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부처님대승불교가 추구한 붓다|이 시대의 부처님

2024-05-20

대승불교가 추구한 붓다

 석길암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 불교학부 교수

양산 통도사 극락보전에 그려진 반야용선도


‘붓다는 누구인가’ 혹은 ‘붓다는 어떤 존재인가’에서 ‘어떠한 이가 붓다인가?’, 

‘어떠한 삶을 사는 존재가 붓다인가?’로 질문의 방식 바꾸어보기

붓다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것은 불교의 역사에서 늘 핵심의 과제였다. 붓다의 가르침에 귀의해 붓다와 붓다의 가르침을 따르는 이들에게 있어서 ‘붓다는 누구인가’ 혹은 ‘붓다는 어떠한 삶을 사신 분인가?’의 문제를 해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로 다가온다. 

이 질문에 있어서 초기 경전 혹은 율장에 나타난 붓다의 모습을 좇아서 기록하고, 그로부터 역사적 실존 인물로서 ‘붓다의 전기(傳記)’를 재구성함으로써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는 일견 자연스럽다. 우리는 그 재구성의 결과물에서 자연스럽게 ‘그러했던 분, 붓다’를 만난다. 이러한 방식의 붓다 이해는 대개 근대 문헌학적 연구의 성과에 기반한 것이며, 앞서 언급했던 불교도들의 ‘붓다는 누구인가’ 혹은 ‘붓다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어느 정도 해답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러한 질문은 역사적 존재로서의 붓다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붓다의 출현 이후 붓다의 가르침에 귀의했던 불교도들이 붓다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이해하는 데는 충분한 답변을 주지 못한다. 붓다의 삶을 따르고, 마침내는 붓다와 닮은 존재가 되고자 했던 많은 불교도들은 그러한 답변만으로 만족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 질문의 방식을 바꾸어보자. 가령 ‘어떠한 이가 붓다인가?’, ‘어떠한 삶을 사는 존재가 붓다인가?’라는 식으로 말이다. 아마도 불교의 역사를 일구어온 많은 이들 역시 이와 같은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질문 방식을 변경함으로써 일어나는 가장 큰 변화는 붓다를 역사적 실존 인물에 한정할 것인가, 아니면 그 틀에서 벗어나 확장할 것인가의 문제가 될 것이다. 


‘붓다 상’에 대한 다양한 답변 흐름 나타난 대승 경전…

대승 경전에서 가장 중요한 흐름 중의 하나가 ‘보살 사상’

대승 경전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형성된 대승불교가 그리는 붓다의 모습은 아무래도 후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된다. 물론 앞의 질문에 따른 붓다에 대한 이해를 그 충실한 기반으로 삼고 있었던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역사적 존재 혹은 세상에 출현했던 붓다가 어떤 분인가에 대해서 붓다 열반 후 500년경에는 일정 정도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한 세계에 한 부처님’이라는 생각이나, ‘붓다를 성취할 때까지 수없는 본생을 거쳤던 보살로서의 붓다’라는 생각, ‘더 이상 삶을 받지 않는 자’라는 생각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붓다 상(相)’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측면에서 던져진 질문에 대한 다양한 답변의 흐름이 불교 안에서 나타나게 되는데, 그것을 우리는 대승 경전이라고 부른다. 

붓다 상과 관련해 대승 경전 안에서 나타난 가장 중요한 흐름 중의 하나로 우선 ‘보살 사상’을 들 수 있다. ‘보살’이라는 명칭은 본래 정각을 성취하기 이전의 붓다 그리고 본생(本生)에서의 붓다에게만 사용되는 고유한 명칭이었다. 따라서 본생담과 정각 이전의 태자를 부르는 호칭으로서의 보살을 ‘정각을 성취할 이’라는 의미에서 부여된 것이다. 이와 달리 대승 경전은 태자와 본생의 붓다에게 한정되었던 이 명칭을 대승의 가르침에 귀의한 모든 이들에게 확장해갔다. 

범부보살(凡夫菩薩)이라는 개념은 대승 경전이 추구한 붓다관의 일단을 드러낸다. 누구라도 성불과 중생 구제의 서원을 일으켜 보살의 길로 나아간다면, 그가 바로 보살이며, 장차 성불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구체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생각은 다시 ‘생명을 가진 존재라면 누구라도 붓다의 성품을 온전히 가지고 있다’는 생각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 선후를 가리기는 쉽지 않지만 다불(多佛)과 다보살(多菩薩)이라는 관념은 붓다를 바라보는 대승불교만의 독특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대승 경전에서 강조하는 붓다의 모습

그리고 그 대승불교의 독특한 붓다관을 만든 질문이 아마도 ‘어떠한 이가 붓다인가?’, ‘어떠한 삶을 사는 존재가 붓다인가?’라는 질문 방식이 아니었을까? 동시에 이 질문은 붓다의 전기에 대한 새로운 탐색을 초래했다. 붓다가 성취한 지혜에 초점을 둘 것인가, 붓다의 자비에 초점을 둘 것인가, 혹은 붓다로 나아가는 길의 시작인 보살의 서원에 초점을 둘 것인가 등 붓다의 삶 중에서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두어 붓다를 바라보는 다양한 탐색이 시작되었다. 

이 중 어떤 질문은 대승 경전 모두에 공통적으로 반영되었고, 어떤 질문은 특정 경전에서만 반영되었다. 일체중생을 구제하는 서원의 성취자로서 붓다가 강조되기 시작했다. 깨달음과 중생의 구제를 서원한 보살에게 수기를 하는 붓다의 모습도 강조되었다. 특히 깨달음을 성취한 자라는 생각보다 중생 구제를 서원하고 성취하는 붓다의 모습이 대승 경전에서 보다 강조되었다. 

『법화경』 「방편품」은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는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을 말한다. 이른바 중생이 부처님의 지견을 열어서 청정하게 하고[開], 부처님의 지견을 보이려고[示], 부처님의 지견을 깨닫게 하려고[悟], 부처님 지견의 도에 들어가게 하는[入] 연고로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셨다는 것이다. 또 『무량수경』은 중생 구제의 본원을 성취한 자를 붓다라고 한다. 『화엄경』 「여래명호품」은 100여 가지가 넘는 붓다의 명호를 말하며, 이를 통해 어떤 이를 붓다라고 부르는지에 대한 답변을 제시한다. 

『법화경』과 다른 대승 경전 사이의 차이점은 『법화경』이 석가모니 붓다에 치중하고 있는 데 반해, 다른 대승 경전이 석가모니 붓다를 다른 붓다로 확장하고 있는 점이다. 그 기반에 있는 생각이 바로 법신(法身)으로서의 붓다이다. 『팔천송반야경』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래가 구체적 존재로서의 신체[色身]를 얻고 있다는 것은 지혜[반야]를 완성하는 선교방편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며, 일체지자(一切智者)의 지(智)의 근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의지처에 의해 일체지자의 지가 현현하고, 붓다의 신체가 현현하며, 법의 신체가 현현하고, 승(僧)의 신체가 현현하는 것이다.”

흔히 반야바라밀을 불모(佛母)라고 부르게 되는 근본 발상을 이 구절은 보여준다. 『반야경』은 이러한 사고방식에 의지해 법신을 강조하는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 역시 역사적 실존의 존재였던 석가모니 붓다로부터 다양한 붓다로 확장하는 계기가 된다. 곧 반야바라밀이 색신을 대신하는 붓다의 본질 그 자체로 등장하게 되며, 이는 곧 반야바라밀로서의 법신이 붓다를 붓다답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반야바라밀 곧 진리로서의 법을 성취한 자가 붓다이며, 

그것에 의지해 중생 구제의 방편을 성취하는 자가 붓다

여기에 이르면 ‘어떠한 이가 붓다인가?’, ‘어떠한 삶을 사는 존재가 붓다인가?’라는 질문에 대승불교의 답변을 할 수 있게 된다. 반야바라밀 곧 진리로서의 법을 성취한 자가 붓다이며, 그것에 의지해 중생 구제의 방편을 성취하는 자가 붓다라고 말이다. 

되돌아가서 대승 경전 나아가 대승불교의 전통에서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붓다가 우선시되었는가를 고민해보면 그렇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다. 크게 보면 반야바라밀에 의지해 중생 구제의 서원을 일으키고 그 성취의 길로 나아간 자, 혹은 중생 구제의 길을 성취한 자를 붓다라고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본생담과 석가모니 붓다의 삶에 공감해, 그 삶을 자신의 삶으로 자리매김해 붓다를 다시 출현하게 하고자 한 불자들의 고민이 담겨 있다. 대승 경전은 특히 이 점이 강렬해 붓다의 길을 경건하게 재현하고자 하는 불자의 열망을 새로운 붓다관으로 구현하고 있는 것이며, 그 경전을 읽는 이들에게 붓다를 재현하는 새로운 불자로 거듭날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도 마찬가지이다. 대승 경전을 읽고 수지하는 행위를 통해서 붓다를 체험하는 것이며, 그 체험을 일상화할 때, 우리는 붓다로서 혹은 불자로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된다.  


석길암

동국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불교연구원, 금강대 HK교수를 거쳐 현재 동국대 WISE캠퍼스 불교학부 교수로 있다. 한국 불교를 중심으로 동아시아불교사상을 연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불교 동아시아를 만나다』, 『동아시아 종파불교-역사적 현상과 개념적 이해』(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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