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심리치료 기법과
우울증 치료
이정명
한국 소매틱심리학회 회장, 감각운동심리치료 공인 트레이너

예술심리치료의 작업 특징과 회복의 메커니즘
만약 우울증이 종기처럼 눈에 보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종기가 시작되는 통증과 열감, 그것이 발전해가며 노랗게 고름이 잡혀가는 과정, 마침내 고름이 터지고, 새살이 차오르고 딱지가 앉고, 뒤에 남은 상처를 보면서 종기로 고생했던 시간을 위로하고 이해하며 앞으로의 섭생에 주의를 기울일 수도 있으니까.
우울증은 겉으로 드러나 과정이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어서, 쉽게 한 개인의 심리를 잠식하고 장악한다. 시작과 끝이 어딘지 짐작할 수 없으니 그것을 겪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수치심, 자신을 스스로 구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느끼면서 사회적 고립과 좌절에 빠질 수도 있다.
예술심리치료는 색깔, 그림, 소리, 시, 움직임 등의 비언어적 방법들을 사용해 우울의 내적 경험들을 겉으로 드러나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심리치료 기능을 시작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독특한 개입 기술을 통해 우울의 기원을 만나고, 고통스러운 정서를 조절하며, 우울을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행위 주체성을 향상시키며 내담자를 돕는다. 예술심리치료의 작업 특징과 회복의 메커니즘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측면으로 정리해볼 수 있겠다.
우울의 기원을 상징적으로 만나고 소통하기
심리치료 임상가들은 우울증의 원인과 증상이 단순하지 않음을 알고 있다. 우울은 표면적이거나, 패턴화되거나, 이차적 정서여서, 심층의 무의식 차원까지 심리적 방어를 위협당했던 깊은 파열의 순간이 있었음을 가정하고 작업을 시작한다. 특히 심각한 우울은 내담자의 삶에서 일어난 지속적인 또는 급박한 심리적 충격에 근원을 둔다. 내담자들의 언어적 호소는 대개 ‘힘이 없다’, ‘나가기 싫다’, ‘아무것도 못하겠다’, ‘모르겠다’ 등이지만, 이런 표현으로는 우울의 다양한 실재를 접촉하기에 역부족이다.
예술심리치료는 우울을 신체, 감각, 충동, 감정, 상상, 생각 등의 다양한 차원으로 세분화하고 그 각각의 경험들을 크레파스, 찰흙, 자세 등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시각적이고 물질적인 매체를 사용해 내면의 우울을 형태화하면, 자신의 우울의 크기, 깊이, 심각성 등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울과 비교적 안전한 관계맺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예술적 상징화와 형태를 통한 은유적 접근은 우울의 발생학적 기원을 추적하고 소통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 파랑 덩어리는 언제부터 내 안에서 자라기 시작했을까, 그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왜 나는 이 덩어리를 밖에 버리지 않고 내면에 담게 되었을지에 관한 역사와 대화를 하면서, 의식의 차원에서는 접촉하기 힘들었던 우울의 진면목과 발생 당시에 필요했던 잃어버린 경험들을 향한 탐색이 시작된다.
예술 활동을 통한 상향식 자기 조절
인간은 전 생애에 걸쳐 두 가지 방식으로 정서, 감각, 신념 등의 자기 시스템을 조절한다. 하나는 외부 대상과의 협력을 통한 상호 조절(inter-regulation), 다른 하나는 스스로 조절(auto-regulation)하는 방식이다. 유아기에서 전언어기까지는 주로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 상호 조절하는 역량을 배우게 되는데, 그것이 가능하지 않을 때 아이들은 혼자서 손을 빨거나 울거나 잠을 자거나 하면서 자동 조절을 한다. 건강한 개인은 이 두 체계의 조절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이 체계들이 혼란되어 있거나 와해된 경우도 있다.
특히 우울로 고통받고 있는 내담자들의 심층 심리 속으로 들어가보면 격노, 공포, 수치심과 같은 트라우마 정서나, 깊은 슬픔, 화, 그리움과 같은 애착 정서들이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응축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 정서가 너무 컸거나 혼자 감당하기 힘들었을 때, 주변에 나눌 만한 사람이 부재했거나 나눔의 대상이 도움이 되지 않았을 때, 그 힘든 정서를 그나마 견딜 만한 우울 증상으로 바꾸고 아주 좁은 안전지대에서 생존만을 위한 삶을 살고 있는 경우를 본다.
예술심리치료 현장에서 치료사와 내담자는 예술 작업을 통해 정서와 감각과 신념에 대한 상호 조절과 자동 조절 방법을 배운다. 치료사의 태도는 기본적으로 내담자가 정서를 만나고 표현하는 그 모든 과정을 보아주고, 들어주고, 그것이 얼마나 특별한지 타당화해주는 것이다. 이런 관계의 기반 위에 이루어지는 예술적 과정에서 내담자는 그 힘들었던 것들을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되고 치료사와 나눌 수 있다는 치료적 동맹을 형성하게 된다. 이 과정이 관계가 파열에서 애착으로 복구되는 순간들이다. 치료사와의 애착 관계가 크고 강해지면 내담자들의 피질하 반응이 줄어들고 전전두엽 체계가 활성화되는데, 이는 고통의 정서를 마음챙김할 수 있고, 압도되지 않는 방법으로 예술 매체에 표현하며 풀어내고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렇듯 내담자-치료사 두 신경계가 협력해 만들어내는 상호 조절의 예술심리치료 작업 경험은 거울 신경을 통해 학습되어 치료사가 없는 일상의 순간들에 우울이 찾아올 때 그림을 그리거나, 리듬감 있는 움직임을 하거나, 호흡을 고르거나, 글을 쓰는 등의 예술적 행위를 통해 창조적 자기 조절을 가능하게 한다.
방어반응 복구를 통해 행위 주체성 향상시키기
우울증 내담자들 중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지킬 수도 없다거나,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주체라는 것을 믿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이는 심리적 파열의 순간에 충격이 너무 큰 나머지 적절한 반응을 할 수가 없었거나, 파열적 자극이 자주 반복되면서 자신의 반사능력, 반응력, 행위능력을 사용해 적절한 방어로 완결되지 못했던 이유이다.
예술심리치료는 내담자에게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욕구, 충동, 호기심 등을 매우 중요한 행위능력으로 고려한다. 종이 크기, 공간 사용 정도, 색깔 선택, 음악 사용 유무, 움직임에서의 신체 부위 사용 등을 내담자가 먼저 결정하도록 격려한다. 예술 매체 사용에 자신감이 커져갈수록, 매체가 자신의 심리와 정서를 담아주는 안전한 도구라는 것을 신뢰할수록 파열의 순간에는 할 수 없었던 적극적 방어 반응들을 해보고 싶다는 욕구와 어떻게 할 수 있을까에 관한 호기심도 커져간다.
우리는 그 방어 행위들을 실제로 실험해본다. 밀고, ‘싫어’라고 말하고, 도움의 손길을 뻗고, 잡고 당기고, 울타리를 만들어 자극을 차단하는 경계 설정 실험을 하면서 자신을 지키고 보호하려면 이러한 실질적인 움직임들이 필요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수행할 수 있는 자신의 몸의 능력을 믿을 수 있게 된다.
몸을 사용하는 실질적 실험 작업은 신념이나 생각의 차원으로부터 우울을 통제하는 하향식 조절과 비교된다. 발바닥을 그라운딩하고, 팔을 밀어내고, 호흡을 고르고, 색깔을 다르게 쓰고, 다른 리듬을 만들면서 근육에 힘이 생기는 것을 실제로 느끼는 것. 몸으로부터 밝은 감정이 만들어지는 것을 체험하는 상향식 예술심리치료는 신경계 조절을 위한 뇌 가소성을 만드는 데 더 용이하다는 신경생리학의 연구 결과가 있다. 우리는 어릴 때 조절 곤란 상태가 되면, 부모님이 몸을 쓰다듬고, 담요로 감싸주고, 업어주고, 안고 흔들어주던 감각 협응을 통해 조절의 신경 가소성을 만들었다. 몸으로부터 생리적으로 발화되는 상향식 조절 신경망은 생각으로부터 시작되는 하향식 신경망보다 열 배나 많이 발달해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의 급작스럽고 강력한 변화로 시작되는 우울의 징표를 알아차렸을 때, 호흡, 움직임, 오감지각 등으로부터 변화를 유도하는 소매틱 심리치료의 중요성의 대두되고 있는데, 예술심리치료실에서 활동을 통해 조절을 배우는 것은 이러한 상향식 조절 회복 원리에 부합한다.
‘예술 행위 그 자체가 심리치료’라는 전제가 있는 것처럼, 우울증에 사로잡힌 내담자들에게 심리치료사-예술 매체-예술 작업이 함께 기다려주는 예술치료작업실은 우울을 희망으로 바꾸는 연금술적 놀이터와 같다.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창조적 행위를 통해 자신에게 무궁무진한 통제권과 변화에 대한 주체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사로잡힌 우울을 벗어나는 주인공의 서사가 시작된다.
이정명|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석사를 마치고(상담심리 전공), 미국 CIIS 박사 과정 수료 및 명지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감각운동심리치료 공인 트레이너로서 한국 소매틱심리학회 회장, 미국 타말파 연구소 한국디렉터를 맡고 있다. 공역서에 『동작중심 표현예술치료』, 『인간중심 표현예술치료』 등이 있다.
예술심리치료 기법과
우울증 치료
이정명
한국 소매틱심리학회 회장, 감각운동심리치료 공인 트레이너
예술심리치료의 작업 특징과 회복의 메커니즘
만약 우울증이 종기처럼 눈에 보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종기가 시작되는 통증과 열감, 그것이 발전해가며 노랗게 고름이 잡혀가는 과정, 마침내 고름이 터지고, 새살이 차오르고 딱지가 앉고, 뒤에 남은 상처를 보면서 종기로 고생했던 시간을 위로하고 이해하며 앞으로의 섭생에 주의를 기울일 수도 있으니까.
우울증은 겉으로 드러나 과정이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어서, 쉽게 한 개인의 심리를 잠식하고 장악한다. 시작과 끝이 어딘지 짐작할 수 없으니 그것을 겪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수치심, 자신을 스스로 구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느끼면서 사회적 고립과 좌절에 빠질 수도 있다.
예술심리치료는 색깔, 그림, 소리, 시, 움직임 등의 비언어적 방법들을 사용해 우울의 내적 경험들을 겉으로 드러나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심리치료 기능을 시작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독특한 개입 기술을 통해 우울의 기원을 만나고, 고통스러운 정서를 조절하며, 우울을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행위 주체성을 향상시키며 내담자를 돕는다. 예술심리치료의 작업 특징과 회복의 메커니즘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측면으로 정리해볼 수 있겠다.
우울의 기원을 상징적으로 만나고 소통하기
심리치료 임상가들은 우울증의 원인과 증상이 단순하지 않음을 알고 있다. 우울은 표면적이거나, 패턴화되거나, 이차적 정서여서, 심층의 무의식 차원까지 심리적 방어를 위협당했던 깊은 파열의 순간이 있었음을 가정하고 작업을 시작한다. 특히 심각한 우울은 내담자의 삶에서 일어난 지속적인 또는 급박한 심리적 충격에 근원을 둔다. 내담자들의 언어적 호소는 대개 ‘힘이 없다’, ‘나가기 싫다’, ‘아무것도 못하겠다’, ‘모르겠다’ 등이지만, 이런 표현으로는 우울의 다양한 실재를 접촉하기에 역부족이다.
예술심리치료는 우울을 신체, 감각, 충동, 감정, 상상, 생각 등의 다양한 차원으로 세분화하고 그 각각의 경험들을 크레파스, 찰흙, 자세 등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시각적이고 물질적인 매체를 사용해 내면의 우울을 형태화하면, 자신의 우울의 크기, 깊이, 심각성 등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울과 비교적 안전한 관계맺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예술적 상징화와 형태를 통한 은유적 접근은 우울의 발생학적 기원을 추적하고 소통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 파랑 덩어리는 언제부터 내 안에서 자라기 시작했을까, 그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왜 나는 이 덩어리를 밖에 버리지 않고 내면에 담게 되었을지에 관한 역사와 대화를 하면서, 의식의 차원에서는 접촉하기 힘들었던 우울의 진면목과 발생 당시에 필요했던 잃어버린 경험들을 향한 탐색이 시작된다.
예술 활동을 통한 상향식 자기 조절
인간은 전 생애에 걸쳐 두 가지 방식으로 정서, 감각, 신념 등의 자기 시스템을 조절한다. 하나는 외부 대상과의 협력을 통한 상호 조절(inter-regulation), 다른 하나는 스스로 조절(auto-regulation)하는 방식이다. 유아기에서 전언어기까지는 주로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 상호 조절하는 역량을 배우게 되는데, 그것이 가능하지 않을 때 아이들은 혼자서 손을 빨거나 울거나 잠을 자거나 하면서 자동 조절을 한다. 건강한 개인은 이 두 체계의 조절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이 체계들이 혼란되어 있거나 와해된 경우도 있다.
특히 우울로 고통받고 있는 내담자들의 심층 심리 속으로 들어가보면 격노, 공포, 수치심과 같은 트라우마 정서나, 깊은 슬픔, 화, 그리움과 같은 애착 정서들이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응축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 정서가 너무 컸거나 혼자 감당하기 힘들었을 때, 주변에 나눌 만한 사람이 부재했거나 나눔의 대상이 도움이 되지 않았을 때, 그 힘든 정서를 그나마 견딜 만한 우울 증상으로 바꾸고 아주 좁은 안전지대에서 생존만을 위한 삶을 살고 있는 경우를 본다.
예술심리치료 현장에서 치료사와 내담자는 예술 작업을 통해 정서와 감각과 신념에 대한 상호 조절과 자동 조절 방법을 배운다. 치료사의 태도는 기본적으로 내담자가 정서를 만나고 표현하는 그 모든 과정을 보아주고, 들어주고, 그것이 얼마나 특별한지 타당화해주는 것이다. 이런 관계의 기반 위에 이루어지는 예술적 과정에서 내담자는 그 힘들었던 것들을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되고 치료사와 나눌 수 있다는 치료적 동맹을 형성하게 된다. 이 과정이 관계가 파열에서 애착으로 복구되는 순간들이다. 치료사와의 애착 관계가 크고 강해지면 내담자들의 피질하 반응이 줄어들고 전전두엽 체계가 활성화되는데, 이는 고통의 정서를 마음챙김할 수 있고, 압도되지 않는 방법으로 예술 매체에 표현하며 풀어내고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렇듯 내담자-치료사 두 신경계가 협력해 만들어내는 상호 조절의 예술심리치료 작업 경험은 거울 신경을 통해 학습되어 치료사가 없는 일상의 순간들에 우울이 찾아올 때 그림을 그리거나, 리듬감 있는 움직임을 하거나, 호흡을 고르거나, 글을 쓰는 등의 예술적 행위를 통해 창조적 자기 조절을 가능하게 한다.
방어반응 복구를 통해 행위 주체성 향상시키기
우울증 내담자들 중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지킬 수도 없다거나,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주체라는 것을 믿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이는 심리적 파열의 순간에 충격이 너무 큰 나머지 적절한 반응을 할 수가 없었거나, 파열적 자극이 자주 반복되면서 자신의 반사능력, 반응력, 행위능력을 사용해 적절한 방어로 완결되지 못했던 이유이다.
예술심리치료는 내담자에게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욕구, 충동, 호기심 등을 매우 중요한 행위능력으로 고려한다. 종이 크기, 공간 사용 정도, 색깔 선택, 음악 사용 유무, 움직임에서의 신체 부위 사용 등을 내담자가 먼저 결정하도록 격려한다. 예술 매체 사용에 자신감이 커져갈수록, 매체가 자신의 심리와 정서를 담아주는 안전한 도구라는 것을 신뢰할수록 파열의 순간에는 할 수 없었던 적극적 방어 반응들을 해보고 싶다는 욕구와 어떻게 할 수 있을까에 관한 호기심도 커져간다.
우리는 그 방어 행위들을 실제로 실험해본다. 밀고, ‘싫어’라고 말하고, 도움의 손길을 뻗고, 잡고 당기고, 울타리를 만들어 자극을 차단하는 경계 설정 실험을 하면서 자신을 지키고 보호하려면 이러한 실질적인 움직임들이 필요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수행할 수 있는 자신의 몸의 능력을 믿을 수 있게 된다.
몸을 사용하는 실질적 실험 작업은 신념이나 생각의 차원으로부터 우울을 통제하는 하향식 조절과 비교된다. 발바닥을 그라운딩하고, 팔을 밀어내고, 호흡을 고르고, 색깔을 다르게 쓰고, 다른 리듬을 만들면서 근육에 힘이 생기는 것을 실제로 느끼는 것. 몸으로부터 밝은 감정이 만들어지는 것을 체험하는 상향식 예술심리치료는 신경계 조절을 위한 뇌 가소성을 만드는 데 더 용이하다는 신경생리학의 연구 결과가 있다. 우리는 어릴 때 조절 곤란 상태가 되면, 부모님이 몸을 쓰다듬고, 담요로 감싸주고, 업어주고, 안고 흔들어주던 감각 협응을 통해 조절의 신경 가소성을 만들었다. 몸으로부터 생리적으로 발화되는 상향식 조절 신경망은 생각으로부터 시작되는 하향식 신경망보다 열 배나 많이 발달해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의 급작스럽고 강력한 변화로 시작되는 우울의 징표를 알아차렸을 때, 호흡, 움직임, 오감지각 등으로부터 변화를 유도하는 소매틱 심리치료의 중요성의 대두되고 있는데, 예술심리치료실에서 활동을 통해 조절을 배우는 것은 이러한 상향식 조절 회복 원리에 부합한다.
‘예술 행위 그 자체가 심리치료’라는 전제가 있는 것처럼, 우울증에 사로잡힌 내담자들에게 심리치료사-예술 매체-예술 작업이 함께 기다려주는 예술치료작업실은 우울을 희망으로 바꾸는 연금술적 놀이터와 같다.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창조적 행위를 통해 자신에게 무궁무진한 통제권과 변화에 대한 주체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사로잡힌 우울을 벗어나는 주인공의 서사가 시작된다.
이정명|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석사를 마치고(상담심리 전공), 미국 CIIS 박사 과정 수료 및 명지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감각운동심리치료 공인 트레이너로서 한국 소매틱심리학회 회장, 미국 타말파 연구소 한국디렉터를 맡고 있다. 공역서에 『동작중심 표현예술치료』, 『인간중심 표현예술치료』 등이 있다.