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향한 친밀한 관계 : 마음과 보조 맞추어 걷기 Mind-Pacing walking |2024년 캠페인 "마음챙김하면서 걷자"

2024-05-23

나를 향한 친밀한 관계 : 

마음과 보조 맞추어 걷기

Mind-Pacing walking


송영미

경영명상연구소 대표


◦  ‘마음과 보조 맞추어 걷기’ 통해 나 자신 향한 이해와 신뢰의 다리 놓기 

긍정적 관계를 형성하는 기술에는 ‘맞추기(pacing)’가 있다. ‘맞추기’는 다양한 사회적 관계에서 상대와 조화를 이루고 편안한 관계를 맺어가는 의사소통 기술이다. 예를 들어 화내는 사람에게는 그가 표현하는 화의 수준보다는 약간 낮은 수준에서 그의 표정이나 목소리에 맞추는 것이다. 상대의 몸과 마음 상태에 맞추기는 두 사람 간에 이해와 신뢰의 다리를 놓으며 친밀감의 다리, 라포르(rapport)를 형성하게 된다. 

상대에게서 나에게로 돌아오면, 나 자신을 향한 이해와 신뢰의 다리는 어떻게 놓을 수 있을까? ‘마음과 보조 맞추어 걷기(Mind-Pacing Walking)’를 통해서 나를 향한 라포르의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  지금의 마음 상태를 알아차리고, 그 상태에 ‘맞추어’ 걷기 명상하기

① 마음과 보조 맞추어 빠르게 걷기

걷기 명상을 시작할 때면 먼저 마음의 상태를 살피곤 한다. 지금의 마음 상태를 알아차리고, 그 상태에 ‘맞추어’ 걷기 명상을 하곤 한다. 예를 들면 화로 인해 마음에 역동성이 강하거나, 생각이 많아 산만함이 가득하거나, 해내야 하는 일로 조바심과 허덕임, 답답함이 있는지를 본다. 일반적으로 이런 상태에서는 느린 걷기 명상을 통해 마음 상태를 차분히 하도록 하지만, 마음과 보조를 맞추어 빠르게 걷기로 시작해도 좋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의도적인 주의(attention) 운용이다. 빨리 걷기 때문에 발바닥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수월치 않다. 그래서 빠른 걷기 명상을 할 때는 주의를 확장해서 알아차림의 대상을 넓힌다. 허리를 중심으로 몸 아래 두 다리가 교차하는 움직임에 주의를 두거나, 다른 사람의 움직임을 보듯 정수리에서부터 발까지 전신에 주의를 두고 몸이 공간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감을 관찰해도 좋다. 장소가 넓지 않아도 된다. 거실에서 혹은 베란다에서, 아파트 골목길 등에서 안전하다고 여기는 장소에서 의도적인 빠른 걷기로 몸과 마음의 에너지 상태에 보조를 맞추어 걷다 보면, 화, 산만함, 답답함, 조바심을 표현하는 몸에서의 감각과 마음의 성품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게 된다.

빠르게 걷기를 이어가다가 잠시 멈추고 호흡을 고른다. 이때도 역시 의도적인 기울임이 필요하다. 먼저 멈추어 서 있는 몸에 주의를 기울이고, 빠른 걸음으로 거칠어진 들숨 날숨의 상태를 지켜본다. 어떻게 숨의 상태가 부드러워지고 고르게 변화되는지 그대로를 관찰한다. 들숨 날숨의 상태가 고르게 됨에 따라 몸과 마음에 가득했던 화나 산만함, 조바심과 허덕임도 어떻게 변화되어가는지 관찰해본다. 빠른 걷기 중간에 멈추어 호흡 보기를 번갈아 수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걷기의 속도가 느려지고 몸과 마음에 차분함과 평온함이 스며든다. 그때라야 봄에 새싹이 돋듯 몸에서 마음에서 평화로움이 돋고, 움직이는 고요 속에서 나 자신을 만나게 된다. 애쓰지 않으면서도 느린 걷기가 되고, 평화와 고요와 함께 머물며 마음을 탐구하고 내면에서 들려주는 지혜의 소리를 길어내기 시작한다. 


② 마음 상태 존중하며 느리게 걷기

이처럼 빠른 걷기로 시작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매우 느린 걷기로 시작할 때도 있다. 마음이 너무 무거워서 한 걸음 떼는 것도 버거울 때, 힘이 나지 않을 때, 다운되고 무력감이 있을 때는 그 마음 상태를 존중하며 천천히 걷는다. 이때는 제자리에서 한 걸음 옮겨내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다. 다만 이때에도 의도적인 주의(attention) 사용이 필요하다. 느리게 한 발 한 발 떼기 때문에 발바닥의 특정 부분에 초점을 두기에 수월하다. 여기에 더해 약간의 호기심이 일어나도록 방편을 쓰는 것도 필요한데, 예를 들면 발이 바닥에서 떨어질 때 발의 어느 부위가 먼저 떼어지는지 혹은 나중에 떼어지는지, 바닥에 닿을 때는 어느 부위가 먼저 닿고 나중에 닿는지 등 의도적으로 마음에 호기심이 일하도록 한다. 고양이 발바닥처럼 폭신한 발바닥의 감촉 혹은 바닥의 질감에 따른 감각의 변화 등 특정한 것을 알아차리며 마음에 가벼운 재미가 일도록 한다. 

그러다가 잠시 멈추어 호흡을 관찰하고 다시 걷기를 이어간다. 발바닥에 주의를 두고 느리게 걷는 동안, 의식은 번잡한 생각 대신 걷는 감각에 머물면서 불필요한 생각에서 빠져나오게 되고 몸의 저 아래 발바닥에서부터 서서히 활력과 생명력이 차오른다. 마음 공간에 자리한 무력감과 우울감 등을 억지로 밀어내려 애쓰지 않고, 그 상태에서 그저 한 걸음 떼기에 정성을 기울이다 보면 살아 있는 몸에 대한 감사함이 일어나고, 마음에서는 고요한 기쁨이 생동하게 된다. 이러한 감사함과 기뻐함은 일상을 살아내는 자양분이 된다. 마음의 상태가 어떠하든 그 상태를 존중하며 보조를 맞추어 걷다 보면 자연스레 밑 마음(욕구와 의도)에 가닿는 다리가 놓이게 된다. 나 자신을 향한 라포가 형성되어 자신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 


◦  ‘있는 그대로의 나’에 보조 맞추어 걷기

마음에 화가 차오르고 있다면 잠시 그 화를 품어 안고 몸이 움직여지는 속도대로 걸어보자. 마음에 불안이 밀려들면, 불안이라는 흔들림을 끌어안고 그대로 걸어보자. 마음에 미움과 짜증이 일렁이면 그 감정의 파도를 타듯 걸어보자. 그리고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자. ‘있는 그대로의 나’에 보조 맞추어 걷다 보면 발걸음 하나하나에 애쓰지 않는 평화로움이 피어날 테니.  


송영미|심리학 박사, 현재 이룸 내면성장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삼성인력개발원 명상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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