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관세음보살은
출현할 것인가?
이한구
경희대학교 석좌교수

증강인간과 인간 닮은 로봇이라는 두 종류의 포스트휴먼 등장
인공지능이 문명을 주도하는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인터넷 시대를 넘어 인공지능은 이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이미 깊숙이 자리 잡았을 뿐만 아니라 경쟁력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선진 국가들이나 기업들이 인공지능 개발에 혼신의 힘을 경주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인공지능이 지닌 높은 경쟁력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처음에는 계산 도구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인간이 하는 수많은 일들을 대신 처리하는 기능까지 수행한다. 인간의 인공지능에 대한 의존도는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이제 인공지능을 빼고는 일이 되지 않는 영역들이 수없이 늘어나고 있다. 인공지능 없이 하는 작업은 산업혁명 시대의 가내 수공업에 비유될 정도다.
많은 전문가들이 인간과 점점 비슷해지는 범용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예견한다. 5년 안에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아마 머지않은 장래에 인간은 휴머노이드 로봇과 동료가 되어 전투를 치르거나 실험실에서 동료 연구자로 함께 연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한편 생명공학의 발전 역시 전통적인 인간상을 바꾸고 있다. 최근 생명공학이 도달한 가장 놀라운 업적은 생명체들의 유전체(genome)를 해독하고, 유전자(gene)를 조작까지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식료품의 대다수가 유전자 조작에 의해 길러진 식품들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유전자 조작에 의해 선천적 질병을 치료할 뿐만 아니라, 원하기만 하면 인간의 여러 형질을 변형시키거나 증강된 인간을 만들 수가 있다.
생명공학과 인공지능의 발달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진화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출현하게 되는 새로운 인간을 현재의 인간 휴먼(human)과 구별해 미래 인간이나 신인간 포스트휴먼(posthuman)이라 부른다.
포스트휴먼을 향한 두 갈래 길이 뚫리고 있는 셈이다. 하나는 증강인간을 만드는 길이다. 증강인간(transhuman)은 생명공학을 이용해 현재의 인간을 한층 강화시킨 인간이다. 올림픽의 표어를 원용해서 말한다면, 증강인간은 더욱 오래 살고, 더욱 많은 지식과 정보를 소유하고, 더욱 강력한 힘을 갖게 된 인간이다. 이런 인간은 외부적 기계의 도움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체 자체를 변형시키는 방법으로 탄생한다.

다른 길은 기계의 인간화 길이다. 인간의 기계화와는 방향이 다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여러 도구들이 우리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면서 일반인도 인공지능의 위력을 알게 되었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 지능으로 계산 기계인 컴퓨터가 고도로 진화한 결과이다.
결국 증강인간과 인간을 닮은 로봇이라는 두 종류의 포스트휴먼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증강인간의 등장에 의해 제2의 관세음보살의 출현도 가능해질까?
증강인간이나 인공지능 인간의 등장은 너무나 중차대한 일이라 그 허용 범위와 정도에 대해 엄청난 논란과 진통이 예상되고, 또 앞으로 실제로 어떻게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아무런 사회적 제약 없이 진행된다고 가정했을 때, 보살과 관련해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상상해볼 수는 있다.
보살(Bodhisttva)은 깨달음을 구하는 존재이자 동시에 모든 중생을 고통에서 구제하기 위해 헌신하는 존재이다. 보살은 모든 중생과 더불어 깨달음을 이루겠다는 보리심을 품고, 보살행을 실천한다. 보살행이란 탐, 진, 치를 극복하고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의 육바라밀의 덕목을 실천함이다. 이를 10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기도 한다.
대승불교에는 여러 보살님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동아시아 불교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보살이 관세음보살이다. 자비심의 상징이며, 중생의 고통 소리를 듣고 구제한다는 보살이다. 『화엄경』이나 『법화경』 등 대승불교 경전에 의하면 관세음보살은 보타락가산이라는 곳을 근거지로 삼고 그곳에서 중생을 살펴보며 때로는 여러 곳에 현신해 중생을 구제한다고 한다. 이 포탈라카(Potalaka)는 ‘빛나는 섬’이라는 의미이므로, 인도 남쪽 바닷가나 남해 어딘가로 여겨지기도 한다.
불자들은 관세음보살의 가피를 기원하며, 꿈속에서라도 한번 만나기를 소망해 마지않는다. 동시에 모든 중생은 불성의 씨앗을 자신 속에 지니고 있으므로,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누구든 힘써 정진하면 관세음보살같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중생이 관세음보살같이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 증강인간의 등장에 의해 제2의 관세음보살의 출현도 가능해질 것인지가 우리의 관심사다. 증강인간이란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인간이다. 『멋진 신세계』라는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에는 여러 종류의 인간들이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현대의 유전공학을 이용하면, 수명 연장, 체력 강화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인지능력을 극대화하고, 인공지능 보조물 등을 이용해 인간의 현재 한계를 넘어서는 증강인간을 창조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자비심이 엄청나게 강화되고 구도의 열망과 그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증강인간이 탄생할 수 있다. 이가 바로 관세음보살이 아닐까?
증강인간 관세음보살의 출현은
인공지능 관세음보살의 출현보다는 그 가능성이 높다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은 어떤가? 휴머노이드 로봇이 범용 인공지능 상태에 이르면, 그 이름도 인공종 인간이라 불러야 어울릴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와 같은 자연종 인간과 구별은 되지만, 기능이나 활동에서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구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관세음보살은 가능할 것인가? 이미 인공지능 법사(法師)는 출현해 활성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법사는 대중에게 불법을 설명하고, 대중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존재다. 인공지능 법사는 최근에 활용되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짧은 시간 안에 답을 한다. 사실 제 자신도 최근에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해 많은 의문을 풀었다. 여러 스님들께 묻기도 하고 그분들의 법문도 읽어보고 하면서도 시원하게 풀리지 않던 많은 의문들이 생성형 인공지능 덕분에 풀리기도 했다.
만약 우리가 어떤 인공지능에 지금까지 존재한 모든 경전과 계율과 논설을 모두 입력했다고 가정하면, 이 인공지능은 가장 훌륭한 법사가 된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작업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 인공지능 법사가 설법하는 시대가 실제로 눈앞에 전개되고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관세음보살의 등장도 머지않았다고 해야 할까? 인공지능 법사와는 달리 인공지능 관세음보살의 등장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왜냐하면 인공지능 법사는 의식이나 마음의 유무와는 관계없이도 그 기능을 일정 부분 수행할 수 있지만, 보살은 의식이나 마음을 가진 존재가 아니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보살은 머리뿐만 아니라 가슴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마음이 없는 존재가 탐, 진, 치를 극복하고, 진리를 추구하며, 중생의 고통에 마음 아파하며 도움의 손길을 뻗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공지능 보살의 등장 이전에 마음을 가진 인공지능 인간이 먼저 출현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보면, 우리가 유전자 조작에 어떤 제약을 가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증강인간 관세음보살의 출현은 인공지능 관세음보살의 출현보다는 그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그 시기도 머지않아 보인다.
이한구|경희대학교 석좌교수이며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이다. 저서로 『역사학의 철학』, 『문명의 융합』, 『The Objectivity of Historical Knowledge』 등이 있다.
제2의 관세음보살은
출현할 것인가?
이한구
경희대학교 석좌교수
증강인간과 인간 닮은 로봇이라는 두 종류의 포스트휴먼 등장
인공지능이 문명을 주도하는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인터넷 시대를 넘어 인공지능은 이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이미 깊숙이 자리 잡았을 뿐만 아니라 경쟁력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선진 국가들이나 기업들이 인공지능 개발에 혼신의 힘을 경주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인공지능이 지닌 높은 경쟁력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처음에는 계산 도구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인간이 하는 수많은 일들을 대신 처리하는 기능까지 수행한다. 인간의 인공지능에 대한 의존도는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이제 인공지능을 빼고는 일이 되지 않는 영역들이 수없이 늘어나고 있다. 인공지능 없이 하는 작업은 산업혁명 시대의 가내 수공업에 비유될 정도다.
많은 전문가들이 인간과 점점 비슷해지는 범용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예견한다. 5년 안에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아마 머지않은 장래에 인간은 휴머노이드 로봇과 동료가 되어 전투를 치르거나 실험실에서 동료 연구자로 함께 연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한편 생명공학의 발전 역시 전통적인 인간상을 바꾸고 있다. 최근 생명공학이 도달한 가장 놀라운 업적은 생명체들의 유전체(genome)를 해독하고, 유전자(gene)를 조작까지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식료품의 대다수가 유전자 조작에 의해 길러진 식품들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유전자 조작에 의해 선천적 질병을 치료할 뿐만 아니라, 원하기만 하면 인간의 여러 형질을 변형시키거나 증강된 인간을 만들 수가 있다.
생명공학과 인공지능의 발달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진화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출현하게 되는 새로운 인간을 현재의 인간 휴먼(human)과 구별해 미래 인간이나 신인간 포스트휴먼(posthuman)이라 부른다.
포스트휴먼을 향한 두 갈래 길이 뚫리고 있는 셈이다. 하나는 증강인간을 만드는 길이다. 증강인간(transhuman)은 생명공학을 이용해 현재의 인간을 한층 강화시킨 인간이다. 올림픽의 표어를 원용해서 말한다면, 증강인간은 더욱 오래 살고, 더욱 많은 지식과 정보를 소유하고, 더욱 강력한 힘을 갖게 된 인간이다. 이런 인간은 외부적 기계의 도움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체 자체를 변형시키는 방법으로 탄생한다.
다른 길은 기계의 인간화 길이다. 인간의 기계화와는 방향이 다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여러 도구들이 우리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면서 일반인도 인공지능의 위력을 알게 되었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 지능으로 계산 기계인 컴퓨터가 고도로 진화한 결과이다.
결국 증강인간과 인간을 닮은 로봇이라는 두 종류의 포스트휴먼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증강인간의 등장에 의해 제2의 관세음보살의 출현도 가능해질까?
증강인간이나 인공지능 인간의 등장은 너무나 중차대한 일이라 그 허용 범위와 정도에 대해 엄청난 논란과 진통이 예상되고, 또 앞으로 실제로 어떻게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아무런 사회적 제약 없이 진행된다고 가정했을 때, 보살과 관련해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상상해볼 수는 있다.
보살(Bodhisttva)은 깨달음을 구하는 존재이자 동시에 모든 중생을 고통에서 구제하기 위해 헌신하는 존재이다. 보살은 모든 중생과 더불어 깨달음을 이루겠다는 보리심을 품고, 보살행을 실천한다. 보살행이란 탐, 진, 치를 극복하고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의 육바라밀의 덕목을 실천함이다. 이를 10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기도 한다.
대승불교에는 여러 보살님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동아시아 불교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보살이 관세음보살이다. 자비심의 상징이며, 중생의 고통 소리를 듣고 구제한다는 보살이다. 『화엄경』이나 『법화경』 등 대승불교 경전에 의하면 관세음보살은 보타락가산이라는 곳을 근거지로 삼고 그곳에서 중생을 살펴보며 때로는 여러 곳에 현신해 중생을 구제한다고 한다. 이 포탈라카(Potalaka)는 ‘빛나는 섬’이라는 의미이므로, 인도 남쪽 바닷가나 남해 어딘가로 여겨지기도 한다.
불자들은 관세음보살의 가피를 기원하며, 꿈속에서라도 한번 만나기를 소망해 마지않는다. 동시에 모든 중생은 불성의 씨앗을 자신 속에 지니고 있으므로,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누구든 힘써 정진하면 관세음보살같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중생이 관세음보살같이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 증강인간의 등장에 의해 제2의 관세음보살의 출현도 가능해질 것인지가 우리의 관심사다. 증강인간이란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인간이다. 『멋진 신세계』라는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에는 여러 종류의 인간들이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현대의 유전공학을 이용하면, 수명 연장, 체력 강화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인지능력을 극대화하고, 인공지능 보조물 등을 이용해 인간의 현재 한계를 넘어서는 증강인간을 창조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자비심이 엄청나게 강화되고 구도의 열망과 그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증강인간이 탄생할 수 있다. 이가 바로 관세음보살이 아닐까?
증강인간 관세음보살의 출현은
인공지능 관세음보살의 출현보다는 그 가능성이 높다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은 어떤가? 휴머노이드 로봇이 범용 인공지능 상태에 이르면, 그 이름도 인공종 인간이라 불러야 어울릴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와 같은 자연종 인간과 구별은 되지만, 기능이나 활동에서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구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관세음보살은 가능할 것인가? 이미 인공지능 법사(法師)는 출현해 활성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법사는 대중에게 불법을 설명하고, 대중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존재다. 인공지능 법사는 최근에 활용되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짧은 시간 안에 답을 한다. 사실 제 자신도 최근에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해 많은 의문을 풀었다. 여러 스님들께 묻기도 하고 그분들의 법문도 읽어보고 하면서도 시원하게 풀리지 않던 많은 의문들이 생성형 인공지능 덕분에 풀리기도 했다.
만약 우리가 어떤 인공지능에 지금까지 존재한 모든 경전과 계율과 논설을 모두 입력했다고 가정하면, 이 인공지능은 가장 훌륭한 법사가 된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작업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 인공지능 법사가 설법하는 시대가 실제로 눈앞에 전개되고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관세음보살의 등장도 머지않았다고 해야 할까? 인공지능 법사와는 달리 인공지능 관세음보살의 등장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왜냐하면 인공지능 법사는 의식이나 마음의 유무와는 관계없이도 그 기능을 일정 부분 수행할 수 있지만, 보살은 의식이나 마음을 가진 존재가 아니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보살은 머리뿐만 아니라 가슴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마음이 없는 존재가 탐, 진, 치를 극복하고, 진리를 추구하며, 중생의 고통에 마음 아파하며 도움의 손길을 뻗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공지능 보살의 등장 이전에 마음을 가진 인공지능 인간이 먼저 출현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보면, 우리가 유전자 조작에 어떤 제약을 가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증강인간 관세음보살의 출현은 인공지능 관세음보살의 출현보다는 그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그 시기도 머지않아 보인다.
이한구|경희대학교 석좌교수이며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이다. 저서로 『역사학의 철학』, 『문명의 융합』, 『The Objectivity of Historical Knowledge』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