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심리학적 관점에서 본
MBCT의 우울증 치료
안양규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 불교문화대학 교수

인지치유와 MBSR 통합한 MBCT에도 불교적인 요소가 근본 토대 이뤄
알아차림에 근거한 인지치유(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MBCT)는 아론 벡(Aaron Beck)의 인지치유(Cognitive Therapy)와 존 카밧진(Jon Kabat-Zinn)의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알아차림 명상에 근거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을 결합한 치유 프로그램이다. 영국의 티스데일(Teasdale)은 1990년대 중반부터 알아차림 명상을 우울증 치유에 적용해오다가 2002년에 그의 동료인 시걸(Segal), 윌리엄스(Williams)와 함께 우울증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 MBCT를 개발했다.
MBCT는 우울증의 재발률 감소에 있어서 효과적인 치유 방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론 벡의 인지치유의 치유 원리와 치유 방법은 핵심적인 부분에서 불교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MBSR도 불교의 명상을 도입하고 있으므로 인지치유와 MBSR 통합한 MBCT에도 자연히 불교적인 요소가 근본 토대를 이루고 있다. 불교적인 관점에서 MBCT의 치유 원리를 간략히 살피고자 한다.
MBCT의 효과는 알아차림과 자기-자비 개발해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해
MBCT의 효과는 알아차림(mindfulness)과 자기-자비(self-compassion)에 있다. 불교와 연관해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가장 뚜렷한 MBCT의 특성은 알아차림 명상(mindfulness)이다. MBCT에서의 불교의 알아차림 명상은 우울증적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리고 수용(acceptance)하게 하고 자기-사랑을 개발해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한다. 이러한 명상의 성질에서 볼 때 알아차림 명상은 우울증을 일으키는 생각과 감정을 적대적으로 대하지 않고 친절, 연민, 평정심으로 대하게 된다.
MBCT의 치유기제, 탈중심화와 상위인지지각
MBCT의 창안자들은 탈중심화(脫中心化, decentering)와 상위인지지각(上位認知知覺, meta-cognitive awareness)을 치유기제로 설명하고 있다. 탈중심화란 자신을 생각으로부터 분리하는 것, 거리를 두는 것(distancing)을 의미한다. 탈중심화, 즉 거리두기는 내담자에게 자신의 부정적인 사고가 사실이 아니라 단순한 신념에 불과하다는 것을 배우도록 해준다. 거리두기는 내담자에게 우울증을 일으키는 생각으로부터 떼어내서 거리를 두게 하는 것이다. 거리두기는 대상을 회피하거나, 무시하거나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며 또한 억압하거나 제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MBCT에선 대상을 환영하거나 허용하는 것으로 대상에 대한 열린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다. 아론 벡의 인지치유에선 탈중심화는 부정적인 생각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의미하지만 MBCT에서 탈중심화는 우호적 알아차림(friendly awareness)을 의미한다.
상위인지지각은 부정적 생각이나 느낌에 동조하거나 매몰되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봄으로써, 부정적 생각·감정이 자기(self)의 본질이라거나 진실이라고 보지 않고 마음속에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일시적 현상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을 지나치게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는 것이다.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고통스러운 생각과 감정을 회피하기보다는 직면하는 능력을 말한다. 부정적이고 고통스러운 감정과 생각에 압도되어 과도하게 동일시(over-identification)하지 않고 균형 있는 관점을 견지해 감정과 생각을 직면할 수 있다.
상위인지지각과 탈중심화는 여실정관 등 불교의 명상 용어와 관련…
색(色) 등 오온이 무상·고·무아임을 통찰하는 것을 의미
MBCT의 치유기제로 논의되고 있는 상위인지지각과 탈중심화는 불교의 명상 용어와 관련되어 있다. 여실정관(如實正觀), 여실관찰(如實觀察), 여실지(如實知), 정관(正觀), 진실정관(眞實正觀), 진실관(眞實觀) 등은 모두 동의어로 색(色) 등 오온이 무상(無常)·고(苦)·무아(無我)임을 통찰하는 것을 의미한다.
Mindfulness는 팔리어 sati(사티)를 번역한 것이며 사티의 대표적 수행법이 사념처(四念處)이다. 사념처는 몸[身], 느낌[受], 마음[心], 생각[法] 등 네 가지가 무상(無常)·고(苦)·무아(無我)라는 것을 항상 기억하고 잊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몸에 대한 정념(正念)은 존재의 물질적 측면과 관련된 것이고, 나머지 세 가지는 주로 마음의 측면과 관련된 것이다. 이렇게 네 가지 대상을 잊지 아니하고 관찰하면 대상의 본성을 파악하게 된다. 즉 무상·고·무아를 통찰해 항상 기억하고 잊지 않는다. 사념처에서의 정념은 생각의 개입 없이 현재 대상을 있는 그대로 직접 관찰하는 것이다.
사념처 수행의 가장 큰 특징은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지 현상을 변화시키는 데 있지 않다. 사념처의 대상, 즉 몸[身], 느낌[受], 마음[心], 생각[法]에 대해 결코 기계적으로 개입하거나 간섭하지 않는다. 불편한 현상을 접하게 되면 반사적으로 거부 반응을 일으키며 회피하거나 거부하려는 자동적인 반사 반응을 보이지만 정념은 관찰 대상에 대한 어떤 비판도 비난도 하지 않는다. 관찰자의 관점에서 ‘좋다’, ‘나쁘다’라는 기계적인 반사 행동이나 심판 없이 대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한다. 대상이 무엇이든-불쾌한 것이든 유쾌한 것이든- 그 대상을 변화하려고 하거나 유지하려고 하지 않고 대상의 생성과 소멸을 정확하게 관찰하는 것이다.
사념처 수행은 관찰 대상이 무상(無常)하다는 지각(知覺)을 생성하는 데 그 일차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 몸[身], 느낌[受], 마음[心], 생각[法]이 무상하다는 철저한 정념이 일어나게 되면 네 가지 대상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게 된다. 세상에 대한 애착과 불만족으로부터 자유롭게 된다.
아론 벡이 발견한 인지삼제와 붓다고사의 자비 수행의 순서
아론 벡(Aaron Beck)의 인지치유(Cognitive Therapy)에 의하면 우울증 내담자는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인생관과 세계관을 지니고 있다. 아론 벡은 우울증에 취약한 사람들에게서 세 가지 특징적인 사고의 패턴, 즉 인지삼제(cognitive triad)를 발견했다. 우울증 내담자의 인지삼제란 ①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며, ② 자기 자신을 둘러싼 세상도 자신을 괴롭히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③ 미래도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인지적 왜곡을 말한다. 우울의 근본 원인이 되는 인지왜곡을 인지삼제로 나누었는데 그중에서도 자기 자신에 대한 왜곡된 생각이 우울의 근본 병인이 되고 있다. 우울증 환자는 문제 상황에서 자기 자신을 비난하고 자기 자신을 처벌하려는 자학 반응 양식을 취하게 된다. 자기비판의 발생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다양한 논의가 있을 수 있지만, 그 근본 요인은 자기 자신을 위로하거나 돌보는 관용이 부재한 것임이 틀림없다.
자신에 대한 비난이나 불만을 해소해주는 덕목이 자비이다. 자비라는 말은 중생의 행복을 바라는 자(慈, mettā)와 중생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비(悲, karuṇā)가 결합된 복합어이다. 본질적으로 자비는 사랑이 넘치는 이타적 태도로, 모든 중생이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어머니가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모든 중생에게 확장해 일체중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자비이다. 붓다고사(Buddhaghosa)는 외부의 대상에 대한 분노를 다스리기 이전에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을 통해 분노를 다스리라고 그 순서를 제시하고 있다. 자비 수행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 나 자신→ ② 존경하는 스승 → ③ 좋아하는 사람 → ④ 무관한 사람→ ⑤ 원한 맺힌 사람. 자비 수행을 통해 스스로 상처가 치유되면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타인을 위한 자비는 분노를 녹여줄 것이다. 자비 명상을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분노와 악의를 품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을 포함해 일체중생에 대한 자비 명상은 분노, 적의, 증오 등 폭력적인 감정과 함께 공존할 수 없다.
자기-자비는 비난보다는 자신을 이해와 연민으로 대하며
MBCT는 이를 통해 자기 비난을 치유
자비를 특별히 자기 자신에게 적용한 것이 자기-자비(self-compassion)이다. 자기-자비는 자기 자신의 웰빙(well-being)에 대한 진정한 관심, 자신의 고통에 대한 동정적이고 관용적인 태도, 고통의 원인에 대한 깊은 이해를 그 본성으로 하고 있다. 아울러 비심판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온정을 유지한다.
네프(Neff)가 정의한 자기-자비(self-compassion)는 고통에 처했거나 자신의 부적절함을 지각하게 되었을 때 자신을 혹독하게 비난하는 대신 자신에 대해 돌봄과 자비의 감정을 갖는 것을 말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친절(self-kindness)은 자기 자신을 비난하기보다는 이해와 사랑으로 대할 수 있는 자질이다. 자기에 대한 친절한 관점을 유지하면서 고통이나 자신의 실수나 실패의 순간에도 비난하지 않고 자신에게 친절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고통이나 실패는 때때로 인간이 경험하는 것으로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상기하는 것이다. 자신의 실패로 고립감이나 소외감을 느끼기보다는 모든 인간은 때때로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을 자신만이 겪는 것으로 생각해 다른 사람으로부터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거나 고립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고통을 다른 사람의 경험과 별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공통된 경험의 일부로 바라보아 다른 사람들과의 유대감을 느끼는 것이다.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MBCT의 치유 원리는 알아차림(mindfulness)과 자기-자비에 있다. 우울증의 대표적 증상인 슬픔, 무기력, 자살 충동 등은 자기 자신을 향한 좌절과 미움, 공격성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따라서 MBCT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게 하고 사랑과 수용을 통해 자아에 대한 공격성을 해독하고, 정서적 균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 이 글은 본인의 최근 저서( 『불교와 인지치유』, 올리브그린 刊, 2024) 중에서 요약 정리한 것이다.
안양규|서울대학교(종교학)와 동국대학교(불교학)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밟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동경대 외국인연구원,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특별연구원, 동국대 WISE캠퍼스 불교문화대 학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동국대 WISE캠퍼스 불교문화대 교수로 있으면서 한국불교상담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저서로 『붓다, 자기 사랑을 말하다』, 『붓다의 입멸에 관한 연구』, 『불교와 인지치유』 등이 있다.
불교심리학적 관점에서 본
MBCT의 우울증 치료
안양규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 불교문화대학 교수
인지치유와 MBSR 통합한 MBCT에도 불교적인 요소가 근본 토대 이뤄
알아차림에 근거한 인지치유(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MBCT)는 아론 벡(Aaron Beck)의 인지치유(Cognitive Therapy)와 존 카밧진(Jon Kabat-Zinn)의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알아차림 명상에 근거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을 결합한 치유 프로그램이다. 영국의 티스데일(Teasdale)은 1990년대 중반부터 알아차림 명상을 우울증 치유에 적용해오다가 2002년에 그의 동료인 시걸(Segal), 윌리엄스(Williams)와 함께 우울증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 MBCT를 개발했다.
MBCT는 우울증의 재발률 감소에 있어서 효과적인 치유 방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론 벡의 인지치유의 치유 원리와 치유 방법은 핵심적인 부분에서 불교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MBSR도 불교의 명상을 도입하고 있으므로 인지치유와 MBSR 통합한 MBCT에도 자연히 불교적인 요소가 근본 토대를 이루고 있다. 불교적인 관점에서 MBCT의 치유 원리를 간략히 살피고자 한다.
MBCT의 효과는 알아차림과 자기-자비 개발해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해
MBCT의 효과는 알아차림(mindfulness)과 자기-자비(self-compassion)에 있다. 불교와 연관해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가장 뚜렷한 MBCT의 특성은 알아차림 명상(mindfulness)이다. MBCT에서의 불교의 알아차림 명상은 우울증적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리고 수용(acceptance)하게 하고 자기-사랑을 개발해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한다. 이러한 명상의 성질에서 볼 때 알아차림 명상은 우울증을 일으키는 생각과 감정을 적대적으로 대하지 않고 친절, 연민, 평정심으로 대하게 된다.
MBCT의 치유기제, 탈중심화와 상위인지지각
MBCT의 창안자들은 탈중심화(脫中心化, decentering)와 상위인지지각(上位認知知覺, meta-cognitive awareness)을 치유기제로 설명하고 있다. 탈중심화란 자신을 생각으로부터 분리하는 것, 거리를 두는 것(distancing)을 의미한다. 탈중심화, 즉 거리두기는 내담자에게 자신의 부정적인 사고가 사실이 아니라 단순한 신념에 불과하다는 것을 배우도록 해준다. 거리두기는 내담자에게 우울증을 일으키는 생각으로부터 떼어내서 거리를 두게 하는 것이다. 거리두기는 대상을 회피하거나, 무시하거나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며 또한 억압하거나 제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MBCT에선 대상을 환영하거나 허용하는 것으로 대상에 대한 열린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다. 아론 벡의 인지치유에선 탈중심화는 부정적인 생각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의미하지만 MBCT에서 탈중심화는 우호적 알아차림(friendly awareness)을 의미한다.
상위인지지각은 부정적 생각이나 느낌에 동조하거나 매몰되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봄으로써, 부정적 생각·감정이 자기(self)의 본질이라거나 진실이라고 보지 않고 마음속에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일시적 현상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을 지나치게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는 것이다.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고통스러운 생각과 감정을 회피하기보다는 직면하는 능력을 말한다. 부정적이고 고통스러운 감정과 생각에 압도되어 과도하게 동일시(over-identification)하지 않고 균형 있는 관점을 견지해 감정과 생각을 직면할 수 있다.
상위인지지각과 탈중심화는 여실정관 등 불교의 명상 용어와 관련…
색(色) 등 오온이 무상·고·무아임을 통찰하는 것을 의미
MBCT의 치유기제로 논의되고 있는 상위인지지각과 탈중심화는 불교의 명상 용어와 관련되어 있다. 여실정관(如實正觀), 여실관찰(如實觀察), 여실지(如實知), 정관(正觀), 진실정관(眞實正觀), 진실관(眞實觀) 등은 모두 동의어로 색(色) 등 오온이 무상(無常)·고(苦)·무아(無我)임을 통찰하는 것을 의미한다.
Mindfulness는 팔리어 sati(사티)를 번역한 것이며 사티의 대표적 수행법이 사념처(四念處)이다. 사념처는 몸[身], 느낌[受], 마음[心], 생각[法] 등 네 가지가 무상(無常)·고(苦)·무아(無我)라는 것을 항상 기억하고 잊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몸에 대한 정념(正念)은 존재의 물질적 측면과 관련된 것이고, 나머지 세 가지는 주로 마음의 측면과 관련된 것이다. 이렇게 네 가지 대상을 잊지 아니하고 관찰하면 대상의 본성을 파악하게 된다. 즉 무상·고·무아를 통찰해 항상 기억하고 잊지 않는다. 사념처에서의 정념은 생각의 개입 없이 현재 대상을 있는 그대로 직접 관찰하는 것이다.
사념처 수행의 가장 큰 특징은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지 현상을 변화시키는 데 있지 않다. 사념처의 대상, 즉 몸[身], 느낌[受], 마음[心], 생각[法]에 대해 결코 기계적으로 개입하거나 간섭하지 않는다. 불편한 현상을 접하게 되면 반사적으로 거부 반응을 일으키며 회피하거나 거부하려는 자동적인 반사 반응을 보이지만 정념은 관찰 대상에 대한 어떤 비판도 비난도 하지 않는다. 관찰자의 관점에서 ‘좋다’, ‘나쁘다’라는 기계적인 반사 행동이나 심판 없이 대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한다. 대상이 무엇이든-불쾌한 것이든 유쾌한 것이든- 그 대상을 변화하려고 하거나 유지하려고 하지 않고 대상의 생성과 소멸을 정확하게 관찰하는 것이다.
사념처 수행은 관찰 대상이 무상(無常)하다는 지각(知覺)을 생성하는 데 그 일차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 몸[身], 느낌[受], 마음[心], 생각[法]이 무상하다는 철저한 정념이 일어나게 되면 네 가지 대상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게 된다. 세상에 대한 애착과 불만족으로부터 자유롭게 된다.
아론 벡이 발견한 인지삼제와 붓다고사의 자비 수행의 순서
아론 벡(Aaron Beck)의 인지치유(Cognitive Therapy)에 의하면 우울증 내담자는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인생관과 세계관을 지니고 있다. 아론 벡은 우울증에 취약한 사람들에게서 세 가지 특징적인 사고의 패턴, 즉 인지삼제(cognitive triad)를 발견했다. 우울증 내담자의 인지삼제란 ①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며, ② 자기 자신을 둘러싼 세상도 자신을 괴롭히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③ 미래도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인지적 왜곡을 말한다. 우울의 근본 원인이 되는 인지왜곡을 인지삼제로 나누었는데 그중에서도 자기 자신에 대한 왜곡된 생각이 우울의 근본 병인이 되고 있다. 우울증 환자는 문제 상황에서 자기 자신을 비난하고 자기 자신을 처벌하려는 자학 반응 양식을 취하게 된다. 자기비판의 발생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다양한 논의가 있을 수 있지만, 그 근본 요인은 자기 자신을 위로하거나 돌보는 관용이 부재한 것임이 틀림없다.
자신에 대한 비난이나 불만을 해소해주는 덕목이 자비이다. 자비라는 말은 중생의 행복을 바라는 자(慈, mettā)와 중생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비(悲, karuṇā)가 결합된 복합어이다. 본질적으로 자비는 사랑이 넘치는 이타적 태도로, 모든 중생이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어머니가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모든 중생에게 확장해 일체중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자비이다. 붓다고사(Buddhaghosa)는 외부의 대상에 대한 분노를 다스리기 이전에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을 통해 분노를 다스리라고 그 순서를 제시하고 있다. 자비 수행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 나 자신→ ② 존경하는 스승 → ③ 좋아하는 사람 → ④ 무관한 사람→ ⑤ 원한 맺힌 사람. 자비 수행을 통해 스스로 상처가 치유되면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타인을 위한 자비는 분노를 녹여줄 것이다. 자비 명상을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분노와 악의를 품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을 포함해 일체중생에 대한 자비 명상은 분노, 적의, 증오 등 폭력적인 감정과 함께 공존할 수 없다.
자기-자비는 비난보다는 자신을 이해와 연민으로 대하며
MBCT는 이를 통해 자기 비난을 치유
자비를 특별히 자기 자신에게 적용한 것이 자기-자비(self-compassion)이다. 자기-자비는 자기 자신의 웰빙(well-being)에 대한 진정한 관심, 자신의 고통에 대한 동정적이고 관용적인 태도, 고통의 원인에 대한 깊은 이해를 그 본성으로 하고 있다. 아울러 비심판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온정을 유지한다.
네프(Neff)가 정의한 자기-자비(self-compassion)는 고통에 처했거나 자신의 부적절함을 지각하게 되었을 때 자신을 혹독하게 비난하는 대신 자신에 대해 돌봄과 자비의 감정을 갖는 것을 말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친절(self-kindness)은 자기 자신을 비난하기보다는 이해와 사랑으로 대할 수 있는 자질이다. 자기에 대한 친절한 관점을 유지하면서 고통이나 자신의 실수나 실패의 순간에도 비난하지 않고 자신에게 친절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고통이나 실패는 때때로 인간이 경험하는 것으로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상기하는 것이다. 자신의 실패로 고립감이나 소외감을 느끼기보다는 모든 인간은 때때로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을 자신만이 겪는 것으로 생각해 다른 사람으로부터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거나 고립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고통을 다른 사람의 경험과 별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공통된 경험의 일부로 바라보아 다른 사람들과의 유대감을 느끼는 것이다.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MBCT의 치유 원리는 알아차림(mindfulness)과 자기-자비에 있다. 우울증의 대표적 증상인 슬픔, 무기력, 자살 충동 등은 자기 자신을 향한 좌절과 미움, 공격성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따라서 MBCT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게 하고 사랑과 수용을 통해 자아에 대한 공격성을 해독하고, 정서적 균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 이 글은 본인의 최근 저서( 『불교와 인지치유』, 올리브그린 刊, 2024) 중에서 요약 정리한 것이다.
안양규|서울대학교(종교학)와 동국대학교(불교학)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밟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동경대 외국인연구원,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특별연구원, 동국대 WISE캠퍼스 불교문화대 학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동국대 WISE캠퍼스 불교문화대 교수로 있으면서 한국불교상담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저서로 『붓다, 자기 사랑을 말하다』, 『붓다의 입멸에 관한 연구』, 『불교와 인지치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