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돌봄가를 아시나요? | 사유와 성찰

내가 만난
오토바이를 탄 보살들

첸싱 한
작가


영적 돌봄가를 아시나요?
내 인생의 첫 20년 동안은 ‘채플레인(chaplain; 영적 돌봄가)’이 일종의 배, 포근한 셔츠, 혹은 누군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 했을 때 그 말을 믿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영어는 내 아버지에게 (사실 따지고 보면 나에게도) 세 번째 언어, 어머니에게는 네 번째 언어였다. 상하이어나 광둥어, 표준 중국어로 ‘채플레인’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 어머니의 프랑스 중국어 사전에 ‘샤플랭(chapelain; ‘교법사 또는 영적 돌봄가’를 지칭하는 프랑스어)’이라는 단어가 있었을까? 미국에 다른 친인척이 없는 이민자로서 우리 가족은 병원이나 군대, 교도소, 또는 호스피스와 같이 성직자나 평신도로부터 영적 돌봄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접할 일이 거의 없었다.

임상목회교육 과정으로 마음의 평화 찾아
내가 훗날 캄보디아에서 불교 교법사들의 제자가 되리라고는 더더욱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한 해 여름, 어느새 프놈펜의 병원과 교도소에서 가난한 에이즈 환자들을 돕는 비영리단체인 ‘브라마비하라’의 직원들을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운영된 이 비영리단체는 미국의 선사인 베스 칸지 골드링(Beth Kanji Goldring) 스님이 설립했다. 베스 스님, 그리고 그녀를 돕던 캄보디아의 다세대적 불교 재가자 집단이 처음으로 나에게 영적 돌봄과 수행 실천에 대해 가르쳐주신 분들이다.

이들은 ‘오토바이를 탄 보살들’이라고 불렸는데 다엠 트콥(Daem Thkov) 로터리에서 각자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사람들에게 영기 치료, 염불, 음식과 약을 제공했으며, 죽어가는 사람들의 곁을 지켜주고 장례식을 치르기도 했다. 또 단체의 이름에 걸맞게, 즉 자애롭고(metta) 자비로우며(karuna) 함께 기뻐하고(mudita) 평정한(upekkha) 신성한 거처(brahmavihara)의 사람들이었다.

내가 영적 돌봄가로서 공식적으로 일한 지 7년 이상이 지났다. 당시에 나는 오클랜드에 있는 한 병원의 종양내과와 신장내과에서 근무했었다. 1년간의 영적 돌봄가 레지던트 과정에 대해 나는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종종 (하지만 꽤나 진지하게) 농담을 하곤 한다.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2년 후, 나는 가까운 친구의 때 이른 죽음으로 슬픔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그 4학기 동안의 임상목회교육(CPE) 과정은 내 대학 시절 룸메이트가 서른 번째 생일을 6개월 앞두고 숨을 거둔 포틀랜드 종양내과에서 나로 하여금 마음의 평화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미국인 4명 중 1명은 영적 돌봄가의 도움을 받은 적 있어
2022년 3월에 실시된 갤럽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4명 중 1명은 영적 돌봄가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어떤 환자는 언제든지 호출할 수 있는 영적 돌봄가들이 “커피에 든 크림, 혹은…”, “프라이드치킨 같은 보너스예요!”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어쩌면 영적 돌봄가들은 누군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일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감싸는 셔츠일 수도 있다.

사실 영적 돌봄가를 의미하는 ‘채플레인’이라는 영어 단어는 ‘카펠라누(cappellanu)’에서 유래된 것이다. 카펠라누는 4세기에 살았던 한 성인의 신성한 유물을 지키던 사제들을 일컫는데, 이들이 모셨던 성인은 누더기를 입은 걸인을 따뜻하게 해주기 위해 자신의 망토를 반으로 자른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를 안전한 곳으로 서로를 나르는 일종의 배일지도 모른다.

브라마비하라와 같은 활동 단체들은 헤아릴 수 없다. 우리는 이러한 곳을 무한히 구축하고, 우리를 차별 없이 받아들인다. 우리는 영양분을 공급하는 동시에 공급받는다. 우리는 모두 기쁨과 슬픔, 두려움과 꿈으로 만들어진 옷을 입는다. 우리가 이 신성한 단체들의 활동을 세상에 구현할 때, 비로소 피안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 이 글은 불교 잡지 『라이언스 로어(Lion’s Roar)』에 실린 ‘Bodhisattvas on Motorbikes’라는 에세이를 저자에게 받아 번역한 것이다.

번역|조연우

첸싱 한(Chenxing Han)
스탠퍼드 대학교를 나와 연합신학대학원(Graduate Theological Union)에서 불교학 석사를 받았으며, 캘리포니아 버클리 불교학연구소에서 불교 교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 미국의 초·중·고등학교, 대학교 및 불교 공동체에서 작가이자 연사 및 워크숍 리더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Raising the Voices of Asian American Buddhists』와 『one long listening: a memoir of grief, friendship, and spiritual care』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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