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된 삶에서 대자유의 삶으로|나의 불교 이야기

중독된 삶에서 

대자유의 삶으로


김시연

동국대학교 세계불교학연구소 연구원, 원효학술상 수상자


병이 들어 시작한 수행 통해 몸과 정신 건강하게 되살아나며 

사회에 성공적으로 복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서른두 살 때 몸에 중병이 들었다. 몸에 병이 든 것을 통보받기 전에 정신은 이미 공황 상태로 피폐했다. 생동감 넘치고 어여뻐야 할 젊음이 오랜 불면증과 알코올 중독, 병으로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친구의 도움으로 깊은 산중 작은 사찰에 인연이 닿게 되었다. 사찰의 주지 스님은 영적으로 탁월한 예민함이 있는 분이셨다. 젊은이를 이대로 내버려두면 안 되겠다 싶었는지 절 수행법과 기도하는 법을 알려주고 7일, 21일, 100일 기도를 주기적으로 시키셨다. 당연히 음주는 금지였고 하루에 천 배, 삼천 배는 기본이었다. 

발에 물집도 잡히고, 절하면서 바닥과 접촉하는 양말에 구멍이 나는 것이 일상사였지만, 절을 하면 할수록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처음 해보는 천 배, 삼천 배를 거뜬히 해냈다. 사찰이나 집의 조용한 공간에서 절을 하거나 합장하고 앉아 있을 때면, 가슴 밑바닥, 그 끝을 알 수 없는 곳으로부터 눈물이 마를 날 없이 용솟음쳤다. 무릎 밑에 수건을 깔아놓고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도록 토해내고 또 토해내며 통곡했다. 한 번씩 목 놓아 울고 나면, 목이나 얼굴의 실핏줄이 터져서 울긋불긋했다. 한 배, 한 배 부처님 전에 올리던 절과 함께 가슴속 켜켜이 쌓여 있던 묵은 한이 한 올 한 올 풀려나간 것이었을까! 핏줄이 터진 자리와는 달리 얼굴빛은 맑아져갔다. 

살고자 버둥거리며 시작했던 수행으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불필요하고 번거로운 인연들이 정리되며 자연스레 생활은 단순해졌다. 금주와 함께 시작한 기도 기간이 끝날 때마다 알코올에 취하지 않은 맑은 정신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10대 시절부터 괴롭히던 만성 불면증에서 벗어나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몸과 정신이 건강하게 살아났고 자신감이 넘쳤다.

이러한 자신감은 긍정성을 강화해 목표가 정확하고 진취적인 성향을 고양시켰기 때문에, 직장에서도 고액의 연봉 수위를 수년 동안 달성할 정도로 업무 실행력과 대인관계에서도 큰 도움이 되었다.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이어가던 중에도 기도와 절은 항상 생활의 중요한 부분이었고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반조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시간이 되었다.


현재 불교학 연구자로 입문해 불교 경전과 논서 연구하며 

일상 명상과 집중 수행 이어가

어느 날, 수행 생활 중 체험한 경험들을 인지적 차원으로 정리하기 위해서는 학문적인 소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세상의 현자들이 말하는 우주의 진리라는 것이 궁금해져서, 불교학과에 편입하게 되었다. 그즈음 미얀마에 수행을 다녀오게 되었는데, 이때 불교 수행의 고귀함과 참 행복에 눈을 뜨게 되었다. 이 경험은 그동안 일 중독자라 불릴 정도로 매진하던 직업을 과감히 접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는 불교학 연구자로 입문해 불교의 경전과 논서를 연구하고 있다. 문자에만 집착하는 형국이 되지 않기 위해서, 선지식들이 남긴 어록의 깊은 뜻을 통찰하려 노력하고 때로 글쓰기를 통해 세상과 교류하고 있다. 매일 조용히 자리에 앉아 명상의 시간을 갖고 있으며, 일 년에 두 번 이상은 일정 기간을 할애해 집중 수행을 이어가고 있다. 

매일의 명상을 통해 무상과 무아에 대한 작은 깨달음들과 늘 손에서 떼지 않는 경전과 논서의 말씀들이 서서히 스며들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일상생활 중에도 자신을 관조하는 선업이 생겼고, 힘든 일이 닥칠 때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과거에 비하면 훨씬 수월하다. 살아오면서 부모를 비롯해 사람들에게 지니고 있던 원망과 원한이 사라지고, 연민과 동정심이 자라났다. 

세상 사람들은 욕망에 불타올라 관능적인 쾌락을 찾아다니고, 술이나 약물 등 갖가지 물질과 부정적인 감정에 중독되어 있다. 중독된 상태가 심각함에도 중독되어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고 산다. 수행은 자신을 객관화해 관찰하도록 도왔다. 중독된 상태를 각성시켰고, 좋고 싫은 느낌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고 균형감을 회복하게 해주었다. 회복된 본성은 맑은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행여 오염이 되더라도 회복탄력성이 높다. 이것이 욕망에 부림당하지 않고, 욕망을 부리고 살 수 있는 좋은 습관일 것이다. 또 불교에서 말하는 ‘업장 소멸’의 의미와 상통한다. 

지난 20년의 시간을 뒤돌아보면,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는 말을 실감한다. 젊은 시절의 광폭했던 마음 상태는 천 배 혹은 삼천 배의 절 수행과 기도, 통곡의 시간을 통해서 용해된 거친 업이었다. 모든 인간의 카르마가 제각각 다르듯 필자에게는 몸을 열심히 움직이는 수련의 시간이 업을 녹이기 위한 필수 과정이었던 것 같다. 

문·사·수는 듣고 보고 사유하고 그것이 실참 수행으로 이어져 좀 더 나은 실제의 삶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불교의 수행법이다. 이 수행법으로 공부를 해나가면서 가장 큰 수확은 자력 신앙인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자신 안의 불성을 믿게 되면 소원하는 것에 방향성을 두되, 집착하는 마음은 내려놓고 인과법에 내맡기게 된다. ‘지금 이 순간’의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행위가 온 우주에 바치는 기도라는 것을 저절로 깨닫게 된다

과거 죽음의 두려움과 직면하며 공포에 떨었던 젊은이가 불교의 가르침을 만나서,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하는 즐거움을 알고, 삶을 사랑하고 자유와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개개인의 삶은 오색창연한 만다라의 일부분처럼 생멸하는 우주의 에너지가 눈앞에 존재를 드러낸 선물

이다. 그 삶 속을 관통하는 빛나는 가치가 늘 함께 있음을 자각한다. 그리고 그 빛과 하나 되는 대자유를 꿈꾸며, 나만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뿐이다.  


김시연|동국대학교에서 불교학을 전공, 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선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동국대 세계불교학연구소 연구원으로 동국대에서 진행하는 불교 인물 관련 저술을 도우며 교학 연구와 실참 수행을 병행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미얀마 고엔카 위빠사나 명상 수행법 연구」(제14회 원효학술상 수상), 「원효의 발보리심관 연구」 등이 있다. 추후 한국학과 관련해 K-명상 수행 콘텐츠와 불교 경론에 나타나는 수행과 사상에 대한 글을 기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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