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불교의 수행
김재성
능인대학원대학교 명상심리학과 교수

대승불교란 대승 경전을 바탕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불교를 말한다. 『반야경』, 『십지경』, 『법화경』, 『무량수경』 등의 대승 경전을 불설로 수용하고 배우고, 독송하는 것을 강조한 대승불교는 인도에서 탄생해 중앙아시아,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일부에도 전해져 현재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에서 대승불교의 주된 전통은 인도 대승불교와 금강승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티베트 불교가 있고, 중국, 한국, 일본으로 전승된 동아시아 대승불교가 있다. 한국은 중국으로 전승된 대승불교를 받아들이며, 대승 교학과 대승의 실천 그리고 선불교와 금강승의 의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승불교 신앙, 교학, 수행을 복합적으로 전승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소의경전을 『금강경(金剛經)』으로 삼고 있다. 조계종은 그 외의 경전 연구와 염불, 주력 등 불교의 여러 수행법과 가르침도 제한하지 않고 포용하는 통불교의 특색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 글에서는 한국 불교의 근간을 이루는 대승 경전 가운데 반야사상을 중심으로 대승불교의 수행에 대해 살펴본다.
초기 불교의 핵심 문제 : 괴로움과 그 소멸
붓다는 초기 경전에서 “비구들이여, 나는 이전에도 지금도 오직 괴로움과 괴로움의 소멸을 선언한다”고 했다. 괴로움과 괴로움의 소멸이 붓다 가르침의 핵심이며, 이 초기 불교의 가르침을 계승하려고 한 것이 부파불교였다. 인도 불교의 주된 흐름을 형성했던 부파불교(13세기 인도 불교가 소멸하기까지 주된 흐름은 부파불교였다.)는 현세에서 붓다가 가르친,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인 수행도를 완성해 괴로움의 원인인 번뇌를 모두 없앤 아라한이 되는 것을 수행의 이상으로 삼았다. 붓다의 아라한 제자들은 초기 불교를 전파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고 부파불교는 이러한 이상을 해석하고 실천한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대승불교의 이상
한편 대승불교 운동의 담당자들은 괴로움의 소멸이라는 아라한의 깨달음에 도달한다는 목적을 버리고, 현세에서의 구제의 완성에 구애되지 않고, 위없는 깨달음인 무상보리(無上菩提)에 이르러 붓다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보살(bodhisattva, 붓다의 깨달음을 목표로 하는 중생)로서 스스로를 평가했다. 이런 의미에서 대승이라는 말은 보살로서의 길을 걷는 보살승(菩薩乘, bodhisattvayāna), 붓다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불승(佛乘, buddhayāna)과 의미적으로 서로 겹친다.
무상보리에의 길은, 석가모니가 성불하기 이전에 전생에 보살로서 금욕적 수행이나 이타(利他)의 자비행 등을 계속 실천해 많은 덕성을 쌓아 올리는 것이다. 초기 불교에서는 보살이 된 전생의 석가모니는 4아승지 10만 겁 동안 10바라밀을 닦아 마침내 붓다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초기 경전 가운데 붓다왐사에서 석가모니 성불 이전의 연등불로 수기를 받는 내용이 나오는데, 수기를 받은 후 10바라밀을 닦았다고 한다. 10바라밀은 베풂(dāna, 布施), 규범(sīla, 持戒), 욕망을 멀리함(nekkhamma, 出離), 지혜(paññā, 智慧), 노력(viriya, 精進), 참음(khanti, 忍辱), 진실(sacca, 眞實), 굳은 결심(adhiṭṭhāna, 決意), 자애(mettā, 慈愛), 평온(upekkhā, 平穩)이다.
초기 경전의 10바라밀은 대승불교에서는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의 6바라밀로 정리된다. 6바라밀에서 선정 바라밀을 제외하면 다른 5바라밀은 초기 불교의 10바라밀에도 제시되어 있다. 물론 자애는 선정 수행의 방법으로 평온은 사무량심의 하나이거나 색계 제4선의 상태로 생각할 수 있으니 선정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대승불교의 사상적 특징과 보살 사상
대승불교는 아라한의 깨달음이 아닌 붓다의 깨달음인 무상보리(無上菩提, anuttara-samyak-sambodhi)를 궁극의 목적으로 한다. 무상보리를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6바라밀의 실천을 강조했다. 6바라밀 자체가 보살의 대승이라고 하기에, 붓다의 깨달음을 지향하는 대승의 핵심 수행법이 6바라밀이다. 6바라밀은 반야바라밀, 즉 지혜바라밀로 귀착되는데 반야바라밀이란 제법실상을 아는 지혜를 말하며 일체 지혜를 포섭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보살은 붓다의 깨달음을 구하기에 일체 법을 배워야 하며, 성문, 벽지불, 붓다의 지혜라는 일체 지혜를 얻어야 한다.
대승불교는 또한 공(空) 사상을 주장하고, 일체 중생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대비심에 뿌리를 둔 서원(誓願) 사상, 타방 불국토(정토)관, 현재 시방불(十方佛)의 존재, 이타(利他) 의식, 삼매의 강조, 금욕(출리)의 추천 등의 교의적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이 모든 대승불교의 사상적 특징은 모두 실천 주체인 보살 의식으로 통합된다.
붓다의 깨달음을 지향하는 보살은 지혜는 깊으나 아직 온전한 이치를 깨닫지 못한 건혜지(乾慧地)에서부터 모든 번뇌를 완전히 끊어 열반을 성취한 경지인 불지(佛地)에 이르기까지 일체 선법과 일체 도를 배운다. 이렇게 보면 대승불교의 수행은 6바라밀로 대표되지만, 붓다의 깨달음을 지향하면서(上求菩提), 일체 중생을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대비심을 낸다면(下化衆生), 성문과 벽지불의 모든 수행까지도 보살의 수행으로 삼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법화경』에서 말하는 회삼귀일(會三歸一), 즉 성문, 연각, 보살의 삼승(三乘)은 궁극적으로 성불에 이르는 일불승(一佛乘)으로 향한다는 주장이 대승의 기본적인 입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보리심과 대비심을 가지고 있다면, 37조도품도 보살도가 되는 것이며, 부파불교의 다양한 수행법도 보살도가 되는 것이다.
대승 수행으로서 6바라밀
초기 불교 이래 공덕을 쌓는 실천법이었던 보시, 지계, 인욕을 6바라밀에 포함하면서 대승보살은 보리심과 대비심을 바탕으로 실천한다. 세상 사람들은 세상에서의 복을 짓기 위해서 또는 천상을 위해서 보시하기도 하며, 어떤 이는 마음에 집착이 없고, 세상을 싫어해서 열반락을 구해서 보시를 한다. 이러한 보시를 아라한의 보시, 벽지불의 보시라고 한다.
붓다의 깨달음과 중생을 위해서 보시할 때, 보살의 보시가 되며 이러한 보시는 6바라밀을 생기게 하는 보시가 된다. 이는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에도 모두 적용된다. 따라서 바라밀 수행이란 초기 불교와 부파불교의 실천 덕목이었던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를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혜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선정을 닦는 마음이 마음의 안정이나 천상의 행복 또는 번뇌의 소멸을 통한 괴로움의 소멸을 지향하고 있다면, 이러한 선정은 보살의 수행이 아니라 세속의 선정이거나 성문의 선정이다. 보리심을 지향하고 중생을 향한 대비심을 전제로 한 선정 수행이어야만 대승 보살의 수행을 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 불교가 성불, 즉 붓다가 되는 수행이 되려면 반드시 보리심과 대비심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대승 수행의 핵심 토대 : 보리심과 대비심
대승보살이 추구하는 붓다의 깨달음인 무상보리의 추구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이는 연등불을 만난 수메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연등불이 세상에 출현했을 때, 붓다는 사성제를 설해 많은 제자들을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하지만 수메다 행자는 연등불과의 만남에서 아라한이 되어 괴로움의 소멸에 도달하는 아라한의 길을 가지 않고, 붓다가 되어 많은 중생에게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가르치는 길에 굳게 마음을 낸다. 이러한 수메다 행자의 자질을 꿰뚫어본 연등불은 수메다 행자에게 미래에 붓다가 될 것이라는 예언인 수기를 내려주고 헤어진다. 이것이 연등불과 직접 만나서 수기를 받아 보살의 길을 걸은 석가모니 보살의 이야기이다. 붓다가 되고자 하는 보리심과 중생을 위하는 대비심을 확고하게 지니고, 선법을 실천한다면 그것이 대승불교의 수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살의 삶
붓다의 가르침이 괴로움과 괴로움의 소멸을 천명하는 것이라고 한다. 초기 경전의 말씀을 따라 괴로움의 소멸을 지향한다면, 이는 성문의 깨달음인 아라한을 이상으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석가모니 붓다의 전생의 삶이 보여주었던 무상보리의 추구와 중생을 향한 대비심에 의해 선법을 실천한다면 그 선법의 실천 결과는 붓다가 되는 길로 귀착될 것이다. 수기를 받아 보살이 된다는 사상이 대승에 와서는 스스로 서원을 세우고 보살이 되는 자서원 보살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보살의 자각에 바탕을 둔 대승불교는 엄한 고행이나 금욕 생활을 장려해, 승원(촌락)에 머무는 것보다 산림(아란야)에 머무는 것에 가치를 두는 등 전체로서 반세속적, 엄격주의적 경향을 강하게 지닌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세상에 살되 세상에 물들지 않으려면, 보리심과 대비심을 바탕으로 한 철저한 금욕적인 수행을 강조했다는 것이 다양한 대승의 경전과 논서에서 확인된다.
김재성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 및 동 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일본 도쿄대 대학원 인도철학과 석사 및 동 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서울불교대학원대 불교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는 능인대학원대 명상심리학과 교수로 있다. 『붓다와 함께하는 초기불교 산책 1』, 『자애 명상-행복을 위한 혁명적인 명상법』, 『명상의 정신의학』, ‘마음챙김과 심리치료’ 등의 역·저서가 있다.
대승불교의 수행
김재성
능인대학원대학교 명상심리학과 교수
대승불교란 대승 경전을 바탕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불교를 말한다. 『반야경』, 『십지경』, 『법화경』, 『무량수경』 등의 대승 경전을 불설로 수용하고 배우고, 독송하는 것을 강조한 대승불교는 인도에서 탄생해 중앙아시아,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일부에도 전해져 현재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에서 대승불교의 주된 전통은 인도 대승불교와 금강승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티베트 불교가 있고, 중국, 한국, 일본으로 전승된 동아시아 대승불교가 있다. 한국은 중국으로 전승된 대승불교를 받아들이며, 대승 교학과 대승의 실천 그리고 선불교와 금강승의 의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승불교 신앙, 교학, 수행을 복합적으로 전승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소의경전을 『금강경(金剛經)』으로 삼고 있다. 조계종은 그 외의 경전 연구와 염불, 주력 등 불교의 여러 수행법과 가르침도 제한하지 않고 포용하는 통불교의 특색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 글에서는 한국 불교의 근간을 이루는 대승 경전 가운데 반야사상을 중심으로 대승불교의 수행에 대해 살펴본다.
초기 불교의 핵심 문제 : 괴로움과 그 소멸
붓다는 초기 경전에서 “비구들이여, 나는 이전에도 지금도 오직 괴로움과 괴로움의 소멸을 선언한다”고 했다. 괴로움과 괴로움의 소멸이 붓다 가르침의 핵심이며, 이 초기 불교의 가르침을 계승하려고 한 것이 부파불교였다. 인도 불교의 주된 흐름을 형성했던 부파불교(13세기 인도 불교가 소멸하기까지 주된 흐름은 부파불교였다.)는 현세에서 붓다가 가르친,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인 수행도를 완성해 괴로움의 원인인 번뇌를 모두 없앤 아라한이 되는 것을 수행의 이상으로 삼았다. 붓다의 아라한 제자들은 초기 불교를 전파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고 부파불교는 이러한 이상을 해석하고 실천한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대승불교의 이상
한편 대승불교 운동의 담당자들은 괴로움의 소멸이라는 아라한의 깨달음에 도달한다는 목적을 버리고, 현세에서의 구제의 완성에 구애되지 않고, 위없는 깨달음인 무상보리(無上菩提)에 이르러 붓다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보살(bodhisattva, 붓다의 깨달음을 목표로 하는 중생)로서 스스로를 평가했다. 이런 의미에서 대승이라는 말은 보살로서의 길을 걷는 보살승(菩薩乘, bodhisattvayāna), 붓다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불승(佛乘, buddhayāna)과 의미적으로 서로 겹친다.
무상보리에의 길은, 석가모니가 성불하기 이전에 전생에 보살로서 금욕적 수행이나 이타(利他)의 자비행 등을 계속 실천해 많은 덕성을 쌓아 올리는 것이다. 초기 불교에서는 보살이 된 전생의 석가모니는 4아승지 10만 겁 동안 10바라밀을 닦아 마침내 붓다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초기 경전 가운데 붓다왐사에서 석가모니 성불 이전의 연등불로 수기를 받는 내용이 나오는데, 수기를 받은 후 10바라밀을 닦았다고 한다. 10바라밀은 베풂(dāna, 布施), 규범(sīla, 持戒), 욕망을 멀리함(nekkhamma, 出離), 지혜(paññā, 智慧), 노력(viriya, 精進), 참음(khanti, 忍辱), 진실(sacca, 眞實), 굳은 결심(adhiṭṭhāna, 決意), 자애(mettā, 慈愛), 평온(upekkhā, 平穩)이다.
초기 경전의 10바라밀은 대승불교에서는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의 6바라밀로 정리된다. 6바라밀에서 선정 바라밀을 제외하면 다른 5바라밀은 초기 불교의 10바라밀에도 제시되어 있다. 물론 자애는 선정 수행의 방법으로 평온은 사무량심의 하나이거나 색계 제4선의 상태로 생각할 수 있으니 선정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대승불교의 사상적 특징과 보살 사상
대승불교는 아라한의 깨달음이 아닌 붓다의 깨달음인 무상보리(無上菩提, anuttara-samyak-sambodhi)를 궁극의 목적으로 한다. 무상보리를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6바라밀의 실천을 강조했다. 6바라밀 자체가 보살의 대승이라고 하기에, 붓다의 깨달음을 지향하는 대승의 핵심 수행법이 6바라밀이다. 6바라밀은 반야바라밀, 즉 지혜바라밀로 귀착되는데 반야바라밀이란 제법실상을 아는 지혜를 말하며 일체 지혜를 포섭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보살은 붓다의 깨달음을 구하기에 일체 법을 배워야 하며, 성문, 벽지불, 붓다의 지혜라는 일체 지혜를 얻어야 한다.
대승불교는 또한 공(空) 사상을 주장하고, 일체 중생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대비심에 뿌리를 둔 서원(誓願) 사상, 타방 불국토(정토)관, 현재 시방불(十方佛)의 존재, 이타(利他) 의식, 삼매의 강조, 금욕(출리)의 추천 등의 교의적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이 모든 대승불교의 사상적 특징은 모두 실천 주체인 보살 의식으로 통합된다.
붓다의 깨달음을 지향하는 보살은 지혜는 깊으나 아직 온전한 이치를 깨닫지 못한 건혜지(乾慧地)에서부터 모든 번뇌를 완전히 끊어 열반을 성취한 경지인 불지(佛地)에 이르기까지 일체 선법과 일체 도를 배운다. 이렇게 보면 대승불교의 수행은 6바라밀로 대표되지만, 붓다의 깨달음을 지향하면서(上求菩提), 일체 중생을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대비심을 낸다면(下化衆生), 성문과 벽지불의 모든 수행까지도 보살의 수행으로 삼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법화경』에서 말하는 회삼귀일(會三歸一), 즉 성문, 연각, 보살의 삼승(三乘)은 궁극적으로 성불에 이르는 일불승(一佛乘)으로 향한다는 주장이 대승의 기본적인 입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보리심과 대비심을 가지고 있다면, 37조도품도 보살도가 되는 것이며, 부파불교의 다양한 수행법도 보살도가 되는 것이다.
대승 수행으로서 6바라밀
초기 불교 이래 공덕을 쌓는 실천법이었던 보시, 지계, 인욕을 6바라밀에 포함하면서 대승보살은 보리심과 대비심을 바탕으로 실천한다. 세상 사람들은 세상에서의 복을 짓기 위해서 또는 천상을 위해서 보시하기도 하며, 어떤 이는 마음에 집착이 없고, 세상을 싫어해서 열반락을 구해서 보시를 한다. 이러한 보시를 아라한의 보시, 벽지불의 보시라고 한다.
붓다의 깨달음과 중생을 위해서 보시할 때, 보살의 보시가 되며 이러한 보시는 6바라밀을 생기게 하는 보시가 된다. 이는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에도 모두 적용된다. 따라서 바라밀 수행이란 초기 불교와 부파불교의 실천 덕목이었던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를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혜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선정을 닦는 마음이 마음의 안정이나 천상의 행복 또는 번뇌의 소멸을 통한 괴로움의 소멸을 지향하고 있다면, 이러한 선정은 보살의 수행이 아니라 세속의 선정이거나 성문의 선정이다. 보리심을 지향하고 중생을 향한 대비심을 전제로 한 선정 수행이어야만 대승 보살의 수행을 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 불교가 성불, 즉 붓다가 되는 수행이 되려면 반드시 보리심과 대비심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대승 수행의 핵심 토대 : 보리심과 대비심
대승보살이 추구하는 붓다의 깨달음인 무상보리의 추구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이는 연등불을 만난 수메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연등불이 세상에 출현했을 때, 붓다는 사성제를 설해 많은 제자들을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하지만 수메다 행자는 연등불과의 만남에서 아라한이 되어 괴로움의 소멸에 도달하는 아라한의 길을 가지 않고, 붓다가 되어 많은 중생에게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가르치는 길에 굳게 마음을 낸다. 이러한 수메다 행자의 자질을 꿰뚫어본 연등불은 수메다 행자에게 미래에 붓다가 될 것이라는 예언인 수기를 내려주고 헤어진다. 이것이 연등불과 직접 만나서 수기를 받아 보살의 길을 걸은 석가모니 보살의 이야기이다. 붓다가 되고자 하는 보리심과 중생을 위하는 대비심을 확고하게 지니고, 선법을 실천한다면 그것이 대승불교의 수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살의 삶
붓다의 가르침이 괴로움과 괴로움의 소멸을 천명하는 것이라고 한다. 초기 경전의 말씀을 따라 괴로움의 소멸을 지향한다면, 이는 성문의 깨달음인 아라한을 이상으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석가모니 붓다의 전생의 삶이 보여주었던 무상보리의 추구와 중생을 향한 대비심에 의해 선법을 실천한다면 그 선법의 실천 결과는 붓다가 되는 길로 귀착될 것이다. 수기를 받아 보살이 된다는 사상이 대승에 와서는 스스로 서원을 세우고 보살이 되는 자서원 보살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보살의 자각에 바탕을 둔 대승불교는 엄한 고행이나 금욕 생활을 장려해, 승원(촌락)에 머무는 것보다 산림(아란야)에 머무는 것에 가치를 두는 등 전체로서 반세속적, 엄격주의적 경향을 강하게 지닌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세상에 살되 세상에 물들지 않으려면, 보리심과 대비심을 바탕으로 한 철저한 금욕적인 수행을 강조했다는 것이 다양한 대승의 경전과 논서에서 확인된다.
김재성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 및 동 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일본 도쿄대 대학원 인도철학과 석사 및 동 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서울불교대학원대 불교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는 능인대학원대 명상심리학과 교수로 있다. 『붓다와 함께하는 초기불교 산책 1』, 『자애 명상-행복을 위한 혁명적인 명상법』, 『명상의 정신의학』, ‘마음챙김과 심리치료’ 등의 역·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