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그냥 걷자!
이용태
(사)한국명상총협회 경영위원장
‘마음챙김’이란 내 마음을 챙기라는 의미보다 “마음이 대상을 챙긴다”
또는 “마음이 대상에 닿는다”는 의미
‘마음챙김’이란 미국에서 역수입되어 들어온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라는 이름의 명상이다. ‘마인드풀니스’는 팔리어 ‘사띠’의 영어 번역으로 한자로는 ‘념(念)’에 해당한다. 지금 ‘금(今)’에 마음 ‘심(心)’이 합쳐졌으니, “지금 마음을 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으나,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들을) ‘알아차림’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고, 틱낫한 스님께서는 ‘마음 닿음’으로 표현하기도 하셨다. 결국 ‘마음챙김’이란 내 마음을 챙기라는 의미라기보다는, “마음이 대상을 챙긴다” 또는 “마음이 대상에 닿는다”는 의미다. 즉 대상에 대한 내 마음, 내 생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대상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봐야 할 것이다.
불가에서는 고통이 비롯된 문제의 근원인 12연기의 시작은 무명(無明)이라 한다. 제대로 보지 못함으로 인해 욕심, 성냄, 어리석음이 무의식적, 본능적으로 반복되어 나타나고, 이런 어리석음으로 인해 고통받게 된다는 것이다. 세상을,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무명), 알지 못함(무지)으로 인해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나를 괴롭히고, 주위를 괴롭히는 악순환이 거듭되어 고통받게 된다고나 할까? 신경과학자들도, “자아란 허상일 뿐이다. 우리의 일상적인 행위들은 자유의지가 아니라 잠재의식에 의해 이루어진다. 진짜 지배 세력은 자유의지가 아니라 잠재의식인데도 인간은 의식적인 자아가 사고와 행동을 지배한다고 잘못 이해하고 있고, 우리가 의지라고 부르는 것은 자유의지가 아니라 무의식적인 사고, 즉 습관이 만들어낸 과정이다”라고 설명한다.
마음챙김,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란, 눈은 뜨고 있는데, 머릿속(마음)은 온갖 잡생각으로 가득 찬 상태(mind full)가 아니라, ‘mindful’, 대상에 대한 주의 깊은 알아차림을 통해 사려 깊은 배려로 대응하자는 것이다. 명상의 한자어가 어두울 명(冥), 생각 상(想)으로 이루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冥(어두울 명) 자는 冖(덮을 멱) 자와 曰(말씀 왈) 자, 그리고 六(여섯 육) 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말씀은 물론 모든 인지(육감)까지 덮었으니 결국 온갖 허상을 만들어내는 잡생각을 잠재워 제대로 알아차리기 위한 수행인 셈이다.
일상생활의 모든 순간 자연스러운 알아차림을 유지한다면 선 수행 아닌 것이 없다
‘행주좌와 어묵동정(行住坐臥 語默動靜)’이라 했다. 걷거나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 또는 말하거나 침묵하거나 움직이거나 가만히 있을 때, 즉 일상생활의 모든 순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언제 어디서든, 잡생각이나 무의식적 습관에 끄달림이 없이, 자연스러운 알아차림을 유지한다면 선 수행이 아닌 것이 없다는 가르침이다.
그러나 어찌 보면 누워서 하는 명상(와선)이 가장 편안하고 쉬운데 권하지 않는다. 명상은 알아차림이다. 어두움에서 깨어나기 위함이니, 멍 때림이나 졸음은 금물이다. 이렇다 보니 좌선이 정석임에는 의문이 없으나, 대부분의 일반 수행자들에겐 오랜 시간 앉아서 알아차림을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가만히 앉아 있다 보니 이내 몽롱해지거나, 잡생각에 빠져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좌선과 행선을 반복하게 된다.
걷기 명상은 어떤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걷는 것이 아니다
걷기 명상(행선)은 몸의 움직임을 동반하다 보니, 깨어 있지 않을 수 없고 앉았을 때보다 몸의 움직임과 들어오고 나가는 호흡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지켜보기 쉬우며, 몸의 결림이나 마음의 지루함이 덜 하기에 널리 보급되어왔다. 서양은 물론 태국, 미얀마 등지의 명상 센터들에서도 걷기 명상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이렇게 알아차리며 걷다 보면, 잡다한 생각을 쉬게 해 평안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이끌고, 건강한 육체와 건전한 정신 형성을 통해,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혈액순환, 심폐 기능과 근력 형성에도 도움을 주는 전신 건강 효과는 기본이요, 엔도르핀(스트레스 극복)과 도파민(열정)에서 시작해 세로토닌(행복)과 옥시토신(자애)에 이르기까지 조화로운 호르몬 공급을 통해 면역력 증강은 물론, 조울증, 우울증 치유, 치매 예방 등 뇌와 신경 기능 향상에도 효과적이라 하니, 일석이조요 금상첨화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냥 걷자!
자연스레 거닐며, 잊고 지내온 호흡과 걸음을 통해 살아 있음을 느껴보자. 닿을 수 있는 땅과 호흡할 수 있는 공기를 가능케 해준 자연과 모든 생명들에 감사하며, 새로운 내면 충전을 통해 스스로 건강과 행복을 찾아보는 체험의 기회를 가져보자.
걷기 명상은 어떤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걷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을 알아차리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 위함이다. Don’t worry, be happy! 모든 걱정, 근심일랑 떨쳐버리고, 가버린 과거나 오지도 않은 미래에 연연해하지 말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을 오롯이 느끼고 즐기자!
해암(海巖) 이용태|미국 변호사 출신으로, 주로 글로벌 대기업에서 국제 법무 및 지식재산권 분쟁 업무에 종사했다. 은퇴 후, 현재는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사)한국명상총협회 경영위원장으로 있다. 명상 강연가로 활동하면서 KBS라디오, BBS, BTN-TV 등에 출연해 불교 기반 명상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그냥 걷자!
이용태
(사)한국명상총협회 경영위원장
‘마음챙김’이란 내 마음을 챙기라는 의미보다 “마음이 대상을 챙긴다”
또는 “마음이 대상에 닿는다”는 의미
‘마음챙김’이란 미국에서 역수입되어 들어온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라는 이름의 명상이다. ‘마인드풀니스’는 팔리어 ‘사띠’의 영어 번역으로 한자로는 ‘념(念)’에 해당한다. 지금 ‘금(今)’에 마음 ‘심(心)’이 합쳐졌으니, “지금 마음을 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으나,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들을) ‘알아차림’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고, 틱낫한 스님께서는 ‘마음 닿음’으로 표현하기도 하셨다. 결국 ‘마음챙김’이란 내 마음을 챙기라는 의미라기보다는, “마음이 대상을 챙긴다” 또는 “마음이 대상에 닿는다”는 의미다. 즉 대상에 대한 내 마음, 내 생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대상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봐야 할 것이다.
불가에서는 고통이 비롯된 문제의 근원인 12연기의 시작은 무명(無明)이라 한다. 제대로 보지 못함으로 인해 욕심, 성냄, 어리석음이 무의식적, 본능적으로 반복되어 나타나고, 이런 어리석음으로 인해 고통받게 된다는 것이다. 세상을,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무명), 알지 못함(무지)으로 인해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나를 괴롭히고, 주위를 괴롭히는 악순환이 거듭되어 고통받게 된다고나 할까? 신경과학자들도, “자아란 허상일 뿐이다. 우리의 일상적인 행위들은 자유의지가 아니라 잠재의식에 의해 이루어진다. 진짜 지배 세력은 자유의지가 아니라 잠재의식인데도 인간은 의식적인 자아가 사고와 행동을 지배한다고 잘못 이해하고 있고, 우리가 의지라고 부르는 것은 자유의지가 아니라 무의식적인 사고, 즉 습관이 만들어낸 과정이다”라고 설명한다.
마음챙김,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란, 눈은 뜨고 있는데, 머릿속(마음)은 온갖 잡생각으로 가득 찬 상태(mind full)가 아니라, ‘mindful’, 대상에 대한 주의 깊은 알아차림을 통해 사려 깊은 배려로 대응하자는 것이다. 명상의 한자어가 어두울 명(冥), 생각 상(想)으로 이루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冥(어두울 명) 자는 冖(덮을 멱) 자와 曰(말씀 왈) 자, 그리고 六(여섯 육) 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말씀은 물론 모든 인지(육감)까지 덮었으니 결국 온갖 허상을 만들어내는 잡생각을 잠재워 제대로 알아차리기 위한 수행인 셈이다.
일상생활의 모든 순간 자연스러운 알아차림을 유지한다면 선 수행 아닌 것이 없다
‘행주좌와 어묵동정(行住坐臥 語默動靜)’이라 했다. 걷거나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 또는 말하거나 침묵하거나 움직이거나 가만히 있을 때, 즉 일상생활의 모든 순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언제 어디서든, 잡생각이나 무의식적 습관에 끄달림이 없이, 자연스러운 알아차림을 유지한다면 선 수행이 아닌 것이 없다는 가르침이다.
그러나 어찌 보면 누워서 하는 명상(와선)이 가장 편안하고 쉬운데 권하지 않는다. 명상은 알아차림이다. 어두움에서 깨어나기 위함이니, 멍 때림이나 졸음은 금물이다. 이렇다 보니 좌선이 정석임에는 의문이 없으나, 대부분의 일반 수행자들에겐 오랜 시간 앉아서 알아차림을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가만히 앉아 있다 보니 이내 몽롱해지거나, 잡생각에 빠져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좌선과 행선을 반복하게 된다.
걷기 명상은 어떤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걷는 것이 아니다
걷기 명상(행선)은 몸의 움직임을 동반하다 보니, 깨어 있지 않을 수 없고 앉았을 때보다 몸의 움직임과 들어오고 나가는 호흡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지켜보기 쉬우며, 몸의 결림이나 마음의 지루함이 덜 하기에 널리 보급되어왔다. 서양은 물론 태국, 미얀마 등지의 명상 센터들에서도 걷기 명상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이렇게 알아차리며 걷다 보면, 잡다한 생각을 쉬게 해 평안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이끌고, 건강한 육체와 건전한 정신 형성을 통해,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혈액순환, 심폐 기능과 근력 형성에도 도움을 주는 전신 건강 효과는 기본이요, 엔도르핀(스트레스 극복)과 도파민(열정)에서 시작해 세로토닌(행복)과 옥시토신(자애)에 이르기까지 조화로운 호르몬 공급을 통해 면역력 증강은 물론, 조울증, 우울증 치유, 치매 예방 등 뇌와 신경 기능 향상에도 효과적이라 하니, 일석이조요 금상첨화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냥 걷자!
자연스레 거닐며, 잊고 지내온 호흡과 걸음을 통해 살아 있음을 느껴보자. 닿을 수 있는 땅과 호흡할 수 있는 공기를 가능케 해준 자연과 모든 생명들에 감사하며, 새로운 내면 충전을 통해 스스로 건강과 행복을 찾아보는 체험의 기회를 가져보자.
걷기 명상은 어떤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걷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을 알아차리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 위함이다. Don’t worry, be happy! 모든 걱정, 근심일랑 떨쳐버리고, 가버린 과거나 오지도 않은 미래에 연연해하지 말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을 오롯이 느끼고 즐기자!
해암(海巖) 이용태|미국 변호사 출신으로, 주로 글로벌 대기업에서 국제 법무 및 지식재산권 분쟁 업무에 종사했다. 은퇴 후, 현재는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사)한국명상총협회 경영위원장으로 있다. 명상 강연가로 활동하면서 KBS라디오, BBS, BTN-TV 등에 출연해 불교 기반 명상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