言出如箭 不輕發) 

타인의 귀에 들어가면 힘으로는 뽑기 어렵다 (一入人耳 力難拔) 


업은 몸과 말과 생각으로 짓는다. 신구의(身口意)다. 아이러니하게도 복(福)을 쌓아가는 도구도 또한 몸과 말과 생각뿐이다. 사회와 불가는 중요도를 달리 바꾸어 가르치기는 하지만 생각과 행동 사이에 늘 말이 있다. 모든 업은 생각으로 시작되고 말로써 굳어지며 행동으로 결정된다. 생각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우리들은 행동으로 결정되기 전에 말로써 그 전환점을 삼을 수 있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생각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면 말로써 정화시키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악담할 순간의 마음을 순화해서 부드럽게 말하고, 딱딱히 전달 중심의 말을 따스한 감성을 담은 말로 상대를 배려하면 자신의 마음도 순화될 수 있다.

부드럽고 따스한 말은 단지 자신의 인격을 드러내고 타인을 위한 배려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말은 수행의 완성을 위한 징검다리다. 생각은 말로 던져지고 말에서 행동이 귀결된다. 생각에서 행동으로 이어지는 길에서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바로 말이다. 아름다운 말을 쓰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게 말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삼호운동(三好運動)을 주창해 펼친 적이 있다. 신구의(身口意)를 잘 닦아나가자는 운동이다. 

좋게 생각하자, 좋게 말하자, 좋은 일을 하자라는 주창이다. 좋은 생각을 하자, 좋은 말을 하자가 아니라 어떠한 불합리하고 억울한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좋게 생각하는 힘을 기르자는 것이다. 그냥 좋은 생각만 하려고 해서는 수행의 기틀이 되지 못한다. 또 좋은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격한 감정을 억누르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좋게 말하는 습관을 길러내야 대인관계도 우리 사회도 밝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화나고 억울함이 있어도 언제나 아름다운 말을 쓰려고 힘쓰는 것이야말로 수행이다. 언제나 어디서나 자신의 감정에 휩싸여 거친 말을 쓰지 말고 아름다운 말을 쓰고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노력하는 것이 수행이다. 말을 관찰하며 제어하는 일상이 우리들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수행이다. 이러한 생각으로 늘 자신을 관찰하며 생활한다면 처처가 수행 도량이 될 것이다. 아름다운 말을 쓰자는 외침은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터전을 우리들 삶의 모든 시간을 수행의 시간과 수행의 터전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아름다운 말을 쓰면서 지금 이 자리가 정토 세상임을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성원 스님|출가 후 해인사승가대학 졸업했다. 제방 선원에서 참선수행했으며 송광사 율원을 졸업했다. 제주도 약천사 주지, 중증장애인요양시설 자광원 개원, 리틀붇다어린이합창단, 천진불어린이합창단연합회 회장, 조계종 사회국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조계종 미래본부 사무총장, 신제주불교대학 학장, 강화도 정수사 주지로 있으며 보리수어린이합창단을 창단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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