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시간
|
경주 황룡원에서 실시한 대한불교진흥원 평생교육시설 대원아카데미 2024 동계연수회 모습 |
깨달음을 찾아 경주로 향하다
대한불교진흥원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시설 대원아카데미의 명상지도사 과정에 입학하고 4학기 과정을 마쳐 수료를 한 시점에서 접하게 된 동계연수회는 그동안의 배움을 정리해볼 아주 소중한 기회로 생각되어, 참가 신청할 때부터 경주 황룡원에 도착할 때까지 줄곧 마음이 설레었다. 여든 가까운 연세에도 다보원에 나오셔서 진심 어린 마음으로 수업을 들으시는 소녀 같은 노보살님 두 분과 함께 서울역에서 열차를 타고 경주로 이동했다. 고등학교 시절 수학여행으로 갔던 곳, 초등학생 두 딸의 공부차 갔던 경주. 이제 나는 깨달음을 찾아 경주로 향했다.
3일간 매일 다른 깊이로 다가온 황룡원의 중도타워와 정원
황룡사의 구층 목탑을 재현한 황룡원의 중도타워와 정원은 그곳에 머물던 3일간 매일 다른 깊이로 다가왔다. 첫날의 황룡원은 내가 명상 실습을 하고, 먹고 자는 정갈하게 꾸며진 공간일 뿐이었다. 이날 대원아카데미 동문들은 자신을 소개하며 명상여행을 시작했다. 저녁 식사 후에 박정아 교수님 지도하에 몸에 대한 마음챙김 명상을 했다. 사고와 마음을 담고 있는, 존재의 출발점인 몸을 강조하시며 몸을 움직이고 몸 곳곳을 보디 스캔하도록 이끄셨다. 이러한 몸에 관한 명상은 수학여행 시절 경주를 방문한 나의 몸, 어린 시절의 몸, 막 태어난 아기의 몸에까지 이어져 수십 년의 시간을 관통해 살고 있는 나의 몸과 존재에 대한 경이로움과 감사를 느끼게 했다.
둘째 날, 황룡사의 구층 목탑과 회랑, 석탑, 석불, 석굴암 등을 재현해 곳곳에 배치한 황룡원의 정원은 차분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한쪽 회랑의 끝에 자리한 석굴암에 들어가 향을 올렸다. 그 후에 황룡원의 법당에 들어갈 기회가 있었는데, 대원 장경호 거사님과 아내 추명순 보살님의 초상을 보며 대원아카데미와 깨달음을 찾아 방문한 황룡원의 기원에 아름다운 불심과 보살행이 있었음을 느끼며 감동하고 대원아카데미와의 인연에 감사함을 느꼈다. 이 향기로운 장소에 지금 내가 서 있을 수 있음이 두 분의 발원 덕분임을 알아차리자 가슴 깊이 뭉클했다.
깨달음을 향해 떠나는 명상여행 이끈 다양한 프로그램
이한구 이사장님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한 뿌리에서 자란 여러 생명체의 한 줄기, 또는 아름다운 불꽃의 한 자락으로서의 나를 설명하셨다. 우주와 내가 하나이며 내가 다른 생명과 결국 하나임을 설명하시기 위한 멋진 비유였다. 무한히 긴 시간 속, 현재라는 이 순간에 불꽃처럼 피어나 사라질 나라는 생명은 사소하지만 향기를 남길 수 있는 존재이리라.
이어 송영미 교수님은 마음에 대한 마음챙김 명상을 이끌어주셨다. 불자가 배를 곯게 하시지는 않을 것이란 부처님에 대한 믿음으로 삶을 과감히 변화시켰다는 말씀으로 시작해 걷기 명상, 짧은 보디 스캔과 앉아서 하는 명상을 이끄셨다. 발과 다리, 나의 몸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 집중으로, 나는 발을 움직일 때마다 허벅지, 배, 가슴, 그리고 머리까지 흔들리고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화내는 마음 등 여러 마음이 일어날 때 그냥 알아차리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끝으로 전해주셨다. 없애려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알아차리라는 것. 그것이 탐, 진, 치에서 벗어나는 시작점일 것이다.
늦은 시간 진행된 신진욱 교수님의 자기 연민 명상에서 나는, 내게 위로가 되는 존재로서 경주 수학여행 시절의 꿈 많던 나를 만날 수 있었는데, 존재가 안고 있는 밝은 빛이 지금 내겐 사라진 듯했지만 결국 내 안에 그대로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찾은 존재는 나였고 내가 받은 선물은 밝은 빛이었다. 이때 눈물이 흘렀는데, 다행히 행복한 눈물이었다.
셋째 날, 나는 두 번 더 황룡원의 석굴암을 방문했다. 아침엔 햇빛이 안까지 깊이 들어왔고 낮엔 별빛 같은 조명을 켜보았다. 빛이 달라서이고 동행자가 달라서였을까? 그 공간은 이전에 보지 못했던 모습을 차례로 보여주며 묵직하게 다가왔다. 혜안 스님은 마지막 날 프로그램으로 법(法)에 대한 마음챙김 명상을 진행하셨다. 이로써 이번 연수회 프로그램이었던 신수심법(身受心法) 사념처 수행의 한 바퀴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사성제의 고(苦)를 말씀하시며 수행의 목적은 이 고 또는 갈애(渴愛)를 놓아버려 해탈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마지막에 불교수행법을 자세히 설명한 경전인 『맛지마 니까야』를 강조하셔서 어서 읽어보고자 한다.
깨달음과 해탈을 향한 여정에 수행 정진의 닻으로 남은 명상여행
이렇게 황룡원과 교수님들과 도반들은 나를 깨달음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도와주었다. 우리들을 부처님이라 칭하며 절을 해주신 선배님과 자신이 걸어온 수행, 정진의 길을 따뜻하게 들려준 룸메이트, 깨달음에 진심인 선후배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 명상여행과 이후 방문한 토함산 석굴암, 분황사의 탑과 약사여래, 황룡사지의 초석들은 깨달음과 해탈을 향한 나의 여정에 있어서 마음과 수행 정진의 닻으로 남을 것이다.
김은영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 비지팅 스칼라를 거쳐 고려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강사를 지냈고 대원아카데미 명상지도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봉은사 템플스테이에서 연등 봉사를 하고 있다.
깨달음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시간
깨달음을 찾아 경주로 향하다
대한불교진흥원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시설 대원아카데미의 명상지도사 과정에 입학하고 4학기 과정을 마쳐 수료를 한 시점에서 접하게 된 동계연수회는 그동안의 배움을 정리해볼 아주 소중한 기회로 생각되어, 참가 신청할 때부터 경주 황룡원에 도착할 때까지 줄곧 마음이 설레었다. 여든 가까운 연세에도 다보원에 나오셔서 진심 어린 마음으로 수업을 들으시는 소녀 같은 노보살님 두 분과 함께 서울역에서 열차를 타고 경주로 이동했다. 고등학교 시절 수학여행으로 갔던 곳, 초등학생 두 딸의 공부차 갔던 경주. 이제 나는 깨달음을 찾아 경주로 향했다.
3일간 매일 다른 깊이로 다가온 황룡원의 중도타워와 정원
황룡사의 구층 목탑을 재현한 황룡원의 중도타워와 정원은 그곳에 머물던 3일간 매일 다른 깊이로 다가왔다. 첫날의 황룡원은 내가 명상 실습을 하고, 먹고 자는 정갈하게 꾸며진 공간일 뿐이었다. 이날 대원아카데미 동문들은 자신을 소개하며 명상여행을 시작했다. 저녁 식사 후에 박정아 교수님 지도하에 몸에 대한 마음챙김 명상을 했다. 사고와 마음을 담고 있는, 존재의 출발점인 몸을 강조하시며 몸을 움직이고 몸 곳곳을 보디 스캔하도록 이끄셨다. 이러한 몸에 관한 명상은 수학여행 시절 경주를 방문한 나의 몸, 어린 시절의 몸, 막 태어난 아기의 몸에까지 이어져 수십 년의 시간을 관통해 살고 있는 나의 몸과 존재에 대한 경이로움과 감사를 느끼게 했다.
둘째 날, 황룡사의 구층 목탑과 회랑, 석탑, 석불, 석굴암 등을 재현해 곳곳에 배치한 황룡원의 정원은 차분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한쪽 회랑의 끝에 자리한 석굴암에 들어가 향을 올렸다. 그 후에 황룡원의 법당에 들어갈 기회가 있었는데, 대원 장경호 거사님과 아내 추명순 보살님의 초상을 보며 대원아카데미와 깨달음을 찾아 방문한 황룡원의 기원에 아름다운 불심과 보살행이 있었음을 느끼며 감동하고 대원아카데미와의 인연에 감사함을 느꼈다. 이 향기로운 장소에 지금 내가 서 있을 수 있음이 두 분의 발원 덕분임을 알아차리자 가슴 깊이 뭉클했다.
깨달음을 향해 떠나는 명상여행 이끈 다양한 프로그램
이한구 이사장님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한 뿌리에서 자란 여러 생명체의 한 줄기, 또는 아름다운 불꽃의 한 자락으로서의 나를 설명하셨다. 우주와 내가 하나이며 내가 다른 생명과 결국 하나임을 설명하시기 위한 멋진 비유였다. 무한히 긴 시간 속, 현재라는 이 순간에 불꽃처럼 피어나 사라질 나라는 생명은 사소하지만 향기를 남길 수 있는 존재이리라.
이어 송영미 교수님은 마음에 대한 마음챙김 명상을 이끌어주셨다. 불자가 배를 곯게 하시지는 않을 것이란 부처님에 대한 믿음으로 삶을 과감히 변화시켰다는 말씀으로 시작해 걷기 명상, 짧은 보디 스캔과 앉아서 하는 명상을 이끄셨다. 발과 다리, 나의 몸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 집중으로, 나는 발을 움직일 때마다 허벅지, 배, 가슴, 그리고 머리까지 흔들리고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화내는 마음 등 여러 마음이 일어날 때 그냥 알아차리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끝으로 전해주셨다. 없애려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알아차리라는 것. 그것이 탐, 진, 치에서 벗어나는 시작점일 것이다.
늦은 시간 진행된 신진욱 교수님의 자기 연민 명상에서 나는, 내게 위로가 되는 존재로서 경주 수학여행 시절의 꿈 많던 나를 만날 수 있었는데, 존재가 안고 있는 밝은 빛이 지금 내겐 사라진 듯했지만 결국 내 안에 그대로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찾은 존재는 나였고 내가 받은 선물은 밝은 빛이었다. 이때 눈물이 흘렀는데, 다행히 행복한 눈물이었다.
셋째 날, 나는 두 번 더 황룡원의 석굴암을 방문했다. 아침엔 햇빛이 안까지 깊이 들어왔고 낮엔 별빛 같은 조명을 켜보았다. 빛이 달라서이고 동행자가 달라서였을까? 그 공간은 이전에 보지 못했던 모습을 차례로 보여주며 묵직하게 다가왔다. 혜안 스님은 마지막 날 프로그램으로 법(法)에 대한 마음챙김 명상을 진행하셨다. 이로써 이번 연수회 프로그램이었던 신수심법(身受心法) 사념처 수행의 한 바퀴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사성제의 고(苦)를 말씀하시며 수행의 목적은 이 고 또는 갈애(渴愛)를 놓아버려 해탈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마지막에 불교수행법을 자세히 설명한 경전인 『맛지마 니까야』를 강조하셔서 어서 읽어보고자 한다.
깨달음과 해탈을 향한 여정에 수행 정진의 닻으로 남은 명상여행
이렇게 황룡원과 교수님들과 도반들은 나를 깨달음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도와주었다. 우리들을 부처님이라 칭하며 절을 해주신 선배님과 자신이 걸어온 수행, 정진의 길을 따뜻하게 들려준 룸메이트, 깨달음에 진심인 선후배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 명상여행과 이후 방문한 토함산 석굴암, 분황사의 탑과 약사여래, 황룡사지의 초석들은 깨달음과 해탈을 향한 나의 여정에 있어서 마음과 수행 정진의 닻으로 남을 것이다.
김은영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 비지팅 스칼라를 거쳐 고려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강사를 지냈고 대원아카데미 명상지도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봉은사 템플스테이에서 연등 봉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