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식학에서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보나
안환기 능인대학원대학교 학술연구교수

인공지능의 양면
현대인들은 기계문명 속에서 살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자신이 원하는 곳에 언제든지 갈 수 있게 되었고, 인터넷에서 사고 싶은 물건을 구매하면 상점에 직접 가지 않고 그것을 집에서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인간의 사유 패턴을 비슷하게 재현할 수 있는 로봇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이 식당에서 서빙하며, 물류센터나 공장에서 자동화 작업을 수행하기도 하고,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고도 특정 조건에서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출시되고 있다. 챗GPT 같은 인공지능은 전문적인 지식을 이용해 오랜 시간을 공들여야 하는 어려운 작업을 손쉽게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현대인은 이처럼 과학기술이 주는 편리함을 누리며 살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만든 결과물이 윤리적 문제와 책임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문명의 이익을 누리는 현대인의 마음에는 여전히 갈등, 불안, 우울증과 같은 번뇌가 생겨나고 이에 따라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마음을 치밀하게 분석한 유식학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인공지능의 유식학적 해석
유식학에 따르면, 우리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결과는 사라지지 않고 마음에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그 흔적은 씨앗이 싹을 틔우듯이 또 다른 마음의 현상을 일으킨다. 따라서 그 흔적을 ‘종자’라고 표현한다. 일상의 활동은 모두 내 마음에 쌓여 있는 ‘종자’에서 생겨난다고 본다. 모든 현상을 이처럼 마음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유식의 견지에서 볼 때, 현대 과학기술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은 2,500여 년 전 붓다의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현대에 생겨난 것이다. 현대인의 욕망이 각각의 마음에 ‘공통의 종자’로 심어놓은 것이다. 유식학은 인간의 마음에 ‘종자’를 저장하는 현상을 ‘현행훈종자(現行熏種子)’라고 표현한다. 곧 우리가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에게 날씨를 묻고 그로부터 답을 들을 때 그 작용을 ‘현행’이라고 하고, 이 작용의 결과가 각자의 마음에 남는 것을 ‘훈습종자’라고 한다. 한편 이 ‘종자’는 또 다른 인식 작용을 일으키게 된다. 유식학 용어로 ‘종자생현행(種子生現行)’이라고 한다. 외출할 때 날이 흐리면 우산을 가져가야 할지 아닌지를 생각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스마트폰이나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이 있으면 날씨에 대해 검색하거나 물어보게 된다. 이 행위는 스마트폰을 검색하거나 로봇에게 문의했던 이전의 경험이 ‘종자’의 형태로 마음에 존재하다가 마음에 떠올라, 스마트폰을 검색하는[현행]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다.
현대 과학기술이 낳은 인공지능은 이처럼 우리의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다. 현대인은 인류가 지구상에 생존하면서 더 오래 살고 더 편리한 삶을 욕망한 결과물을 이용하며 살고 있다.
현상에 대한 정견(正見)이 필요한 시대
하지만 기술 문명은 우리에게 행복한 미래만을 보장하지 않는다. 자동차는 우리를 편리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하지만, 교통사고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친한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에 밤늦도록 과음하게 되면, 이 욕망으로 인해 자신의 생명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까지 해치게 된다. 전 세계를 지구촌으로 만든 비행기 또한 이제 우리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그 사고는 매우 치명적이다. 이러한 사건을 우리는 뉴스를 통해 접하곤 한다. 공장 폐수로 인한 환경오염,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오염 그리고 방사능 오염 등은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어두운 면이다. 인간의 욕망은 인류에게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주지만, 피해도 주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인공지능 또한 욕망의 산물이라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은 다양한 측면에서 인간에게 이로움을 주고 있다. 이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로봇에게 음악을 틀어달라고 말하면 음성 인식을 통해 로봇이 그 기능을 수행한다. AI 돌봄 로봇은 홀로 집에 있는 어른들의 대화 상대가 되어주며, 평소 즐겨 듣는 음악을 틀어주고 약을 먹을 시간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리고 위급할 때 ‘도와줘’, ‘구해줘’ 등의 음성 명령으로 긴급 SOS를 호출할 수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항상 이롭지는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첨단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은 인명을 살상하는 전쟁 무기로 가장 빨리 변모하고 있고, 인공지능이 생성한 딥페이크는 사람들을 거짓된 정보로 현혹해 현상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이처럼 기술 문명은 우리에게 행복한 미래만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만든 인간의 마음 그 자체에 시선을 돌려 세속적인 욕망에 휩싸이지 않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세속적 욕망에 따라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삶은 모두 마음에 번뇌를 남긴다. 이 번뇌는 사태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아가게 한다. 이 속에서 갈등이 생겨나고 폭력적인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문명의 이익을 누리고 있는 현대인들이 인공지능을 어떤 마음으로 사용하고 재창조하는가에 따라 인류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유식학은 세속적 욕망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이르기까지 욕망의 양상이 어떻게 변모하는지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마음을 잘 조절할 것을 제안한다.
결국, 현시대에 유식학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세속적인 욕망의 산물인 인공지능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매 순간 정확하게 현상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함을 전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안환기|서울대학교 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동 대학 종교학과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불교대학원대 불교학과 불교학 전공 지도교수를 거쳐 현재 능인대학원대 학술연구교수로 있으면서 『인문사회21』 편집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유식, 마음을 읽다』, 『유식학으로 보는 몸과 마음』이 있고 『유식, 마음을 변화시키는 지혜: 나를 바꾸는 불교심리학』 등의 번역서가 있다.
유식학에서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보나
안환기 능인대학원대학교 학술연구교수
인공지능의 양면
현대인들은 기계문명 속에서 살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자신이 원하는 곳에 언제든지 갈 수 있게 되었고, 인터넷에서 사고 싶은 물건을 구매하면 상점에 직접 가지 않고 그것을 집에서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인간의 사유 패턴을 비슷하게 재현할 수 있는 로봇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이 식당에서 서빙하며, 물류센터나 공장에서 자동화 작업을 수행하기도 하고,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고도 특정 조건에서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출시되고 있다. 챗GPT 같은 인공지능은 전문적인 지식을 이용해 오랜 시간을 공들여야 하는 어려운 작업을 손쉽게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현대인은 이처럼 과학기술이 주는 편리함을 누리며 살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만든 결과물이 윤리적 문제와 책임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문명의 이익을 누리는 현대인의 마음에는 여전히 갈등, 불안, 우울증과 같은 번뇌가 생겨나고 이에 따라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마음을 치밀하게 분석한 유식학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인공지능의 유식학적 해석
유식학에 따르면, 우리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결과는 사라지지 않고 마음에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그 흔적은 씨앗이 싹을 틔우듯이 또 다른 마음의 현상을 일으킨다. 따라서 그 흔적을 ‘종자’라고 표현한다. 일상의 활동은 모두 내 마음에 쌓여 있는 ‘종자’에서 생겨난다고 본다. 모든 현상을 이처럼 마음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유식의 견지에서 볼 때, 현대 과학기술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은 2,500여 년 전 붓다의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현대에 생겨난 것이다. 현대인의 욕망이 각각의 마음에 ‘공통의 종자’로 심어놓은 것이다. 유식학은 인간의 마음에 ‘종자’를 저장하는 현상을 ‘현행훈종자(現行熏種子)’라고 표현한다. 곧 우리가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에게 날씨를 묻고 그로부터 답을 들을 때 그 작용을 ‘현행’이라고 하고, 이 작용의 결과가 각자의 마음에 남는 것을 ‘훈습종자’라고 한다. 한편 이 ‘종자’는 또 다른 인식 작용을 일으키게 된다. 유식학 용어로 ‘종자생현행(種子生現行)’이라고 한다. 외출할 때 날이 흐리면 우산을 가져가야 할지 아닌지를 생각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스마트폰이나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이 있으면 날씨에 대해 검색하거나 물어보게 된다. 이 행위는 스마트폰을 검색하거나 로봇에게 문의했던 이전의 경험이 ‘종자’의 형태로 마음에 존재하다가 마음에 떠올라, 스마트폰을 검색하는[현행]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다.
현대 과학기술이 낳은 인공지능은 이처럼 우리의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다. 현대인은 인류가 지구상에 생존하면서 더 오래 살고 더 편리한 삶을 욕망한 결과물을 이용하며 살고 있다.
현상에 대한 정견(正見)이 필요한 시대
하지만 기술 문명은 우리에게 행복한 미래만을 보장하지 않는다. 자동차는 우리를 편리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하지만, 교통사고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친한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에 밤늦도록 과음하게 되면, 이 욕망으로 인해 자신의 생명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까지 해치게 된다. 전 세계를 지구촌으로 만든 비행기 또한 이제 우리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그 사고는 매우 치명적이다. 이러한 사건을 우리는 뉴스를 통해 접하곤 한다. 공장 폐수로 인한 환경오염,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오염 그리고 방사능 오염 등은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어두운 면이다. 인간의 욕망은 인류에게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주지만, 피해도 주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인공지능 또한 욕망의 산물이라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은 다양한 측면에서 인간에게 이로움을 주고 있다. 이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로봇에게 음악을 틀어달라고 말하면 음성 인식을 통해 로봇이 그 기능을 수행한다. AI 돌봄 로봇은 홀로 집에 있는 어른들의 대화 상대가 되어주며, 평소 즐겨 듣는 음악을 틀어주고 약을 먹을 시간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리고 위급할 때 ‘도와줘’, ‘구해줘’ 등의 음성 명령으로 긴급 SOS를 호출할 수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항상 이롭지는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첨단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은 인명을 살상하는 전쟁 무기로 가장 빨리 변모하고 있고, 인공지능이 생성한 딥페이크는 사람들을 거짓된 정보로 현혹해 현상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이처럼 기술 문명은 우리에게 행복한 미래만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만든 인간의 마음 그 자체에 시선을 돌려 세속적인 욕망에 휩싸이지 않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세속적 욕망에 따라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삶은 모두 마음에 번뇌를 남긴다. 이 번뇌는 사태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아가게 한다. 이 속에서 갈등이 생겨나고 폭력적인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문명의 이익을 누리고 있는 현대인들이 인공지능을 어떤 마음으로 사용하고 재창조하는가에 따라 인류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유식학은 세속적 욕망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이르기까지 욕망의 양상이 어떻게 변모하는지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마음을 잘 조절할 것을 제안한다.
결국, 현시대에 유식학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세속적인 욕망의 산물인 인공지능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매 순간 정확하게 현상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함을 전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안환기|서울대학교 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동 대학 종교학과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불교대학원대 불교학과 불교학 전공 지도교수를 거쳐 현재 능인대학원대 학술연구교수로 있으면서 『인문사회21』 편집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유식, 마음을 읽다』, 『유식학으로 보는 몸과 마음』이 있고 『유식, 마음을 변화시키는 지혜: 나를 바꾸는 불교심리학』 등의 번역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